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비즈니스 심리학> 조 내버로 지음, 장세현 옮김, 부키 펴냄.

저자는 25년간 FBI 수사관으로 활동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은퇴 후 FBI가 활용하고 있는 심리 해독·행동 분석 기술을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한 강연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책에서는 회의·미팅·협상·프레젠테이션·면접에서 상대의 몸짓과 표정을 읽고 진심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말투, 옷차림, 매너, 주위 환경 조성 등을 통해 상대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얻어 상황과 분위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노하우도 나온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개념은 ‘미세판단(Thin Slice Assessment)’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육체적으로는 약하다. 상대 공격을 막아낼 단단한 외피도 없고, 날카롭고 강한 발톱이나 큰 송곳니가 없다. 다리나 몸통이 민첩하지도 못하다. 오로지 상황을 재빨리 판단하여 행동하는 정신적 기민함이 생존에 중요했다. 지금도 인간은 상황에 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발견하면 가까이 다가가고, 낯선 사람이 바짝 다가오면 슬그머니 거리를 둔다. 행동이나 용모가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자리를 피한다. 모두가 ‘잔여 잠재의식’을 근거로 미세판단을 내려 반응하는 것이다.

미세 판단은 우리가 상대방을 어떻게 느끼는지, 상대방은 우리에게 어떠한 느낌을 받고 있는지,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제시한다. 미세판단은 이런 비(非)언어 데이터들을 통해 1000분의 1초 단위의 극히 짧은 순간에 평가를 내리게 된다. 성패가 종종 거기에서 갈린다.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논쟁이 끝나서야 반박할 말이 떠올라 속상한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는 뇌가 감정적이라서 일어난 현상이다. 대뇌변연계는 감정이 고조되거나 위협을 느끼면 언제나 신경 활동을 장악한다. 도피와 반격 등 생존 행동 이외의 모든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위협에 대한 대뇌변연계의 이 같은 반응은 오랜 세월 인류의 생존에 기여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위협 또는 감정의 격변에 매번 이처럼 반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수 있다. 냉정해야 할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뇌변연계에 장악되지 않으려면 경찰, 소방관, 항공기 조종사처럼 감정을 격렬하게 자극하는 상황들에 대처하는 연습을 평소 해두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속임수, 상황, 감정, 분위기, 행동, 외모 등 6가지 심리 도구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비즈니스를 유리하게 만들어줄 심리도구는 6가지다. ▲교묘하게 감추거나 간파해야 할 ‘속임수’= 상대가 분명치 않은 대답을 하거나 대답을 미룬다면 경계해야 한다. 거짓을 가려낼 때 필요한 질문은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가?”가 아니다. “이 사람은 지금 편안한 상태인가?”다.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상황’=상대방과 마주앉는 것보다 소파나 의자에 나란히 혹은 직각으로 앉을 수 있도록 준비하자. 직사각형 테이블이 있는 경우 고객에게 어느 자리에 앉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고객은 자신이 결정권자 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논리보다 위력적인 ‘감정’=화를 내거나 시비조로 나오는 상대를 향해 더 낮은 목소리로 더 느리게 말하고, 더 깊이 심호흡하라. 그러면 당신의 흥분이 가라앉고, 상대도 그 영향을 받아 무의식적으로 말투가 차분해지며 심호흡을 따라 할 것이다. ▲신뢰를 더해주는 ‘분위기’=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보험설계사와 투자전문가, 의사를 더 신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 ‘행동’=이상하게 대화가 겉도는 기분이 든다면 상대방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상대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을 따라 해보자. 상대방은 깊이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며 당신의 말에 더욱 호응할 것이다. ▲호감을 살 수 있는 ‘외모’=많은 정치인과 비즈니스맨이 스리버튼 정장보다 투 버튼 정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흉부를 많이 드러낼수록 더 정직하고 마음이 열린 사람으로 인식되기 쉬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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