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성수사결의도(內城殊死決意圖), 333.3×248.5㎝ oil on canvas, 1978. 임진왜란 당시 부산지방에서 벌어진 격렬한 전투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낸 6폭 그림. 송상현(宋象賢) 동래부사의 명언 ‘전사이가도난(戰死易假道難)’을 쓴 팻말을 왜군에게 내던지며 동래성을 죽음으로 사수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전황기록도(戰況記錄圖)이다.<사진제공=부산광역시 동래구 충렬대로, 충렬사(忠烈祠) 소장>

어느 날 문득 그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좀 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동이 생길 때가 있었다.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보아 오다가 문득 그 같은 체험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 최예태 화백(CHOI YE TAE)의 세계가 아닌가 여겨진다.

▲ 병자호란-의병항쟁 219.2×290.9㎝ oil on canvas, 1978

최 화백의 작품은 우리에게 두 가지의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안겨주는 수가 있다. 하나는 좀 더 가까이 접근하고 싶은 친근감이요 또 하나는 오히려 함부로 접근하기를 망설이게 하는 엄숙성 같은 것이다.

▲ 향수의 상징, 162.2×130.3㎝ oil on canvas, 1979

서양화가 최예태(崔禮泰 作家, ARTIST CHOI YE TAE)의 작품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는 까닭은 우리가 살아온 이 땅의 자연, 우리들의 마을 그리고 우리의 체취가 스며든 기물 등을 그의 탁월한 역량으로 재발견하고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석류, 40.9×31.9㎝ oil on canvas, 1979

그의 작품은 빈틈없는 구도에다 대담하고 다양한 색채의 변화와 함께 힘찬 박력을 보여주면서도 서정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엄숙한 현대적 리얼리즘의 세계이면서도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있어서 친근감과 공감의 폭을 그 만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 내설악장군봉, 91.0×116.8㎝ oil on canvas, 1979

그리고 그 산과 들과 정물에는 최예태 화백의 인생이 깊숙이 투과되어 그가 아프게 살아온 모든 과거의 진실이 그대로 가슴에 부딪쳐 오는 강한 호소력을 지니는 것이다. 최예태 화백의 작품을 대하면 우리는 그가 하나하나의 사물 앞에서 보냈던 기나긴 각고와 인내의 시간을 읽게 된다.

재능을 신이 부여했다고 한다면 그의 예술적 기교는 그 같은 재능에다 몇 갑절 그 사물의 심층과 본질적 핵심에 이를 때까지의 인고의 피와 땀을 응결시켜 그것을 성취시킨 것이다.

△글=김우종(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