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꽃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배우 김혜수의 연기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인 듯하다. 16세의 어린 나이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당대 하이틴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성인 연기자가 된 이후에는 작품을 막론하고 가장 빛나는 자리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요부,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과자 회사의 대표, 어두운 뒷골목 세계를 움직이는 흑막, 사기 도박판의 꽃인 E대나온 설계자 등 그녀의 연기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우리 역사의 가장 큰 국난으로 회자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행 통화정책담당자라는 특별한 역할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관객들을 맞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우 김혜수를 만나 그녀의 연기 인생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 <국가부도의 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고 왔다. 

<미옥> 이후 약 1년 만에 스크린에서 관객들은 만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어떤 영화인지?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그 사건 ‘IMF 외환위기’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외화를 빌려오는 것이 확정되기 전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 금융인들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다가 어려움을 겪으셨던 많은 분들이 겪고 느낀 것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저는 영화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았고요.

영화 <국가부도의 날>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재미가 있었고요 또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7년 당시에 일을 하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때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부분들도 있고요. 당시에 알고 지냈던 어떤 지인은 갑작스럽게 주소도 안 알려주고 이사를 가 버리기도 했고요. 해외에서 유학하던 많은 친구들이 폭등하는 환율을 견디지 못하고 귀국하는 모습도 기억이 나고요.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혹은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잖아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것도 거기에 저도 참여한 기억이 나네요. IMF에 구제 요청이 확정된 당시의 뉴스 앵커의 멘트도 기억이 나네요. 그러한 아픈 기억들을 되짚어 봄으로 다시는 우리나라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발견했고요. 

▲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현시현 역을 연기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특성상 어려운 경제 용어 그리고 긴 영어 대사들이 많이 쓰이는데 어렵지는 않았는지.  

당연히 어려웠죠. 제가 당시를 겪기는 했지만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맡아야 할 배역은 경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팀 팀장이라니.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경제 전문가 분을 찾아가 별도로 강의를 듣기도 했고요.전문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되도록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영어공부를 더 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영화촬영 들어가기 전에 두 달 정도를 준비한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 중간 중간에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계속 보충했고요.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연기를 준비하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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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뱅상 카셀’이 영화에 특별 출연했는데 그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영화 속에서만 보던 글로벌 스타 배우를 본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라했던 기억이 나네요. 연기를 같이 해 보니 역시 이름값에 맞는 프로정신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장면과 상황을 분석하는 관점이 아주 예리했고요, 제가 차마 발견하지 못한 연기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의견을 이야기해주기도 했고요. 나중에 영화 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분에게 들으니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보내고 정식으로 출연요청을 한 것에 대해 뱅상 카셀이 시나리오를 읽고서 아주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고 하더라고요. 헐리웃 스타가 온다고 해서 다든 긴장상태에 있는 촬영 스태프들과 다른 배우들에 친절하게 말을 걸고, 농담을 하는 등으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걸 보니 역시 ‘헐리웃 스타는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번 영화를 한국은행에서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은행에서 당시의 어려움들을 몸소 겪으신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을 들으니 한국은행 분들이 영화를 보고서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저도 궁금해지는군요. 물론 영화에는 극적인 각색이 들어가서 당시에 일어난 정확한 사실하고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다른 것보다도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니 그 부분에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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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연기에 몰입하는 방법은

작품마다 달라요. 너무 단답으로 대답했나요? (웃음) 정말 저는 그래요.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이나 분위기 영화 내용을 고려해서 몰입하는 방법을 정하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저는 어떤 일에서 완벽을 추구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부족한 면이 많죠.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좋은 점들을 이야기해주시니 감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네요. 저는 그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본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이번 영화에서 ‘한시현’이라는 캐릭터는 자기에게 맡겨진 본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 부분에 스스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어요. 

관객 여러분들은 ‘마음대로’ 저를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여러분들이 김혜수라는 배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은 모두 다르실테니. 저는 제가 하는 일, 본분에 충실한 배우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