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개점일, 영업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업계는 면세점 업계였다. 전체 수요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소비가 줄어들어 면세점들의 매출은 급락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낸 국내 면세점들이 최근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증가세가 이어져 매출이 점점 회복되고 있다. 이에 면세점들은 해외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점점 살아나는 면세점

9월까지만 해도 국내 면세점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면세점 구매 총액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代工)’들의 소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규제를 하겠다는 소식들은 이전까지 소문으로만 돌았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있어났다. 지난 9월 28일 중국 세관은 상해공항에서 따이공들의 구매품목에 엄청난 세금을 매기고 수많은 물건(주로 한국 면세점 구매품들)을 압수한 사실이 중국의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조치로 밝혀졌고, 중국인 방문객의 한국 내 소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일련의 변화는 긍정적 변화가 반영된 지표로도 나타난다. 한국면세점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8.6% 늘어난 14억3819만달러(약 1조6223억원)로 역대 매출 순위 6위로 기록됐다. 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동안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29억1736만달러(약 14조6082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의 128억348만달러(약 14조4794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한국면세점협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 사드 보복의 ‘메인 타깃’이 된 롯데면세점의 회복이다. 지난해 25억원까지 떨어 롯데면세점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281억원을 기록하면서 사드 이전 수준의 실적을 점점 회복하고 있다.  

일련의 성장세에는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의 2018년 10월 출입국 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152만7832명으로 지난해 10월의 116만5638명보다 약 31.1%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제한적으로 한국 단체관광을 허가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추후 중국인 단체관광이 완전히 허용되면 면세점들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물이 들어오니...  

업계의 상황이 점점 나아짐에 따라 면세점들은 대(代) 외국인 마케팅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면세점 중에서는 가장 최근인 지난 1일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달 8일 약 1만명의 왕홍(網紅·파워블로거,SNS 인플루언서)들을 데리고 있는 중국의 기획사 ‘레드인 왕홍왕’과 한국 중소·중견 브랜드 중국 마케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1인 평균 3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왕홍 66명들이 참가해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한국 뷰티브랜드들을 알리는 ‘K-뷰티 페스타’의 개최를 결정했다.

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서 중국의 유명 파워블로거 왕홍 3명을 초청해 그들이 진행하는 쇼핑 버라이어티쇼 ‘인기왕홍 쇼핑배틀(이하 쇼핑배틀)’을 시작했다. 

▲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개최한 이벤트 '왕홍 쇼핑배틀' 출처=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현지 고객들에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인지도를 높임과 동시에 서울 강남지역의 주요 관광지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했다”면서 “이후에도 서울 강남의 숨은 매력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다국적 고객 확충을 위해 지난 14일 대만·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6개국 글로벌 파트너사 관계자 33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서울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롯데의 관광 인프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가하면 신라면세점은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국과 중국 VIP 고객 총 80명을 초청해 라프레리와 함께하는 ‘더 뷰티하우스 위드 라프레리(The Beauty House With La Prairie)’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라면세점은 스위스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라프레리’와 손잡고 행사를 열어 두 업체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했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라프레리’, ‘크리니크’, ‘조 말론 런던’ 등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해외 뷰티 브랜드의 신라면세점 단독 상품을 출시함으로 화장품·향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일 K-POP 그룹 GOT7(갓세븐)과 일본 팬들이 만나는 시간 ‘슈퍼 럭키 데이 위드 GOT7, 프레젠트유(Super Lucky Day with GOT7 <Present: YOU>)’ 이벤트를 개최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한류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아시아 지역 관광객들의 방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다양한 한류 콘텐츠 경험을 기대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면세점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는 행사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면세점은 K-POP그룹 갓세븐 글로벌 팬미팅으로 브랜드 알리기를 시도했다. 출처= 신세계면세점

"계속 나아질 것" 

이와 같은 마케팅 활성화는 앞으로 업계의 분위기도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보는 의견들에 힘을 싣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사드 문제 이후로 침체된 면세점 업계의 분위기에 이따금씩 들려오는 중국의 따이공 규제 소식은 업계가 지금보다 더 침체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규제는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났고 최근 중국을 포함해 해외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는 여러모로 국내 면세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사드 문제로 한동안 많은 고생을 한 국내 면세점이지만 면세점의 시장 규모는 연간 13조원 이상이며 지속 성장하고 있는 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외교 갈등 해결이 진전을 보이는 국면과 해외 관광객 수 증가 등 여러 측면에서 면세점 업계의 분위기가 점점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각 업체들의 대(代)외국인 마케팅 활동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