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9년 전국 주택가격이 평균 1.1% 하락하고, 수도권은 0.2%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내년 부동산 매매가가 1.1% 하락하고, 국내 건설수주 역시 6.2% 하락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거시경제가 불안정한 가운데 지난 3년간 호황을 누린 주택 건설이 줄어들고 국내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하락국면, 즉 ‘경착륙’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연 ‘2019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이날 거시경제·수요·공급의 측면에서 부동산 경기를 전망했다.

1.1%라는 수치는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 부동산 분석전문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의 시가총액은 2641조4759억5800만원이다. 매매가가 1.1% 감소하면 약 30조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서울의 독주가 이어졌다. 경기·인천의 매매가격은 서울 대비 45% 이하로 낮아졌다. 경기도의 아파트 값은 2016년 3월 55.3%에서 2018년 9월 44.1%로 격차가 벌어졌다. 인천은 47.3%에서 36.0%로 고꾸라졌다. 지난 1월부터 수도권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2.99%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1.23% 하락했다. 반면 거래량은 1월부터 9월까지 10.2%가 감소했고, 인허가·분양승인 물량이 각각 14.9%, 9.8% 감소해 공급량이 미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서울이 나홀로 강세이지만, 9.13 대책 이후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비단 서울-경기의 차이 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 2016년 4월에서 2018년 9월까지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이 5%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용산구, 중구, 광진구 등은 3%포인트 이상 확대된 반면 강동구, 송파구, 서초구, 성동구는 강남구와 격차가 오히려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 아파트실거래가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크게 변동이 없었고, 2015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약 8년 반 동안 63.0%의 호황을 누린 뒤 4년에 걸쳐 20.4%가 하락하는 중이다.

▲ 해외 선도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은 저금리로 유동성 유지될 수도...

허윤경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전반에 나타난 양극화를 거시경제의 측면에서 해석했다. 그는 각국 통화정책이 양적완화 기조 해체를 첫 번째 변동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내년 세계와 한국 모두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돼 금리인상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허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이 이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고공행진을 이어온 세계 선도도시들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런던, 밴쿠버, 시드니, 뉴욕 등의 부동산 가격은 2013년 1월부터 동반 성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영국 런던은 동반 성장의 시작시점과 비교해 2017년 5월 91.2%가 올라 정점을 찍고, 그해 6월부터 하락세에 들어갔다. 밴쿠버는 2018년 77.2%를 기록했고, 시드니는 2017년 6월 70.3%, 뉴욕은 올해 3월 22.4%를 기록한 후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서울은 올해 7월을 기준으로 뉴욕의 변동률보다 높은 55.9%까지 오른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허 연구위원은 “자금 흐름에 따라 시장이 움직인다고 판단하면 서울 역시 후행해서 움직이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밝혔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서울의 상대적 강세는 유지되지만,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피해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고가주택시장의 수요자인 고소득층과 고자산가들이 안정적 소득과 자산을 기반으로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장기 보유를 선택하면서, 하락장에서 서울 시장 강세를 지지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기와 고소득층 소득 증가율의 비례관계가 있음을 설명했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록임대주택 향후 시장 급변의 완충제 역할 기대”

수요 측면에서 주택가격 상승기와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어느 정도 비례했다. 명목 소득 기준으로 지난 5년간 10분위의 소득은 28.7%나 늘었다. 또한 2014년 이후 고자산가 중심으로 주택증여가 늘어나 올해는 전년에 비해 28.3%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의 연체 잔액 증가폭이 확대되고 건전성이 악화되는 점은 수요 측면의 위험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위원은 등록임대주택제도의 향후 역할에 주목했다. 2018년 9월 현재까지 등록된 임대주택은 127만3000가구로 지난해 총 주택수인 1712만가구의 7.4%를 차지했다. 임대주택등록사업자는 8년의 장기보유를 전제로 한 매매 수요자이자 전세주택 공급자이기 때문에, 경기가 변곡점에 접어들면 시장 변동성을 축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허 연구위원은 예측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임대료 상한 5%에 규제돼 상승세를 제한하고, 8년 보유로 매도에 굳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하락세 역시 완충한다는 의미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그동안 해당 제도의 역기능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실질 변동성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공급, 서울 동남권이 변수

허 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에서 서울지역 준공이 증가하지만 신축 아파트의 재고는 감소하는 중이라고 짚었다. 경과연수가 5년 이내인 서울지역 아파트의 재고는 2000년 31만가구였지만, 2017년 18만가구로 대폭 감소했다. 더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갖춘 아파트 수요가 올해 부동산 가격 광풍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또한 서울 동남권의 강동·송파지역 준공물량이 많은 시기(2004년, 2006년 등)에 전세가격이 안정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는 감소했지만 준공 증가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12월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시작되고, 내년 하반기 강동구 고덕동·상일동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양도세 거주요건 강화로 신규 아파트의 임대 물량 감소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은 아파트 준공물량이 증가했지만 신축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밖에 지방의 신축 아파트 재고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준공은 지난해보다 27.7% 감소했지만, 3년 누적치로 환산하면 사상 최대치라는 것이다. 경과연수가 5년 이내인 기타지방 아파트는 2000년 약 65만가구였지만 2017년 약 66만가구로 늘어났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종합해서 “건설업이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은 국가 재정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반면 정부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기재부 재정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낮춰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면서 “주택가격이 안정을 찾는 내년이 미래 성장을 위한 건설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한다”면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반시설 정비가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측면에서 도전의 시기다. 지역별 격차 확대, 주거 분리의 문제, 노후주택 급증 등 진퇴양난에 빠져있어 묘수를 마련해야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를 맺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2019년 건설 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건설수주 하락국면...“정부, 건설 고용도 고려해야”

이밖에도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업 현황과 관련해 “2017년 하반기 이후 국내 건설수주가 지난해보다 14.7% 감소했는데 공공분야에서 12.1%, 민간분야에서 15.9% 각각 감소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하락세가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빨라 건설경기 경착륙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2019년 건설투자 감소로 2019년 경제성장률이 0.4%p 하락하고, 취업자 수가 9.2만명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 확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경기 경착륙 방지, 경제와 고용의 부정적 영향 축소를 위해 연말 국회에서 정부 SOC 예산의 증액, 생활형 SOC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 등 공약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토론회는 사회간접자본(SOC)와 공공주택 투자 등 건설 경기 부진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어진 토론에 참석한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시장 팀장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주장을 부분 반박했다. 강민석 팀장은 “경착륙으로 볼 정도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면서 그 근거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높아지는 미분양 위험 노출을 들었다. 그는 “신축 주택 분양가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규제하면서, 경기가 꺾일 때 미분양 위험은 예전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후 기반시설의 대체 수요나 지역간 격차 해소 등을 위한 신규 공급 측면에서 건설 투자를 지속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집값이 폭등한 것은 이번 정부의 실책이라기보다 역대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사회간접자본(SOC)과 기반시설 투자가 건설 경기 부양에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주원 이사는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건설경기에 엮여있는 고용자 수를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내년도 고용지표가 어려워지면 부동산 정책 역시 소폭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부양을 두고 주 이사는 “한국 경제의 건설업 비중이 무시 못 할 수준이기 때문에, SOC 투자를 기피하는 정부의 기조는 적어도 공공주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