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인생은 이런 선택들의 총합이니 현재가 곧 미래가 된다. 지금 하는 선택으로 미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내게는 부러운 분들이 생겼다. 바로 음악인 이문세씨와 배철수씨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가수이면서 라디오 디스크자키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들려준 분들이라는 거다. 잘은 모르지만 몇 십년 동안 대중들에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몇 안되는 음악인들이 아닐까 한다.

이 분들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있다. 배철수씨는 노래하는 가수에서 음악시장을 업으로 하는 좀 더 큰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문세씨는 젊은 친구들과의 콜라보는 물론 자신의 음악을 계속 만들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젊을 때는 가수로서 직접 노래도 하고 음악도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역할 보다는, 음악이라는 더 큰 카테고리안에서 새로운 영역을 찾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의 개념 확장을 통한 일종의 리포지셔닝인 셈이다.

음악이라는 업 안에는 노래 이외에 매우 다양한 분야가 있다. 직접 노래를 불러야만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톱 가수 출신으로써 노래를 하지 않고 음악의 기타 영역으로 자신의 일을 변주하겠다 라는 선택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가수라는 영역이 가장 대중에게 사랑받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분들과 같이 활동했던 많은 가수 분들 중 지금까지 가수가 아닌 영역에서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는 음악인은 아마 이 두 분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인생정점에서의 변주. 업의 확장을 통한 리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이지만,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점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더 그 자리에 앉아 있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하지만, 사실 시대는 변하고 대중의 취향도 변한다. 그래서 송창식씨나 한영애씨처럼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분명한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중의 취향이 변하면서 가수로서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 일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변하면 우리가 하던 업에도 변화가 온다. 또 그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힘에 부칠 때도 있고, ‘이건 해도 쉽지 않겠다’ 라는 판단이 들 때도 있다. 이럴 때 그 상황을 인정하고 자신이 하던 일에서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기 위해선 내가 지금까지 하던 일에 대한 본질을 찾아야 한다.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일(Work)의 관점으로 본인이 하는 일을 다시 봐야 한다. 마치 의사의 직업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지만, 의사가 하는 일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가수가 자신의 목소리로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었다면, 가수가 하는 일은 음악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삶의 쉼표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꼭 노래를 하지 않더라도 대중에게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즐거움과 쉼을 제공하면 되지 않겠는가.

노래하는 가수에서, 다른 길로 즐거움을 제공하는 길을 보여준 선배들이 있는 음악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이 그 나이가 되고, 필요하다고 판단 될 때, 선배들을 보면서 나의 앞길을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선배가 있는 영역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 어느 곳에서 일했던 간에 퇴직하면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거나, 아주 운이 좋다면 기존에 하던 일을 기반 삼아 전 직장의 외주를 담당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의 선배들이 우리에게 보여 준 길이다. 사실 그렇게 만든 미래가 성공적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속한 광고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십이라는 나이는 이제 회사를 졸업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 해야 하는 나이다. 물론 그 전에 창업해서 훌륭하게 자신만의 회사를 키우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요몇년 SNS 마케팅이 대세가 되면서 내 나이 또래 광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0-30대가 주류인 시장에서 그들과 공감하지 못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선배들이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을 방출할 수 있는 교육 관련 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정부에서 주도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가면 멘토로 일하시는 광고업계 선배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평생 직업은 될 수 없기에, 후배로서 그 길을 따라가기도 애매하다. 물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산학협동 교수로서 학생들 취업을 도와주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학령인구 감소로 자리가 많이 줄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길은 내가 개척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마치 광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던 선배가 지금은 기업 교육 시장에서 잘 나가는 강사로 일하는 것처럼, 먼저 나의 주특기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던 일의 본질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확장과 변주는 본질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게 된 다음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광고 기획자로서 했던 일은 소비자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상품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 이었을까? 그대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머리가 아파지는, 필요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