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BC카드는 ‘카드사 아닌 카드사’다. 신용카드매입업무가 주수익모델이기 때문이다. 일선 영업을 하는 여타 카드사와는 분명 다르다. 시장 금리 상승에 여타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상승을 우려했지만 BC카드는 걱정이 없었다.

올해부터 변경된 회계기준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는 울상이다. BC카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큰 우려는 하지 않는 모습이다. 카드업계의 ‘프랜차이즈 본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2년 조흥, 한국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은행 등 5개 은행은 은행신용카드협회를 설립했다. 은행들이 자본금 15억원으로 만든 최초의 카드 결제 망이다. 당시 통용 브랜드명은 ‘은행신용카드’였다. 이후 은행신용카드 연합회가 회원사들을 주주로 하는 독립법인으로 형태를 바꾸면서 BC카드 주식회사가 됐다.

▲ BC카드 자산 구성. 출처=한국기업평가

카드사 플랫폼, 프로세싱을 판다

BC카드는 타 전업카드사들과 달리, 각 회원 은행과 카드사를 통해 상품을 발행한다. 즉 주된업무는 ‘회원사 프로세싱’이다. 회원사 프로세싱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BC카드 전체 수익의 89%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BC카드의 영업수익 3조4358억원 중 카드전표 매입업무수익이 3조935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BC카드 회원사는 우리카드, SC제일은행, 하나카드, NH농협카드, IBK제일은행, KB국민카드,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Citi은행, 신한카드 등 은행과 카드사 11개다. 회원사와 22개 제휴사의 신용카드 프로세스와 카드발급, 대금정산, 고객서비스, 가맹점관리와 제반업무를 대행한다.

카드업계에 부는 찬바람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BC카드는 평온하다. 전업카드사들과 다른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덕분이다. 일반 카드사는 회원모집, 신용판매, 대출 등의 업무에 주력한다. 반면, BC카드는 신용카드 프로세싱 서비스 업무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보유 채권의 대부분이 은행, 전업카드사 등 신용도가 우량한 금융기관들로 구성돼 있다. 가계부채와 대손부담이 적은 이유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유일의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무 서비스 제공업체로 거래 상대방 위험과 자산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작다”면서 “독자 브랜드로 전환하지 못하는 많은 중소 카드사들이 의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견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C카드는 회원사로부터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수취하고 있다. 신용카드회원을 대상으로 통신판매, 여행알선, 보험대리 등 부수업무 수행으로도 수익을 창출하는 등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 BC카드 수익성 지표 추이. 자료=BC카드 공시

회계기준 변경, 카드사 수수료 인하 타격있을 듯

BC카드의 프로세싱사업은 중국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BC카드는 중국 최대 카드브랜드 유니온페이의 결제대행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 유니온페이 소비자들이 한국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전표를 매입해 중국에 보내주고 대금을 받는 결제프로세싱 대행업이다.

지난해 사드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BC카드는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BC카드는 마스터카드 주식을 매각해 862억원을 이익에 보탰다, 덕분에 지난해당기순이익은 1472억원, 2016년 149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수 있었다.

BC카드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수익성 악화가 나타날 때마다 마스터 카드 주식을 처분해 보완했다. 이 덕분에 BC카드의 영업이익률과 총자산순이익률(ROA) 추이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 BC카드 수익성관련 주요 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그러나 올해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더 이상 마스터카드 주식 처분 이익을 손익에 반영할 수 없게 됐다. BC카드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6억원이었던데 비해 21.4%가량 감소했다,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PPOP)도 지난해 1183억원에서 933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마스터 카드 처분이익을 고려하면 경상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치상 수익 감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 된 수익모델로 업계불황을 버텨내고 있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고, 카드수수료 인하를 선언했다. 이에 카드사들의 수익성 감소가 예고된 상태다. 업계불황으로 전업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저하될수록 BC카드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한기평은 “회원사 이탈 등에 따른 수익기반 훼손 가능성과 신규사업 진출, 자체 카드사업 확대 등에 따른 사업과 재무리스크 확대 여부 등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사업구조 특성상 BC카드 브랜드를 사용하는 회원사들의 실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회계기준 변경이나 수수료 인하가 부담으로 다가올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