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설비에 대형사고가 발생해 여러 거래처가 곤란을 겪었습니다. 언론과 기관에서 보상이 도리라고 해서 저희 회사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했지요. 그런데도 계속 이번 사고에 대한 비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상했는데도 위기관리가 잘 안 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사실 보상이나 배상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가 위기관리 방안은 아닙니다. 거래처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는 피해도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도 발생한 것이죠.

피해자들의 관점에서도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는 것은 그냥 당연한 것일 뿐, 그것이 자신에게로 향한 회사의 배려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일단 불필요하게 피해가 발생했고 심리적이나 물질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분노할 것입니다. 피해 보상이나 배상에 감사하고 감격까지 하는 피해자는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피해를 보상해 주지 않으면 위기관리 자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해주었다고 해서 위기관리가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위기관리의 핵심 대상은 사고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얻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그 다음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과 같은 사고를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회사의 의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에 기반한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 방지 대책을 적절하게 수립해 발표하고 투자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단번의 피해는 보상 가능하지만, 같은 사고가 자꾸 반복되면 피해보상 자체도 점점 더 힘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기업이 피해보상이나 배상을 위기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상을 했으니 잠잠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실 피해 보상이나 배상액이 사고방지를 위한 시스템 투입 예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도 있습니다.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면 수백억이나 수천억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심정적인 피해 보상은 보기에도 좋고, 예산도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개선책보다는 보상을 상대적으로 선호합니다.

같은 사고나 문제가 심각하게도 반복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입니다. 해당 사고가 몇십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하는 희귀한 것인데, 그에 대한 방지를 위해 엄청난 예산과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붓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그때그때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을 해주고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산을 포함해 모든 것이 전략적이고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기업에 따라 대표이사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위기관리 개념과 방향은 각기 다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좋은 위기관리고 어떤 것이 나쁜 위기관리라는 평가는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일 것입니다. 불행히도 그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기업이 그것에만 관심을 두게 되면 그들의 피해는 또 불필요하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문제를 개선해서 사고나 피해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그들 이해관계자가 불행하게 피해를 입을 수는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이니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