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푸드에 과학을 접목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푸드테크’에 빠진 식음료업계는 제품에 냉각기술,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먹는 재미를 더한 ‘펀&테크(Fun&Tech)’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눈 앞에서 음료가 슬러시로 변하는 신기한 자판기부터 앱 하나로 나만의 레시피 커피를 추출하는 스마트 커피머신, 서빙·바리스타 로봇까지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Fun’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푸드테크 수준은 대체로 보여주기 위한 '먹는 재미' 수준이거나 음식 주문배달 등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는 '먹는 재미'를 넘어 이제는 스마트 팜과 스마트 치킨 등의 시스템 전환에서, 바이오에너지·대체 식품·기능성식품 개발 등 폭넓고 깊이있는 분야로의 전이가 가속되고 있어 국내와 해외의 기술 차이는 갈수록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맛에 재미를 더한 ‘과냉각 기술’

특수 냉각 기술을 적용, 내 손안에서 음료가 슬러시로 변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신기한 이색 코카콜라 자판기가 주목 받고 있다. 130여년 역사의 미국의 탄산음료 브랜드 코카콜라는 최근 ‘슬러시 자판기’를 선보였다.

코카콜라 슬러시의 공식 명칭은 ‘슈퍼 칠드 코크(Super Chilled Coke)’다. 음료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하다가 외부 충격에 의해 얼음으로 변하게 만드는 ‘과냉각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과냉각 기술은 동결점을 넘어도 얼지 않고 액체 또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영하에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물이 바로 과냉각 현상에 해당한다. 과냉각 기술이 적용된 자판기에서 꺼낸 코카콜라는 뚜껑을 완전히 열었다 닫은 뒤 보틀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고 톡톡 쳐주면, 음료의 상태가 변화되는 출발점으로 작용해 음료가 슬러시로 변하게 된다.

코카콜라 슬러시 자판기는 국내에서 CGV 용산 아이파크몰, 메가박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있다. CGV 용산점에서는 코카콜라뿐 아니라 스프라이트까지 슬러시로 맛 볼 수 있다.

코카콜라가 지난 2009년 개발한 코카콜라 프리스타일(Coca-Cola Freesryle) 머신은 200여 가지 맛의 음료를 소비자 취향대로 혼합해 마실 수 있게 만든 스마트 자판기다.

프리스타일 머신은 미국 전역에 5만개 이상 설치돼 있어 소비자들이 개인 맞춤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코카콜라는 사람들의 음료 선호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스프라이트 체리는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머신에서 인기를 끌어 제품화되기도 했다.

▲ 코카콜라

IoT 입은 스마트 커피머신

홈카페족이 늘어나면서 사물인터넷 기술이 커피머신에도 적용되고 있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최근 모바일 어플을(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양한 개인맞춤형 레시피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국내 최초 IoT 커피머신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바리스타’를 선보였다.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바리스타는 블루투스를 탑재한 IoT기반의 커피머신이다. 네스카페 바리스타 전용 모바일 어플(Nescafe Systems)을 이용해 커피, 물, 우유거품 양을 개인 치향에 맞게 조절해 원하는 레시피를 저장할 수 있다.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바리스타는 커피 카트리지 리필 방식의 커피머신으로 15바 이상의 압력 추출로 풍부한 크레마를 자랑한다. 한번의 터치로 룽고(Lungo),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등 다양한 커피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바리스타 커피 카트리지는 깊은 향과 진한 맛의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리치바디’와 부드러운 맛의 ‘네스카페 골드브렌드 마일드’ 두 가지 타입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 네스카페

서빙하고 커피 만드는 로봇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매장에 로봇을 도입해 음식 서빙부터 커피 제조까지 무인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과 함께 외식업계 최초로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이하 딜리)’를 시범 도입했다.

딜리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서빙 로봇으로 매장 내 테이블 사이를 자율주행하며 음식을 운반한다. 본체 상단의 쟁반으로 한 번에 22kg까지 배달 가능하다. 사람이나 장애물을 정확히 인지하고 회피해 최적의 경로로 테이블까지 음식을 나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8월 6일 목동중앙점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약 2주간 시범 운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의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달콤커피는 올해부터 로봇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는 무인카페 ‘비트(B;eat)’를 선보이고 있다. 앱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 바리스타 비트가 아메리카노와 라떼 등 기본 음료를 일정한 레시피로 제조해준다. 기업 고객에게 기계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현재 증권가와 쇼핑몰에서는 방문객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비트는 이용자가 달콤커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로 주문을 하면 비트가 음료를 제조한다. 제조된 음료는 이용자가 찾아가기 전까지 히팅, 쿨링 시스템으로 온도를 유지하면서 저장된다.

이용자가 부여된 고유 핀번호를 입력하면 커피를 픽업대로 옮겨준다. 휴대폰 결제, 신용카드, 카카오페이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지원한다. 비트에 사용된 로봇팔은 6관절로 0.02mm 단위의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고 시간당 최대 90잔까지 제조할 수 있다.

탐앤탐스도 최근 로봇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약을 맺고 로봇 바리스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달콤커피

증강현실(AR) 현실로 경험 제공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 제품 정보를 증강현실로 제공하고 구매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품을 스캔하면 브랜드 스토리와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CJ제일제당은 증강현실과 더불어 3D프린터 기술을 가정간편식 제품에 접목시켰다. 더 정밀하고 안전한 간편식 용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3D프린터 도입 이후 용기의 변질 가능성을 낮췄고 제작 비용도 대폭 절감됐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시기술 적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유택 CJ제일제당 선임 디자이너는 “디자인 센터 내부에 3D 프린터를 직접 구입해 설치했고 이후 일주일 정도 걸리는 목업 만드는 시간이 하루 이내로 줄었다”면서 “비용 또한 10분의 1로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 CJ제일제당은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해 제품 정보에서부터 구매까지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CJ제일제당

미래 인류 먹을거리 찾는 ‘푸드테크’

푸드테크가 국내에선 주문, 배달 대행 등과 같은 영역에서 좁게 있지만 해외는 다르다. 빈곤, 기아 퇴치와 같은 인류 공통의 과제를 해결할 성장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에 의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2014년 78%, 2015년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각각 166%, 92%로 더 크게 늘었다.

농업과 접목된 바이오에너지, 생체재료, 기능성식품, 대체식품 개발 등도 활발하다. 농장 등에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한 스마트팜이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키친도 주목받는다.

한정된 재배 공간을 효율적 활용을 위해 만들어진 수직 농장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태양광이 아닌 LED 조명, 센서, 수경 재배 등 다양한 술을 도입해 재배 환경을 자동화하고 지능화했다.

식량 자원 유통에도 첨단기술은 적용된다. 진공 밀봉, 가열, 냉각 기술 등 스마트 기술과 함께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포장 혁신이 이뤄지면 음식의 신서도가 올라가고 폐기되는 음식도 줄일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매립지 문제와 메탄가스 배출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체식품 개발도 활발하다. 식용곤충,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 등 식품 안전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영양에 맛까지 갖춘 식품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푸드테크는 1인가구와 맞벌이의 증가로 주문·배달 등의 좁은 영역에서 푸드테크 기술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농업과 결합된 바이오에너지, 생체재료, 기능성식품, 대체식품 개발 등의 영역으로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푸드테크 활성화에 필요한 정책 발굴과 규제 개선 활동으로 농업과 식품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국내 푸드테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수직농장. 출처= 미래원 수직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