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환대하는 그의 작품'과 마주할 때까지, 작품이 완성되는 시간은 길고도 치밀하며 무수한 반복의 시간을 경유한다. 송광익이 활용하는 종이는 안동지와 신문지이다. 속에 심이 든 테이프에 안동지를 붙이고 테이프 위로 올라온 종이를 다시 일정간격으로 거칠게 자르거나 핑킹가위로 손질해서 거친 단면을 만든다.

 

잘린 면은 사각으로 눕기도 하고 삼각으로 눕기도 하며 지그재그의 어지러운 선들이 물결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의 표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성한 숲길이 되고 빛과 바람 소리에 반응하며 그때그때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런 표면은 테이프에 붙인 종이를 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화폭이 될 판넬에 배접하듯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일정 간격의 나무판을 붙인 다음, 나무판 사이의 골을 만들어서 그 골에 테이프에 붙인 종이를 세우는 것이다.

▲ 부분도

2미터가 넘는 규모의 작업을 할 경우, 한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이 과정은 수천 번의 반복이 잇따른다. '반복'은 미니멀리즘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는 하나 송광익(서양화가 송광익,송광익 화백,한지작가 송광익,한지추상화가 송광익,KOREA PAPER,宋光翼,지물(紙物),SONG KWANG IK,ARTIST SONG KWANG IK,ソン・グァンイック)의 반복은 회화의 자율성을 보증하려는 반복이 아니다.

 

작품이 건네는 말은 반복 속에 각인되는 흔적과 그 흔적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확장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조형요소로서의 반복에만 집중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리면 반복이란 언어로 등록될 수 없는 생생한 체험들의 각인작업이며 이 속에서 진정한 창조적 도약이 일어난다고 한다. 도약의 순간들이 우리가 마주하는 작품들인 것이다.

△글=남인숙/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