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최근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래미안 리더스원’ 1순위 청약 결과 강남 프리미엄과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분양가로 인해 수많은 금수저 무주택자들이 몰렸다. 한 지인은 이를 보고 “대출이 나오지 않아 청약을 넣지 못했지만 정작 청약결과를 보니 넘을 수 없는 벽이 보여 허탈해진다”고 말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데도 1만명이 청약에 나섰다. 대출규제가 막히면서 현금 10억원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청약에 1만명이 모여 들었다는 점은 과연 현재의 정부 주택공급 제도와 대출규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현재 정부는 가계부채총량제에 신 DTI 제도 도입, 금번 DSR 등으로 가계부채를 강도 높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1주택자마저도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자녀 양육과 교육 목적, 근무 등의 이유가 아니고서는 제한이 된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유주택자들이 대출을 통해 보유 주택 수를 늘려나갔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탓이다. 물론 이것이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상호 영향을 미쳐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2016년과 2017년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비중이 14%나 된다는 점 역시 이들이 집값 상승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선택은 대출규제였다. 그리고 그 결과 ‘래미안 리더스원’이라는 또 하나의 강남 로또 아파트에는 10억원을 현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수저들만의 리그가 형성됐다.

사실 그동안 대출은 징검다리 역할도 해왔다. 소득은 제한된 상황에서 서울 내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서 부족한 자금은 은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11.2로 11.2년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그동안 많은 근로자들은 대출을 통해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해왔다. 그러나 1·2주택자들이 대출을 통해 집을 사서 집값 상승을 조장했다라는 정부의 대전제하에 대출이 막힌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 아파트값은 잡혔을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서울·수도권 주택 가격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현재 정부 규제로 한 템포 쉬어갈 뿐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국내 도시 중 서울만큼, 그리고 서울 내에서는 강남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학군과 편의시설, 병원 등이 마련돼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이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 내가 살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다”라는 말이 한때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돈이 없으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곳에 살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 주장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동안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대출이 막힘으로써 결국 서민들의 서울에 내 집 마련은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고 있다. 돈이 없는 서민이라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면 안 되는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