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기업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다. 수입차 딜러사에서 만드는 국내 인프라와 딜러사의 이익이 수입 원가에 붙어 차량 가격은 최대 2배까지 불어난다. 이걸 낮추기 위해 자사 파이낸셜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면서 할인 이벤트를 연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기업에서 노출하는 할인율은 절댓값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할인 폭은 ‘최대’라는 명사를 수반한다. 복잡한 가격구조로 인해 최대 할인율을 제시한다. 즉 조건에 따라 1000만원이 100만원으로 될 수 있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소수를 위한 할인

자동차 회사가 제시한 할인 가격에 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조건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예가 브랜드 계열 여신금융회사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제조사나 딜러사에서 제공하는 자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인 폭을 늘려주는 조건이다. 일부 업체는 이자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 할인 금액보다 오히려 카드사의 오토론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구매유형에 따라 할인율도 달라진다. 대개 리스, 할부, 일시불 순으로 할인율이나 이자율이 높다. 이 역시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할인율은 할부가 더 높지만, 막상 계산해보면 세금이나 각종 보험료 등 부대비용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재구매 고객에게만 할인해주는 일도 있다. A사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가 A사의 차량을 재구매할 때만 할인해주기도 한다. 중고차로 반납하는 ‘트레이드인’을 계약 조건에 내걸어야 할인 폭을 키워주기도 한다. 특정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회사 직원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회사가 제시하는 혜택 조건을 모두 만족할 때만 ‘최대’ 할인 폭에 맞춰 차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조건들을 맞추기가 어렵다. 할인받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어떤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실제 구매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소비자의 발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입차 파이낸셜은 일정 조건의 가격 할인 혜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회사는 추후 예대차익으로 할인 금액만큼 회수하는 구조를 지녔다. 할부가 대표적인 예다. 캡티브사의 최대 할부 금리를 보면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은 9.22%,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8.99%다. 수입차는 최대와 최저 금리만 공시하기 때문에 딜러사 재량에 따라 금리는 천차만별이다.

이는 국산 자동차 할부와 리스 캐피털을 운영하는 A사의 최대 금리(5.5%)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자동차 구매자의 금융 컨디션에 따라 이자율은 더 오를 수도 있다. 자동차할부 금리는 조달이율과 영업비용, 대손비용, 판매관리 등이 반영돼 결정된다. 차량별로도 금리가 조금씩 다르다. 지난해 수입차시장 선두를 지킨 벤츠의 금융자회사 벤츠파이낸셜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이자수익만 7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무려 48.2% 늘었다. 같은 기간 리스수익은 10.4% 늘은 1001억원을 거뒀다.

복잡한 가격결정 구조 ‘역이용’

국내 브랜드는 모든 지점이 같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가격 결정 구조가 단일화돼 있어서다. 수입차는 국내 판매 가격의 60%가 원가다. 나머지는 업체와 딜러사의 이윤, 물류비, 마케팅 비용, 세금 등으로 나간다. 세금은 관세와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다. 원가 대비 25% 정도가 세금으로 나간다. 이에 따라 지역별 딜러 회사들이 서로 다른 할인율을 갖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유통 구조도 할인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는 차를 수입하고 판매하는 법인으로부터 직접 차를 구매할 수 없다. 오직 차량을 독일 본사에서 수입해 국내 딜러사에 중개·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차를 사기 위해 소비자는 딜러사에 방문해야 한다. 사실 방문할 필요까지도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서울에서 거주하는 소비자가 부산 딜러와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리가 멀다면 탁송 등에서 부대비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유통 단계가 복잡하다 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수입차의 수입 방식도 가격 결정 요인이다. 일반 수입차는 옵션 폭을 한정지어 놓은 뒤 그에 맞춰 미리 본사에서 생산을 요청하여 수입한다. 이후 옵션과 색상에 맞는 차량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구조를 지닌다. 그러다 보니 국산차와 같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 가격대비 효율이 뛰어난 옵션들을 주로 장착하고 국내에 상륙한다. 이를 고려하면 수입차 가격이 국산차와 비슷해졌다는 것은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가격대 차량이라 하더라도 옵션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 대부분 카탈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 자동차 비교 사이트를 통해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수입차의 세세한 옵션까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를 잘하는 것이 포르쉐다. 포르쉐의 지난해 마진율은 9%에 달한다. 포르쉐는 차 한 대를 팔면 무려 1만7250달러(약 1900만원)의 이윤을 남긴다. 이는 포르쉐 옵션가격에서 비롯된다. 포르쉐 전체 판매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SUV ‘마칸’은 차량 기본 가격이 4750만달러(약 5300만원)이다. 여기에 21인치 휠을 추가하면 600만원, ‘에스프레소’ 가죽 시트를 추가하면 약 550만원, 커스텀 보디컬러를 선택하면 약 730만원이 추가된다. 해당 옵션이 장착된 상태에서 국내에 수입된다면 가격은 높게 측정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낸 수익은 대부분 본사로 환원된다. 지난해 기준 벤츠는 63.16%, 토요타 88.6%,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100.1% 등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배당성향은 주주에게 배당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수입차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일부 업체의 경우 글로벌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낸다”면서 “A사의 수익 대부분은 할부와 리스에서 생겨난다. 이 때문에 판매사는 소비자에게 리스금융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경우 일종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단순 판매(현금)로 인식되는 수익 비율은 제한적인 편이다. 이렇게 모인 수익은 본사 연결 매출로 보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