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지난 9월 21일 제3기 신도시를 공급하겠다는 발표 이후 2개월이 지난 현재 부동산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규택지 후보지가 유출되는가 하면 개발이 예상되는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땅값이 급등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3기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시장은 혼란에 빠진 데다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발표가 순항할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신도시급 규모의 택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지만 서울시와 국토부, 국토부와 지자체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지역 일대가 공급과잉이 되면서 주민들의 반발 역시 넘어야 하는 ‘견고한 벽’ 중의 하나다.

과연 정부는 이 많은 산을 넘어서 제3기 신도시 공급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공공택지 잔혹사… 의원 사임에 땅값 급등·거래는 실종

지난 9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국토위 위원을 사임했다. 이유는 신규택지 후보지를 사전에 공개한 까닭이다. 이보다 하루 앞선 5일 신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신규택지로 논의되는 경기도 8개 지역을 공개했다. 이 일로 인해 신 의원은 공무상 기밀누설죄로 고발당하며 의원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LH 관계자는 회의자료 미회수 등의 규정위반으로 문책을 당하고 기관의 동의 없이 자료를 전달한 경기도시공사와 과천시 관계자에게는 해당 규정 위반에 따른 조치가 취해졌으며,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던 경기도 파견 국토부 직원은 수사의뢰가 진행됐다.

지난 10월 30일에도 역시 3기 신도시 후보지 도면이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고양 삼송과 원흥지구 인근으로 해당 도면이 유출되고 난 이후 땅값이 폭등하면서 정부는 3기 신도시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보도된 도면이 포함된 지역 일원은 지난해 LH가 수도권 서부 지역에서 개발가능한 지역을 검토했던 여러 지역 중의 하나이지만,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방안에 따른 공공공주택 사업 대상지구로 검토하고 있지 않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신규택지 후보지 유출 등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토지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땅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30만호 추가 공급대책과 각종 산업단지 개발을 앞두고 토지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경기도에서 실거래된 토지 거래량은 1만782건으로 이 중 1401건이 개발제한구역에서 거래되며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경기도 토지거래량(12532건) 중 개발제한구역 내 거래량(1140건) 비중이 9%인 것과 비교하면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공공택지 개발 계획이 발표된 9월에는 토지거래량인 총 1만669건으로 개발제한구역에서 거래된 수는 1156건으로 684건이 11일 이후에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서울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거래량은 총 593건으로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는 76건으로 전체의 12%를 차지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개발제한구역에서 거래된 토지 건수는 총 395건 중 85건으로 총 21%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거래량 상승에는 지분거래가 급증한 탓도 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앱 밸류맵에 따르면 경기도권에서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기획부동산을 통해 지분거래가 이뤄진 거래규모는 8214건으로 전체의 18.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맵 이창동 리서치팀장은 “그린벨트 해제 논의와 신규택지 지정 등 개발호재를 등에 업고 인근 토지를 저가에 매입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개발 호재가 많은 수도권과 세종시 등을 중심으로 기획 부동산을 토한 지분거래가 활발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이 발표되면서 주택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졌다. 매도자부터 매수자 모두 12월 공공택지 발표 결과를 보고 난 이후로 매수시기를 미뤘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21일(신고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540건으로 1일 평균 120건이 거래됐다. 지난 10월 총 거래량은 1만230건으로 하루 평균 33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의 경우 올 연말 발표 이후 분양으로 공급할 경우 3여년 후쯤 분양이 가능하다”면서 “실제 입주까지는 5~6년이 걸리겠지만 현재 서울집값이 상당히 많이 오른 탓에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대기수요들이 매수를 멈추고 3기 신도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3기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공공주택지구 보안관리지침’을 제정해 21일부터 시행에 나섰다.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와 관련한 자료의 유출로 부동산 투기 등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업무 전반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제3기 신도시 발표 순항할까? 그린벨트 입장차 여전, 주민반대 암초 곳곳

그러나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공급 진행이 과연 순항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3기 신도시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지만 지자체와 의견이 좁아지지 않고 있는 데다 3기 신도시 공급을 앞두고 인근 1,2기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2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수도권 4~5곳에 330만㎡(100만평) 이상의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프라와 교통망 자족기능을 갖춘 가치창출형 주거공간으로 조성해 수도권 중심부의 주거와 업무기능 분산을 수용하는 곳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3기 신도시를 통해 공급하려는 주택 규모는 20여만호로 광역교통망 계획과 연계해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택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야만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수도권 일대 토지는 이미 고갈된 상태로 미니 신도시급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 그린벨트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위해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거론한 그린벨트는 ‘3등급’ 이하로 비교적 환경적 보존 가치가 낮은 땅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3등급 이하 그린벨트 면적은 382.1㎢(1억1560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131배에 달한다. 그린벨트 이외에는 토지가 수도권 일대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1억만평이 넘는 땅 중 일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세웠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지자체뿐 아니라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도 그린벨트 보존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초 김남근 관행혁신위원장은 국토교통부 주요정책에 대한 3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예외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풀어야 한다면 공공성 높은 사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반기를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는) 제한적으로 봐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굳혔다. 광명시는 지난 10월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며 국토부가 하안2지구를 신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 반대 여론도 거세다. 앞서 정부는 3기 신도시 발표에 앞서 광명과 의왕, 성남, 시흥, 의정부 등 5곳에 1만7160호 공급계획을 밝혔다. 이에 공공택지지구를 지정한 지역 내 주민과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 양천구의 경우 정부가 공공 목적의 주택을 공급하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3기 신도시를 공급하려고 해도 1·2기 신도시와 서울 중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해 설령 발표된다고 해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광역교통망 개발이 핵심… 현재 진행상황은?

