[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태평양 돌핀스’라는 야구 동호회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잠시 추억에 잠겼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활동했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단 사정으로 1995년을 마지막으로 리그에선 사라졌지만 한때 ‘투수왕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임팩트 있는 구단이었다.

태평양 돌핀스는 태평양화학이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운영했던 야구단이다. 그리고 그 태평양화학은 현재의 아모레퍼시픽이다. 어떻게 보면 사라졌던 프로야구팀 하나가 현재 아모레퍼시픽에서 동일한 이름으로 부활한 것이다. 서울이 작년 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 10도까지 떨어져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던 12월 8일 ‘2018년판 태평양 돌핀스’를 서울 시내 한 실내 야구연습장에서 만났다.

▲ 아모레퍼시픽 야구동아리.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야구로 에너지 충전… 회사생활에 큰 도움

아모레퍼시픽의 야구 동호회 태평양 돌핀스는 2013년 여름에 창단됐다. 당시 이름은 레드삵스였고 2014년 첫 사회인리그 가입 후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2015년에 사내 정식 동호회 인증 획득 후 전사 동호회로 발돋움했고, 태평양 돌핀스라는 이름으로는 지난해 전환됐다. 총 멤버 수는 17명이다.

감독 겸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휘영 재무기획팀 과장은 야구동호회를 하면서 잊을 수 없었던 순간으로 2014년 첫 승리를 꼽았다. 당시 정 과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기에는 뛰고 있지 않았다. 팀은 5회까지 10대 8로 지고 있었는데 경기 막판 이를 뒤집어 승리를 했다. 정 과장은 “개인적인 일로 타지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로 경기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팀의 첫 승리 소식을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의 포지션은 포수다. 같은 팀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고, 계속 쭈그려 앉아 있어야 해 다른 포지션보다는 체력 소모가 많다. 가장 힘든 포지션을 맡고 있지만 그는 야구를 통해 사람을 알고, 회사 일에도 큰 도움이 되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야구를 통해 여러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타격이 잘 되거나 수비가 잘 되면 성취감도 얻을 수 있어 좋다”면서 “회사 내에서는 타 부서 사람이라도 야구동호회를 통해 친분을 다지면 업무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여러 측면에서 동아리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아모레퍼시픽 야구동아리 회원이 송구연습을 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규하 재무기획팀 사원도 “야구동호회를 통해 회사 선배들과 함께 활동하며 더 친해질 수도 있고, 주말 리그를 통해 타 회사 사람들도 만나 업무적인 일 이외에도 인생 이야기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인적 네트워크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고객전략팀 과장도 스트레스 해소와 타 부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확장을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김 과장은 “입사 전부터 야구를 좋아했는데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야구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주말에 나와 야구를 시작했다”면서 “가끔씩 야구를 하다가 위험한 상황도 발생하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인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태평양 돌핀스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인야구 리그 가입비, 레슨장 대관, 일부 음료수비용 등을 지원해준다. 야구를 할 때 호칭은 회사 내에서처럼 이름 뒤에 ‘님’을 붙이지만 여러 번 얼굴을 보고 친해지면 서로 편한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8일 훈련은 총 2시간으로 진행됐다. 1시간은 수비연습, 1시간은 공격연습이었다. 사회인 야구 리그는 현재 시즌이 끝났다. 이런 이유에서 겨울인 현재 실내 연습장을 빌려 한 달에 2번 정도 함께 연습을 한다. 동절기가 아닌 기간에는 서울고등학교 야구장에서 연습도 하고 경기도 한다. 2015년 준우승이 현재까지 최고 성적이다.

정휘영 과장은 “태평양 돌핀스는 최대한 회식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유는 팀원들의 주말 자유시간 보장 때문”이라면서 “일반적인 사회인 야구의 경우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주말 시간을 많이 뺏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겨울에도 서로 모여 웃음을 잃지 않고 연습하고 있는 이들의 목표는 올해 리그 우승이다. 최고 성적이었던 준우승은 공교롭게도 프로야구 팀 태평양 돌핀스의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2019년 아모레퍼시픽 태평양 돌핀스의 힘찬 비상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