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동과 주엽동은 오후임에도 인적이 뜸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1기 신도시 중 가장 낮은 가격대를 유지해 온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특정 단지에 국한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믹리뷰>가 방문한 12일, 일산 지역 중개사들은 장항택지지구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호재는 인정하면서도 일산이 가진 한계가 있어 유의미한 상승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1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 동구·서구는 매우 느릿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준 시점 2017년 12월 4일을 100으로 가정할 때, 일산 서구의 매매가격지수는 10월 첫째 주 96.8부터 연속 5주 동안 약 0.1씩 증가해, 11월 첫째 주 97.4에 이르렀다. 일산 동구의 매매가격지수 역시 9월 마지막 주부터 이어온 97.7을 10월 4주부터 탈피해 11월 첫째 주 98을 기록했다. 동구도 서구와 마찬가지로 3주 이상 연속 증가하면서 느릿하지만 성장세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삼송 등 개발호재가 가시화된 지역과 차이는 현격하다. 삼송지역이 속한 덕양구의 매매가격지수는 10월 3주부터 0.4씩 꾸준히 늘어나 11월 첫째 주 102.3을 기록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9.13 대책 이전부터 덜 오른 지역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가격 부담이 덜하고, 대출 규제의 여파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에 투자수요가 모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산 지역의 성장률은 “호재가 반영됐다고 보기엔 변동률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 장항택지지구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해당 지역과 가까운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일산 지역 중개사들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중개사들은 GTX 등 호재의 가능성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보수적으로 해석했다. 주엽동 D공인중개사는 “GTX가 연내 착공한다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어렵다”면서 “매달 150억~160억원을 국토부가 민간자본에 부담한다는 소문이 이는 걸 보면 예비타당성 조사도 새로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개사는 “어떻게든 내년 2월 안에 착공하려고 노력한다지만 국회 예산심리 기간이라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일산 내에 100인 이상 법인회사가 적다”면서 “복지부가 암센터를 건립하는 등 유치를 했지만 턱없이 부족해 자족기능이 없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관련 기대심리가 있어 다행이지만, 일산은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시세가 약 300만원 오른 대화동 장성4단지 대명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한정된 지역만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한 중개사도 있었다. 주엽동 J공인중개사는 “장항택지지구가 개발되면서 현대백화점이나 킨텍스와 가까운 국소 단지만 살짝 반등했다”면서 “길 하나 건너면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를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래된 아파트에 값을 더 붙이는 건 멀리 봐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화동 J공인중개사 역시 “장항동의 산업단지, 테크노밸리 계획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점차 건물이 들어서고 현실화되면서 가격에 반영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 장성마을4단지 대명아파트의 시세는 11월 들어 5억원으로 올라섰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실제로 킨텍스를 마주보고 있는 대화동 장성4단지 대명아파트의 전용면적 99.69㎡ 실거래가는 10월 8일 4억7000만원에서 10월 15일 약 2000만원 정도 뛰었고, 11월 들어 5억원에 이르렀다.

현대백화점과 가까운 주엽동 문촌마을 19단지는 더욱 부침이 심했다. 전용면적 84.99㎡의 실거래가는 8월 13일 5억원에서 세 차례 올라 현재 5억5000만원에 안착해있다. 다만 중개사는 “근래 들어 오른 것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올랐고, 현대백화점 근처 한화꿈에그린이 많이 오르다 보니 덩달아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 문촌마을 19단지의 전용면적 84㎡ 시세는 10월 이후 5억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그러나 일산 대부분의 지역은 교통호재, 장항동 개발호재 등과 무관해 보였다. 3호선 역과 가까운 단지들의 가격은 9.13 대책 전후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역과 오히려 먼 거리에 있는 단지가 역세권 가격을 뛰어넘고 있었다. 주엽역 주변 뉴삼익 아파트의 전용면적 84㎡형의 가격은 10월 22일 약 3000만원 증가한 5억5000만원으로 다소 예외였고,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약 500만~1000만원까지 상승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중개사들은 확대 해석을 꺼리는 눈치였다. 특히 일산 동구의 아파트는 변동폭이 없거나 크지 않았다.

일산 서구 주엽동 D공인중개사는 “모두가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서울로 집중하는 와중에 일산은 과잉공급 상태다”라면서 “1기 신도시 5개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 이 지역 중개사는 물론이고 주민들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동구 마두역 역세권에 자리한 마두동 M공인중개사는 “16년 시세와 똑같다”면서 “게다가 곧 고양 전체에 3만가구의 입주 물량이 생기고, 파주나 김포 등지에 수요까지 분산되면 아파트 가격이 유의미한 변동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