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향후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국면으로 접어들면, 한국 경제 내에서 북한 인프라 사업이 갖는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남북이 30일 경의선과 동해선 등 철도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조사를 앞둔 가운데, 북한 인프라 사업을 한국 경제의 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북한 인프라 건설사업에 선행해 필요한 타당성 조사를 지금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설분야 남북협력사업과 향후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있는 현 상황에서 건설분야 남북협력사업 추진은 제한되지만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간 사회문화와 인도적 협력, 경제협력사업이 활성화되면, 이에 상응해 건설 수요가 파생해 발생해왔다. 또한 활성화의 정도가 클수록 건설 수요도 증가했다. 보고서는 체육분야의 ‘평양류경정주영체육관’, 보건분야의 병원 건설과 함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사업 당시 발생한 단지 조성, 전력, 진입로 등 기반시설과 공장 등의 건설 수요 증가를 그 예시로 꼽았다.

보고서는 비핵화가 진전되고 대북 제재가 단계에 따라 완화되면, 건설 분야의 남북경협사업이 점차 중소규모에서 대규모로, 양자간 관계에서 다가간 관계로, 저강도에서 고강도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장차 남북 공유하천 정비사업, 북한산 골재 수급, 북한 농촌 현대화 등으로 경협사업이 진행되고,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파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도로, 철도, 항만, 전력, 수자원, 산업단지 등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적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면, 개발대안 검토, 사업의 기대효과와 총사업비 예측 등이 가능해 국내외 투자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석 연구실장은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국제사회가 주시할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연구실장은 “우리 기업이 사전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 외국기업에 비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타당성 분석에 필요한 자금은 공적자금(남북협력기금) 뿐 아니라 건설관련 단체의 모금으로 조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판문점 선언 이행에 따른 남북협력사업 비용 예산으로 2019년 약 4712억원이 쓰일 계획이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는 동시에 5.24 조치(2010년) 이전 남북교역이 가장 활성화되었던 2009년 남북교역이 한국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4%에 불과해 한국 경제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로 북미수교,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국제사회 속 정상국가가 되면 고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경협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한국과 교역을 시작하면 과거 한국이 전 세계와 교역해온 방식으로 수익성 중심의 남북 교역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남북한이 동일 언어, 문화, 근접성 등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 대북 관계에서 상당한 경쟁 우위를 가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남북경협의 수준과 규모는 지금의 미미한 수준에서 벗어나고, 한국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근거다.

보고서는 향후 제재완화국면으로 접어들 때 “건설 분야 남북협력사업은 명분 있는 사업으로 UN 제재위원회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사업을 단․중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그 대상은 공공성을 확보한 사업, 전략물자의 반출 가능성이 낮은 사업, 남북한 모두에게 혜택(win-win)을 줄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북협력사업의 수요자가 북한 당국인 까닭에 북한 당국과 주민들에게 필요한 인프라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4 공동선언 가운데 인프라 부문 투자예상 비용은 약 58억달러 규모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다만 내실 있는 경협 추진을 위해 민간 투자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남북경협이 중단될 경우 손실보상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해 피해기업의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성 높은 인프라 건설사업이라면 공공 부문의 선도 투자로 민간 위험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또한 향후 과제로 북한 지역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상황을 대비해 숙련된 건설기능 인력을 확보해야 할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용석 연구실장은 “북한 건설기능인력 훈련센터 설립을 검토하고, 여기서 훈련된 북한 건설인력은 북한 내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해외건설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 활성화가 미국의 속도를 넘어서고 있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남북한 모두의 경제 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촉진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해제시키는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의 양해로 경협을 일정부분 추진해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고, 또한 북한을 설득해 또 다시 비핵화를 진전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