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 몇 년간 절치부심하며 기업공개(IPO)시장에서 꾸준한 준비를 했던 것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지난해 선임돼 대신증권 투자은행(IB)사업부의 세대교체에 성공한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을 만났다. IPO시장에서의 이유 있는 질주와 사업계획 등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작년 취임한 박 부문장의 올해 IB 성적표는 합격점이라 할 수 있다. 전체 증권사 IPO실적 9위에 머물렀던 대신증권이 11월 현재까지 상장건수 9건에 공모총액 4784억원으로 1위를 수성하며 IB 강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1973년생인 박 상무가 IB 최고 책임자로 선임된 일은 증권업계에서도 화제였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기 때문이다.

“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조직이 젊어졌으며 보고체계가 빨라지고 슬림해졌다는 것입니다. 예전 전무·부사장 등에게 보고하기 위해 서류결제만 반나절이 걸렸다면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빠르게 보고합니다. 의사결정 체계가 빨라지다 보니 영업환경도 더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됐습니다.”

박 상무가 부문장이 되면서 대신증권 IB는 전보다 가족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 소통이 원활해져 부서장들이 영업과 실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그는 IPO본부·IB본부·어드바이저리부의 2본부 1부 체제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은 부문을 따로 뒀다. 이는 IPO와 주식자본시장(ECM)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그동안 수익 창출이 원활하지 않았던 어드바이저리는 부서로 둔 것이다.

그는 “3~4년 전부터 IPO를 전략적으로 키워야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IB본부안의 ECM도 성장시키며 이 두 개를 주축으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채권발행시장(DCM)도 지원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금융과 어드바이저리 업무의 경우 외국사를 제외하고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CM은 중견기업, 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해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같은 대형사와 비교해 괜찮은 IB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증권은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대형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아 중견·중소기업에 특화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 상장을 주관해 준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대관계를 쌓고, 부문장 총괄 체제다 보니 본부장들을 조율해 ECM으로의 연계가 쉬워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향후 메자닌 발행까지 바라본 낙수효과를 노린 사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IPO와 ECM을 굳건히 다진 후 상대적으로 약한 DCM과 어드바이저리도 차후 도전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 사진=임형택 기자

주관사 중심 아닌 고객 중심 접근

보통 11~12월 공모시장은 불경기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시장에서 정확한 기업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으며 공모가 예상 밴드 하단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상무는 “회사 관점에서 보면 딜을 끝내고 수수료를 받는 게 맞지만 고객 자산 증식이 더 중요하다”며 “올해 이후 내년이 없는 것도 아닌데 1~2월 시장 수급이 좋을 때 상장시키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 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딜 중 3개 정도가 그런 이유로 상장을 늦춘 사례에 해당한다. 공모가 흥행한다면 대신증권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공모가 흥행하면 오너들이 고생했다고 주변 기업인들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땐 IB맨으로서 보람도 느낀다”라고 했다.

최근 2~3년간 대신증권 IB부서의 이직률이 없다는 것도 이번 IPO 실적 향상에 영향을 줬다. 지난 몇 년간 발품을 팔면서 직원들이 영업할 딜이 꾸준히 들어와 준 것이 이유다.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 사진=임형택 기자

IB명가 재건 나서는 대신증권

과거 90년대만 해도 대신증권은 IB명가이자 사관학교였다. 한국이동통신 같은 굵직한 딜도 진행했다. IPO시장은 2014년 이후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 등으로 거래소의 기업친화적인 심사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중소기업 오너를 대상으로 한 밸런스 클럽도 대신증권 IB 경쟁력을 높였다. 1년에 두 번 경제전망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릴레이션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반도체,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이 있어 네트워크를 넘어 업권 지식을 쌓는 데도 메리트가 있다.

박 상무는 “회사 수익 비중은 아직 리테일이 높은 편이지만 IB는 영업을 진행한 후 낙수효과를 발생시켜 리테일이나 홀세일 등으로 연계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기에, 단순히 수치로 보는 관점에서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업황 분석이 있기에 리서치센터와도 연계할 수 있으며 IPO고객이 공모와 상장을 통해 자산관리(WM)에 중요한 고액자산가가 돼 대신과 거래를 지속시키는 것도 큰 수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중견기업 관련 딜이나 메자닌 발행, 유상증자 등에선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IPO를 잘 다지고 내년 ECM쪽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신기술금융사 조합을 만들어 론칭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였으며, 인력을 더 보강해 내년 커버리지(IB에서 담당하고 관리할 기업의 수)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저축은행, 대신자산운용 등 대신금융그룹 계열사들이 협업한 금융상품도 중요 사업 중 하나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중순위 상품의 경우 리테일 고객들에게도 매력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박 상무는 “지주사 전환 관련 딜 진행을 많이 해 트랙레코드가 쌓였다”며 “효성과 BGF리테일 등을 주관해 기업 오너와 관련된 민감한 지배구조와 인적 분할 자문에 관해선 자신이 있다”라고 했다. 이런 전방위적인 그룹을 볼 수 있는 실력을 쌓고 솔루션을 갖춰 내년엔 커버리지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