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라이엇게임즈가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개막전에서 공개한 가상 걸그룹 K/DA가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곡 팝스타는 미국 아이튠즈 K-팝 차트를 석권했고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차트인 빌보드도 K/DA를 소개할 만큼 관심을 보였습니다.

 

케이다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으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이며 실제 아이돌인 전소연, 조미연, 메디슨 비어, 자이라 번스가 참여했습니다.

성과가 놀랍습니다. 27일 오전 10시 기준 유튜브에서 K/DA의 결승전 개막식 영상은 1300만 조회를 기록했고 팝스타 정식 뮤직 비디오는 무려 8700만 조회수를 돌파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요. 3개월도 아닌, 고작 3주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팝스타 발매일은 지난 3일입니다.

K/DA의 미친 존재감을 두고 업계에서는 게임 산업의 미래와 팬덤의 존재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상과 실제의 콜라보가 흥미로운 시너지를 내는 장면도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K/DA 존재감의 행간에는 반드시 짚어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의 시너지입니다.

▲ K/DA의 팝스타 조회수는 8700만을 넘었다. 출처=갈무리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를 대표하는 ICT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텍스트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바일이라는 단말기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중심으로 음성 인터페이스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이 대목에서 글로벌 동영상 강자인 유튜브가 나타났습니다. 유튜브는 비 영어권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말 그대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결제 모듈을 지원해야 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유튜브는 무료 서비스로 풀려 더욱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유튜브는 그 여세를 몰아 국내 시장에 진출,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이슈의 진앙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며 네이버와 카카오 등 텍스트 기반 플랫폼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동영상 시대가 열리는 셈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행보를 보여줬을까요? 초기 두 기업은 철저한 방어전에 나섰습니다. 무료 생태계의 특성을 가진 유튜브를 경계하며 콘텐츠 권리를 보장받기를 원했던 지상파가 만든 SMR(스마트미디어랩)의 우산으로 들어갔습니다. 유튜브에 지상파 콘텐츠가 들어가지 않고 두 포털에 지상파 콘텐츠를 투입하는 작전. 지상파는 콘텐츠 수익을 벌 수 있고 포털은 유튜브에 없는 지상파 콘텐츠를 가지는 나름의 윈윈구조입니다. 이대로 네이버와 카카오, 지상파는 행복했을까요?

아닙니다.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 시장이 부상하며 유튜브 생태계는 국내에서 팽창일로를 거듭했고, 이제 방어전으로 막을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모바일 첫화면 개편 등을 통해 동영상과 커머스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이는 장면은, 결국 초기 방어전이 실패했음을 시사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국내 포털의 변경된 전략입니다. 유튜브의 아성을 부수기 위해 오로지 동영상에만 천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은 동영상과 커머스의 연결로 보이지만, 그 마저도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이 핵심입니다. 그저, 동영상만 잘 만들어 커머스에 붙이면 수익이 날 것이라고 보는 셈입니다. 네이버는 많은 소상공인들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부흥이라는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전략의 끝이 동영상에 천착된다면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만들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오만함에 가깝습니다.

한 발 더 나가야 합니다. 단순히 동영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로의 귀결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SMR 중심의 수세적인, 적대적인 태세를 버리고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동영상에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리 네이버라도, 네이버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동영상 소비가 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만 들여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모을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은 없기 때문입니다.

K/DA의 성공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게임을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동영상 사용자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콘텐츠의 철학이 필요하며, 다양한 영역을 동영상으로 모아 이를 미디어의 틀로 구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동영상을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볼 것이다? 뉴미디어에 여전히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 이는 '미몽'에 가깝습니다. 제2, 제3의 파생 서비스를 만들며 영역을 키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