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가전제품 시장이 호황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롯데하이마트의 관련 부문 매출은 둔화됐다. 온라인 구매 등 소비방식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향후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롯데그룹이 온라인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수요 중심의 주택시장으로 개편되면서 가전 수요도 꾸준할 것이란 주장도 제시됐다. ‘온라인’과 ‘부동산’ 등 현 시대를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를 롯데하이마트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는 업계 내 최고 수준의 브랜드 가치, 동종 업계 대비 월등히 많은 오프라인 점포망 등을 장점으로 선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매출액은 꾸준히 늘었다. 2014년 3조7543억에서 2017년 4조993억으로 증가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14년 1975억에서 2017년 2567억으로 늘었다.

▲ 2015~2018년 롯데하이마트 매출액. 출처=DART

그러나 올해 하반기 성적은 좋지 않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90억 감소한 1조1130억원을 기록했다. 냉장고, TV 등의 주력상품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대형 가전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TV 등 A/V가전과 PC등 IT기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내외로 감소했다. 반면, 미세먼지·황사 등의 이슈로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환경 관련 제품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백색가전 판매량을 견인했다.

▲ 2015~2018년 롯데하이마트 3분기 매출액. 출처=DART

3분기 전체 가전제품 시장은 호황을 보였다. 롯데하이마트의 가전부문 부진을 간과하기 어려운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전제품 판매액의 불변지수는 150.6이다. 불변지수란 2015년 평균 매출액을 100으로 기준 삼아 환산한 후에 물가 상승 영향분을 제거한 수치로, 업종의 실질 성장을 파악하기에 유용하다. 올해 수치를 쉽게 말하면 2015년에 비해 약 1.5배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심지어 올해 7월 불변지수는 111년만의 폭염 등으로 인해 189.1(약 1.8배)를 기록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 2015~2018년 3분기별 가전제품 판매액 불변지수. 불변지수란 2015년 평균 매출액을 100으로 기준 삼아 환산한 후에 물가 상승 영향분을 제거한 수치로, 업종의 실질 성장을 파악하기에 유용하다. 157.6이라는 의미는 2015년에 비해 약 1.567배 늘어났다는 의미다. 출처=통계청

소비방식 변화에 영향을 받은 모양새다.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구매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액 전반을 견인한 것은 경쟁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오프라인 점포수(463개)다. 그러나 오프라인 시장이 점차 줄고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쇼핑 가전제품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19.5% 늘어난 4조1739억이이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 역시 같은 기간 31.5%늘어난 2조1539억을 기록했다.

▲ 2015~2018년도 온라인쇼핑 3분기 매출액. 출처=통계청

해외 직접 구매율(직구) 증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전제품 직구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6% 늘어난 986억을 기록했다.

정부 정책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추가 인원 확충과 기본급 인상분 일시 반영이 매출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3분기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58억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성장 기조와 부동산 경기 하락이 지속되면서 주력 상품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하락 국면에서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 매출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주력상품인 김치냉장고의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라 4분기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도 “향후 매출 성장세는 둔화될 전망”이라며 “환경 관련 가전제품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기 저하 및 부동산 수요의 둔화 등으로 대형가전 수요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매채널의 다양화 추세(온라인, 모바일, 홈쇼핑, 해외직구 등)도 수요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2015~2018년도 모바일쇼핑 3분기 매출액. 출처=통계청

롯데하이마트 측은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건설경기 호황 시기에 앞서 착공한 아파트들이 내년 대거 완성되기 때문이다. 입주율 증가로 주력 제품인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량 증가 예상과 노트북 등 IT기기 교체 순환 도래에 따라 A/V가전과 IT기기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매출 강화도 상승 요인으로 꼽는다. 롯데그룹은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비율은 20%를 기록했다. 올해는 20% 후반대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30%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롯데그룹 유통사 중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 매출이 가장 높다.

▲ 롯데하이마트 본사 전경 및 국문로고마크. 출처=롯데하이마트 홈페이지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80%가량 늘어난 4만8000세대로 파악하고 있다”며 “주력제품인 가전제품의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미세먼지, 황사 등의 이슈 영향으로 환경가전제품 판매는 더욱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TV 역시 OLED 등으로 구매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더욱 늘려나가면서 실적도 자연히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TV와 냉장고, IT제품 등은 입주가전 매출 수요감소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할 수 있다”면서도 “옴니채널과 소형가전 매출 증가로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V, 냉장고를 포함한 대형가전과 모바일 판매 회복이 가시적이지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환경관련 가전비중이 높아지고 가전 교체주기가 다시 돌아오는 만큼 성장성은 유효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롯데하이마트의 재무안정성은 매우 우수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약 2000억원 수준의 순영업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 1년 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3100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은 그보다 많은 4989억원이다. 유동성 대응능력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모회사인 롯데그룹과 전략적으로 밀접해 일상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