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까지 거의 30년 만에 최장 기간 연속 성장을 구가해 온 일본 경제가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분기에 깜작 반등하며 3% 성장율을 보였지만, 14일 발표된 3분기 경제 성장율은 연율 -1.2%를 기록하며 다시 주저 앉았다.   출처= The Business Time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본 중앙은행이 그동안 지속해 온 엄청난 채권 매입으로 현재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이 일본 경제 전체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침체된 국가 경제 성장을 촉발시키기 위해 수 년간 엄청난 돈을 찍어내며 양적완화정책을 펼친 결과, 일본은행의 총 자산 보유고는 553조 6000억엔(약 5조 달러)으로, 2분기말 현재 이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큰 규모로 불어났다.

일본은행이 수 년 동안 추진해 온 극단적인 경기부양책은 일본 금융시장 일부를 뒤틀리게 만들었고, 만약 새로운 위기가 닥치게 될 경우 중앙은행의 성장 옵션이 더 이상 마땅치 않게 되었지만 이 물줄기가 당분간은 끝날 것 같지 않다고 CNN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엄청난 양의 국채를 매입하는 전례 없는 계획에 착수하면서 막대한 자산을 축적해 왔다. 이 같은 양적 완화 목표는 이자율을 낮춰 소비자와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일본의 이 같은 정책은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비정상적 통화 완화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 경제 규모에 비해 채권 매입의 규모가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총자산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도 유로존 경제의 약 40%에 해당하는 정도다.

연준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채권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금리를 인상하고 있으며, ECB도 다음 달부터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폭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지난 수년간 지속돼 온 양적완화정책으로 일본은행의 총 자산 보유고는 553조 6000억엔(약 5조 달러)으로, 2분기말 현재 이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  출처= FactSet 그래프= 월스트리트저널(WSJ)

복합적 결과

일본은 최근 거의 30년 만에 최장 기간 연속 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올들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분기에 깜작 반등하며 3% 성장율을 보였지만, 14일 발표된 3분기 경제 성장율은 연율 -1.2%를 기록하며 다시 주저 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잇따른 자연재해가 생산과 소비, 수출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의 대규모 자산 매수와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정상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훨씬 밑돌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장기간에 걸친 경기부양책을 끝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위험한 전략

그러나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기존 1.1%에서 0.9%로 0.2%포인트 낮췄다. 또 오는 2019년과 2020년 전망도 각각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춘 1.4%, 1.5%를 제시했다. 결국 2% 인플레이션은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으며, 부양 정책을 무한정 계속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

리서치 회사인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마르셀 틸리안트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얼마나 많은 자산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행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틸리안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채권 매입 속도를 크게 늦추고 있지만 여전히 매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은행이 채권 매입 속도를 줄인 것은 일본의 자산 매입과 저금리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이 이익을 내는 것을 너무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시중은행들의 이익을 짓눌렀고, 중앙은행의 막대한 자산 매입은 한때 수익성이 높았던 채권 시장의 일반 거래를 완전히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극단적 양적 완화 정책은 향후 또 한번의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중앙은행의 노력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