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돈슨’, ‘믿거넥’. 일부 게임 유저들이 넥슨을 이렇게 부른다. 전자는 넥슨이 게임 내 과도한 과금 결제를 유도한다는 식의 조소이고 후자는 ‘믿고 거르는 넥슨’의 줄임말이다. 두 오명을 취합하면 ‘돈 밝히는 넥슨 게임은 믿고 거르는 게 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유저들의 비판에는 맥락이 있다. 넥슨은 2000년대 온라인 게임의 부분 유료화 수익모델 정착에 앞장서며 많은 돈을 벌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넥슨의 행보는 게임 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까지도 넥슨의 일부 게임은 과금 유도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

그러나 덮어놓고 ‘믿거넥’을 외치는 모습은 불편하다. 넥슨이 게임 시장에서 긍정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넥슨은 지난 1월 듀랑고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라는 틀을 벗어나 그간 MMORPG에서 볼 수 없던 콘텐츠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는다. 개발기간 약 6년, 개발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공들인 게임이기도 하다. 과금 모델은 사실상 결제를 하지 않아도 만렙까지 키우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게임 인지도에 비해 국내 앱 마켓에서 저조한 매출액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넥슨은 11월 열린 지스타에서 총 14종의 게임을 내놓았다. 세 가지 정도가 눈에 띄었다. 우선 장르가 다양하다. 퍼즐, 액션, MMO, 수집형, MOBA 등 세부 장르로 구분하면 9가지 장르의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대형 게임사들의 사업 추세가 다양한 장르보다는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일부 장르에 주력하고 실패를 최소화하는 걸 감안하면 의미 있는 행보다.

기존 IP의 이식이나 재해석으로 만든 게임이 아닌 신규 IP 게임도 출시한다. 넥슨의 과거 PC게임 IP를 이용한 4종의 모바일 게임을 제외하면 이름만 봐서는 감이 잘 오지 않는 게임들도 많다. 게임사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지금 시장에선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이 흥행하는 게 현실이다. 게임사는 자연스럽게 기존 인기 IP의 힘에 기댄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다. 이 와중에 새로운 것을 생산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공개한 신작 중에는 데이브와 네 개의 탑, 드래곤하운드 등이 그 예다.

특히 네 개의 탑은 유료 게임으로 출시된다. 전작인 에프터 디 엔드에 이어 유료형 게임 모델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콘솔 게임처럼 일정 금액으로 게임을 구입하고 과금 스트레스 없이 온전히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원하는 유저들도 많다. 국내에 관련한 시도를 찾아보기 힘들 뿐이다. 에프터 디 엔드의 사업 지표가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시도를 이어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 대세가 중론이지만 PC 신작도 3종 공개했다. 그중 두 개는 자체 개발작이다.

긍정적 행보 몇 개가 그간 쌓인 기업의 이미지를 한순간 바꿔놓기는 힘들지만 반대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좋은 시도까지 저평가받는 건 다소 아쉽다. 믿고 거른다는 태도보다는 잘한 건 칭찬하고 못한 건 꾸짖는 태도가 게임 산업과 기업의 향후 행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