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담가 먹는 김치에서 사 먹는 김치로 시장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과거 사 먹는 김치는 맛과 위생, 품질 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편리함과 더불어 사 먹는 김치가 김치보다 더 위생·맛·품질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포장 김치가 전성시대는 맞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장 대신 포장 김치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충북 제천에 있는 아워홈 김치 전용 생산공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9일 방문한 충청북도 제천시 아워홈 김치 생산공장은 김장철을 앞두고 물량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제천공장은 연면적 2만2110㎡(6700평)으로 지상 3층으로 지어졌다. 1층은 김치 제조 가공장과 물류센터, 2층은 실험실과 사무실, 3층은 냉냉동·냉장·상온 창고와 지원시설 운영하고 있다.

아워홈의 포장 김치는 ‘전처리-절임-세척-탈수-선별-속넣기-엑스레이-포장-숙성’ 등의 9개의 공정을 거쳐 소비자와 만나게 된다. 전통방식의 김장과 똑같다. 대부분의 공정 또한 사람이 직접 수작업 해야 하기 때문에 담근 김치와의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

▲ 아워홈의 포장 김치는 ‘전처리-절임-세척-탈수-선별-속넣기-엑스레이-포장-숙성’ 등의 9개의 공정을 거쳐 소비자와 만나게 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층에 있는 김치 제조공장에 들어서니 100여명의 직원들이 각자 맡은 생산공정에서 김치를 만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커다란 팔레트에 실린 배추다. 배추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자동투입 된다. 자동투입 된 배추는 뿌리와 심을 제거한 후 3등분돼 나온다.

선별된 배추들은 절임공정에 들어간다. 잘게 썰린 ‘맛김치’는 흐르는 물에 1시간, ‘포기김치’는 15시간 이상 고염수 절임을 한다.

절임이 끝난 배추는 세척수(100L)에 투입된다. 세척통은 세 구간으로 나눠 바닥에서부터 공기방울이 올라오는 버블세척 3단계를 거치게 된다. 마지막 3단계의 세척수에서는 이물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세척된다.

깨끗이 세척된 절임 배추는 사람의 수작업으로 선별 과정을 거친 뒤 탈수를 한다. 탈수가 끝나면 100% 국내산 재료로 만든 김치 속을 배추에 버무린다. 작업자의 ‘손맛’으로 속이 꽉 채워진 김치는 다시 한 번 이물 검사를 위해 엑스레이를 통과한다.

엑스레이를 무사통과한 김치는 포장 후 0℃의 저온창고에서 24시간 숙성을 거친 뒤 출고된다.

용재무 아워홈 식품사업부 김치파트장은 “제천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모든 원자재는 국산으로 맛뿐만 아니라 직접 가정에서 김장을 하는 것보다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앞선다”고 자신했다.

용재무 파트장은 “평소 일평균 35t(1만2000포기)가량 생산하는데 요즘 같은 김장철(11월 중순부터 12월 초)엔 30% 늘어난 45t(약 1만7000포기) 정도 생산 한다”면서 “올해는 폭염으로 김치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직접 김장을 하는 것 보다 사 먹는 것이 20%~30% 가격이 낮아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편하고 싸고 맛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가격은 배추(도매가격 포기당 1758원), 무(개당 644원), 건고추(600g당 1만2020원), 깐마늘(1㎏ 5958원) 등 대체로 작년 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배추와 건고추는 평년(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 각각 30%, 50% 가량 높다. 농식품부는 이를 근거로 4인 가족 기준(배추 23.4 포기) 올해 김장 비용(23.4포기)은 26만원 가량 들 것으로 내다봤다.

▲ 김치 구입 이유로는 '번거롭고 바쁨'이 36.8%로 비중이 가장 크다.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최근 ‘김장 의향’을 조사한 결과, 시판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2014년 8.1%에서 올해 15.8%로 7.7%p 늘었다.

김치를 구입하는 이유로 ‘번거롭고 바쁨’이 36.8%로 가장 비중이 컸고 ‘소량씩 필요하고 많은 양을 장기간 보관하기도 어려워서’가 33.1%, ‘김치를 담글 줄 모름’이 11.3%, ‘맛이 좋음’이 10.3% 순이었다.

김장을 포기하는 가구가 늘면서 시판 김치 시장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시판 김치(B2C)은 3338억원으로 전년대비 13.8% 증가했다. 최근 3년간 20% 이상 성장했다.

식품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상, CJ제일제당, 아워홈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활발하게 경쟁 중이다. 이들은 김장철을 앞두고 각종 행사, 할인이벤트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상은 연말까지 온라인몰 정원e샵에서 ‘종가집 김장대전’을 한다. 별도로 김장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위해 ‘종가집 김장김치’를 선보이고 포장 김치, 포기 김치 등을 30% 할인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CJ제일제당은 3대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김치’대용량 사이즈 3.3kg 두 개 묶음 제품을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아워홈은 다음달 7일까지 ‘김장김치 특가 예약판매’ 기획전을 한다. 지여객을 살린 중부식·남도식 김장김치 완제품과 간편하게 김장을 해결할 수 있는 ‘김장김치 KIT’, 절임배추, 김치양념 등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 대상, CJ제일제당, 아워홈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활발하게 경쟁 중이다. 이들은 김장철을 앞두고 각종 행사, 할인이벤트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선정 된 ‘김장 문화’ 유지·확산을 위해 캠페인을 펼친다”면서 “오는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를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김장 담그기, 김장 나눔 캠페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 증가와 김포족이 늘면서 포장 김치 시장은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김장 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김치 판매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