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패션업계 빅3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하반기 가을겨울(F/W) 시즌 주요 트렌드인 ‘애슬레저(Athletic+Leisure)’를 전면에 내세워 스포츠웨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삼성물산은 2014년부터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의 자문을 받아 스포츠 브랜드 인수합병, 자체 브랜드 론칭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이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뒤를 바짝 쫓아온 LF와 격차를 다시 벌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 삼성물산의 스포츠웨어 시장 진출은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87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67억원)보다 1%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온라인 쇼핑몰 ‘SSF샵’ 이용자가 급증한 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LF와 2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여왔다. 이랜드월드는 올해 상반기 1조66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패션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 패션업계 빅3 2018년 상반기 매출이다.  2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경쟁을 벌이는 LF와 삼성물산의 상반기 매출은 377억원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 2위 자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3위 LF도 선전해 2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LF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7785억원)보다 7.6% 증가한 8382억원을 기록했다. 두 업체 간 매출격차는 377억원까지 좁혀졌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격차를 벌리고자 하반기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이랜드, LF 등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애슬레저에 특화된 스포츠 브랜드 론칭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스포츠웨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그간 국내에서는 아웃도어 시장이 스포츠웨어 시장보다 컸다. 특유의 편안함과 가벼움 등으로 중년층의 인기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시장규모 7조1600억원을 기록했던 아웃도어 시장은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해 지난해에는 4조5000억원까지 시장규모가 줄었다.

▲ 아웃도어시장은 점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출처= 삼성패션연구소

그 사이 스포츠웨어 시장은 지속 성장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조8000억원에 불과하던 스포츠웨어 시장은 지난해 7조1122억원으로 성장했다.

▲ 스포츠웨어시장은 아웃도어와 반대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출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업계에서는 최근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스포츠웨어 시장이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기존에는 주로 남성들이 즐겨 찾았던 스포츠웨어 시장에 스포츠와 레저를 취미로 삼는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웃도어 브랜드를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하고 각종 스포츠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관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을 스포츠웨어 시장이 대체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편승하겠다는 구상이다.

‘빈폴아웃도어’가 지난 8월 ‘빈폴스포츠’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패션 스포츠웨어로 탈바꿈했다. 등산에만 국한된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BI)을 변경한 것이다. 이는 휠라나 아디다스 등과 유사하게 오리지널·액티브라인 등으로 나눠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에는 미국의 1위 러닝 브랜드 ‘브룩스 러닝’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획득했다. 한강과 5분 거리에 있는 가로수길 인근 세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론칭했다. 삼성물산은 브룩스 러닝의 슈즈·의류의 국내 독점 판권을 소유하는 동시에 의류는 라이선스를 별도로 획득해 자체 기획·생산 체제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난 10월 토리버치의 ‘토리 스포츠(Tory Sport)’를 강남의 갤러리아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통해 선보인다. 삼성물산의 고가 라인 브랜드 준지에서도 영국 축구 브랜드 ‘엄브로’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엄브로는 현재 데상트코리아에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스포츠웨어 시장 진출에 대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웨어 시장이 성장은 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지속 떨어지고 있고 경쟁 브랜드들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조6000억원대의 스포츠웨어 시장은 전년 대비 5.0% 성장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스포츠웨어 시장은 10.4% 성장했다. 1년 사이 절반 이상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올해 스포츠웨어 시장은 3.8%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2.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 스포츠웨어시장 시장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성장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출처= 삼성패션연구소

롯데백화점의 레저스포츠 분야 성장률을 봐도 2014년 13.2% 성장한 관련 분야는 2015년 6.8%, 2016년 0.5%, 2017년 1.3% 성장세에 그쳤다.

과거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언더아머, 데상트, 뉴발란스 등 관련 브랜드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포츠웨어로 큰 성장을 이룬 데상트도 2015년부터 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5년 8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데상트코리아는 2016년 724억원으로 13.9%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6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 줄었다.

▲ 스포츠웨어로 큰 성장을 보인 데상트코리아의 매출도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F도 지난해 2월 질스튜어트 스포츠를 내놓고 스포츠웨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소수 브랜드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스파이더, 언더아머, 데상트 등 신흥 스포츠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 브랜드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캐쥬얼 브랜드와 골프 브랜드를 전개해오며 기능성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브랜드보다 자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러닝 문화가 정착되면 니즈(Needs)에 맞게 매장 확대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