3기 신도시가 넘어야 하는 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광역교통망 개발이 3기 신도시 성공을 좌지우지할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용두사미 격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장거리 통근자들의 교통복지 제고를 위해 수도권 외곽에서 주요 거점을 30분대에 연결하는 철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규모는 총 3개 노선으로 A노선은 일산(킨텍스)~삼성~성남~동탄까지 37.4㎞, B노선 인천 송도~여의도~서울역~청량리, C노선은 금정~삼성~청량리~의정부까지 47.9㎞에 달한다. A노선은 개통 시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통근시간이 19분으로 현재의 77분에서 75.3%가 감소하며 B노선은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현재 82분에서 27분으로 무려 67% 수준의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C노선은 의정부에서 삼성까지 현재 73분에서 13분으로 출퇴근시간이 82% 급감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GTX A,B,C 노선 모두 올해 안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25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GTX(수도권광역특행철도) A노선을 제외한 B,C노선이 예비타당성 통과를 하지 못해 다시 조사 중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GTX-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촉구 결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GTX-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내년 상반기 나올 예정인 데다 착공 예상 시기 역시 기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연장됐다. 이에 따라 당초 2025년 개통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GTX-B노선 사업 구간의 1/8 수준인 도시철도 7호선 연장사업(서구 석남동~청라국제도시역) 공사기간이 2027년에 마무리되는 것을 고려하면 당초 세웠던 GTX-B노선의 2025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투자적격성 값이 낮아 사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3기 신도시 조성 방향이 인프라와 교통망, 자족기능을 갖춘 주거공간이라는 점에는 수도권 핵심 교통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GTX B,C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3기 신도시 승패의 불확실성을 더한다.

현재까지 교통계획이 확정돼 공사가 진행 중인 교통망은 ▲4호선 연장선 진접선(당고개~진접까지 3개역 신설) ▲5호선 연장선 하남선(강동구 상일역~하남 창우역까지 5개역 신설) ▲7호선 남부 연장(부평구청~석남역) ▲8호선 연장선 별내선(암사역~별내역까지 6개역 신설) ▲대곡소사선(대곡역~소사역까지 6개역 신설) ▲서울 신림선(여의도 샛강역~서울대역까지 11개역 신설) ▲김포 경전철(김포공항역~양천역까지 10개역) ▲신분당선 북부 연장(강남역~신사역 구간 공사중) 등이다. 착공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예비타당 중인 곳은 신안산선(1단계 여의도~안산, 2단계 서울역~여의도)으로 총 18개역이 신설되며 이 중 2단계는 예비타당 중이다. 신안산선은 내년 착공된다. 월곶~판교선도 확정 후 현재 기본설계 중이며 송도부터 강릉까지 연결되는 노선의 중간 노선 역할을 한다. 위례~신사선은 예비타당성이 통과돼 기본계획을 수립 중으로 위례중앙역~신사역까지 11개역이 신설된다. 반면 예비타당성이 실패해 재검토 중인 신분당선 남부 연장(광교~호매실 구간)선을 포함해 7호선 북부연장안은 예비타당성을 통과하지 못해 도봉산에서 양주 옥정까지 2개역이 신설되는 안으로 실시 계획 중이다.

현재 확정된 교통망은 GTX-A노선을 비롯해 총 11개 노선에 달하지만 2기 신도시가 교통망 확충이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부 지역주민들은 3기 신도시 발표 이전에 2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광역철도나 경전철과 같은 사업들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89개 교통 사업 중 단 3개만이 준공목표년도에 준공됐지만 나머지 86개, 전체의 97%는 최종준공년도보다 최소 1년에서 15년까지 늦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기 신도시가 아니라 2기 신도시 교통 및 기반시설, 병원, 학교 등 주민이 살 수 있게끔 만들어달라”라는 내용이 글이 여럿 게재됐다. 결국 2기 신도시 교통망도 확충되지 않고 교통정책은 지지부진한 마당에 3기 신도시가 인프라와 교통망, 자족기능을 갖춘 주거공간이 되기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