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 CEO는 100년 된 회사를 개조하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출처= gmauthority.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 경영자(CEO)는 GM이 지난날 스스로 개척해 온 자동차 산업의 혁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사명을 띠고 2014년 1월 그 자리에 올랐다.

바라 CEO는 100년 된 회사를 개조하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 못하면 GM은 사전에 붕괴를 막지 못한 시어즈(Sears)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GM이 전기 자동차와 무인 자동차로 상징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CNN이 11월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사는 이날, 급여를 지급하는 인력의 15%를 줄이고 북미지역 5개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GM은 2020년까지 연간 약 60억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는 제프리 손넨펠드 교수는 “큰 혼란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메리 CEO는 이제 한물 간 구닥다리 자동차나 판매하는 것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녀는 GM이 또 다른 코닥, GE, 시어스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회사의 혁신이다”고 말했다.

GM은 또 쉐보레 볼트, 임팔라, 크루즈 등의 자동차들과도 작별을 고하고 있다. 대신 GM은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수익성 높은 SUV 차량을 더 많이 만들 것이다.

온라인 자동차 정보 업체 에드먼즈(Edmunds)의 제레미 아세베도 분석 담당 매니저는 “GM은 이러한 자동화의 미래로 나가는 교두보로 고급 SUV와 트럭을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의 비약적 발전

바라 CEO가 너무 늦기 전에 지금 결정한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테슬라라는 회사가 전기 자동차가 생존 가능하고 장래에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0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가 전체 판매량의 11%를 차지할 것이다.

에드먼즈의 아세베도 매니저는 “전기차 기술은 현재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내에 이 산업이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다. 이 산업은 지금 생존에 적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라 CEO는 11월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GM이 장기적인 성공 궤도에 으르려면, 변화하는 시장 조건과 고객의 취향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라 CEO는 또 경제 여건과 회사 사정이 그래도 튼튼한 지금,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지금 집중 포화를 맞고 있지만

하지만 GM은 수천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11월 26일의 발표로, 미국과 캐나다의 정치인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번 구조 조정은 약 8000명의 월급 생활자들을 희생시킬 것이다. 추가적으로 6000명의 시간제 임시직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다른 공장에 재배치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어렵군요. GM이 공장을 폐쇄한다는 말을 듣고 바라에게 말했죠. 나라가 GM을 위해 베푼 많은 일을 생각해 보라고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바라 CEO에게 “조만간 미국 공장을 다시 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물론 바라 CEO는 GM이 다음 세기에도 미국의 위대한 회사로 남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예일대학교의 손넨펠드 교수는 “바라는 GM의 과거를 못 잊고 눈물 어린 향수를 느끼는 낭만론자가 아니다. 그녀는 정치인도 아니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책임 있고 정직한 방식으로 회사의 경제적 건강을 돌봐야 하는 기업가다”라고 지적했다.

▲ GM은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함께 승차공유 서비스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출처= gmauthority.com

시어스의 운명은 피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과거와의 사랑에 빠져 미래를 보지 못하는 회사들을 수없이 봐 왔다. 한때 소매업계를 지배했던 시어스는 지난 10월 파산을 신청했다. 시어스는 아마존 시대에 몰락한 가장 최근의 오프라인 업체에 불과하다.

이스트만 코닥도 한때 해당 업계의 선구자였다. 코닥은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사진 시대로 진화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결국 2012년에 파산에 직면했다(이 회사는 1년 후에 겨우 파산에서 벗어났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의 위기에 처했다. 제프 이멜트 전 GE 회장은 최근, GE의 산업 비즈니스를 적자 금융 계열사인 GE 캐피털에서 분리시키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이멜트 재임 중 GE는, 2015년 알스톰의 전력 사업을 인수하면서 화석 연료 사업을 오히려 두 배로 늘렸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의 성장으로 석탄과 천연가스 사업이 붕괴되면서 그 결정은 재앙으로 드러났다.

 

내일의 GM은 우버처럼

GM은 월마트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 한다. 시어스와 달리 월마트는 33억달러에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전자상거래에 크게 투자했다. 아마존의 시대에 월마트는 전통 소매업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클리퍼 경영학 교수는 “현재 월마트가 소매업계에서 살아남는 이유는 매일 매일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경쟁력이지만, 앞으로 월마트가 잊히지 않고 앞서 가며 살 수 있는 길은 온라인 전략이다. 그것이 월마트가 누구보다도 온라인에 적극적인 이유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GM의 리더십도, 현재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 뿐 아니라 동시에 미래를 위해 혁신함으로써, 월마트 같은 ‘양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미래는 매우 다르게 보일 것이다. GM은 단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시대에 승차 공유 서비스도 제공하는 회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1년 전에 GM은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면 그 자동차의 수명 기간 동안(이를테면 10년 동안) 3만달러의 돈을 벌 수 있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 사업을 할 경우 자동차 한 대로 수십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급격한 변화는 GM 직원들에게 단기간에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에드먼즈의 아세베도 매니저는 “GM이 미래를 향해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더 쓴 약을 삼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