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스마트폰 코리아'의 위상도 휘청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고전하고 있으며 전체 점유율은 하락 일변도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정은 더 처참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펜타 카메라 스마트폰 LG V40 씽큐는 지난해 초 출시된 갤럭시S8에도 밀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LG V30과 판매고를 비교하면 초반에는 많은 출고를 기록했으나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오히려 출고가 떨어지고 있다는 불안한 소식도 들린다.

최근 LG전자가 12월 한 달 LG V40 씽큐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10만원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에 돌입했는데, 이 역시 낮은 판매고에 기인한 출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황정환 부사장을 MC사업본부 수장에서 교체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를 둘러싸고 이견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스마트폰 경쟁력마저 밀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중국 제조사의 '굴기'와 전반적인 업황불황에도 스마트폰 코리아에게 내년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가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화웨이, 애플, 샤오미가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다. 안슐 굽타 가트너 책임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전체 시장을 견인했다며 “화웨이와 샤오미를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업체 목록에서 제외시킨다면 최종 사용자 대상 스마트폰 판매는 5.2% 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지만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한 반면, 나머지 제조사들은 탄탄함을 보여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22.3%의 점유율이었으나 올해 3분기 18.9%로 하락하며 주춤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 9.5%에서 올해 3분기 13.4%로 크게 상승했다. 애플은 전년 동기와 올해 3분기 11.8%의 동률을 보여줬고 샤오미는 전년 동기 7.0%에서 올해 3분기 8.5%로 올랐다.

1위 삼성전자와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LG전자 스마트폰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내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5G 시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며, 애플은 빨라야 2020년은 되어야 5G 단말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4G 시대에도 적용이 늦었어도 빠르게 따라잡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5G는 4G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5G 경쟁이 중국과 한국의 대결로 압축되는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발 빠르게 5G 단말기를 준비하고 있는 LG전자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로버트 코자 가트너 책임 연구원은 "내년은 다양한 5G 기술의 연구 개발과 테스트 및 시범 적용에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나, 2020년 이전에 5G가 모바일 기기에 대거 상용화되는 어렵다. 2020년 5G 휴대전화 판매량은 총 6500만 대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초기 관심 단계를 넘어서면, 폴더블폰의 가격은 높을 것이고 사용 편의성도 절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소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곳이 한국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G 시대에서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물론 단기간에 결판나기는 어렵다. 로버트 코자 연구원은 "업체들이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개발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5G 단말기 경쟁에서 사실상 한 발 늦은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5G 전투가 시작되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G 스마트폰을 빠르게 출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이미 폴더블 스마트폰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LG전자도 비슷한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역시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기술력 측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전자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한편, 5G와 폴더블을 중심으로 내년 새로운 가능성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론 LG전자보다 삼성전자에게 더 유리한 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통신 장비까지 5G 핵심 라인업을 모두 꾸릴 수 있고, 자체 인공지능 등 그 이상의 경쟁력이 있다"면서 "LG전자는 아직도 핵심 기술을 외부에 의존하는 등 약점이 많기 때문에 일부 수혜는 있겠지만 당장 시장에서 의미있는 효과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G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열리면 LG전자에게도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그 틈새마저 삼성전자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