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추진은 복잡한 국면을 맞게 됐다.  출처= Global Wealth Protecti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6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새로운 무역 협상을 하거나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추진이 더욱 복잡한 국면을 맞게 됐다고 정책분석가와 시장전략가들은 지적했다.

글로벌 자문사이자 분석회사인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정치부문 전략가인 테리 헤인스는 "앞으로 더 이상 중대한 입법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추가 세금 감면이나 기업들에 대한 큰 정책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지난 해부터 추진해 온, 기업들의 수익을 높여주고 소비심리를 높이는 데 기여한 세금인하 시책도 새로운 장애물에 직면할 것이다. 하원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개인소득세를 영구 감면하려는 공화당의 계획을 저지할 것이다.

닐 브래들리 美 상공회의소 정책실장은 "일부 업계에서 조세 법규의 특정 조항에 대해 방어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도 그들이 하는 프로그램에 재정적 도움이 되는 조항들은 원치 않아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 의회에서 통과된 어떤 법률도 (상원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한) 철회시킬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법안이나 무역 협정을 지지하는 대가로 어느 정도의 세제 변화를 추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기로에 선 새 북미무역협정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시급한 정책 이슈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월, 24년 동안 운영되어 왔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와 체결한 새로운 무역협정이다.

미-멕시코-캐나다 협정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협정은, 이 지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무관세 무역을 보호하지만(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많은 자동차를 북미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제한 조항이 들어 있고 고임금 근로자들이 탈세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주는 등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농업 부문의 경우, 가금류, 곡물, 유제품과 같은 미국의 다양한 수출품에 대한 무역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미국의 농업 생산자들에게는 이익이 될 것이다.

의회는 이 협정이 법률로 제정되도록 비준해야 하지만, 이번 중간 선거로 하원이 새롭게 구성될 내년 초 이전에 현 의회가 이를 비준할 가능성은 적다. 하원 민주당은 미국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개선 같은 노동조합에 보다 유리한 조항을 무역 협정 비준의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말한다.

새 협정의 비준이 지연되면 투자 결정을 추진하기 위해 명확성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다. 이는 또 중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협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알루미늄 및 철강을 포함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논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다.

종합증권사인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갤러퍼는 “우리는 비준을 예상하지만 그와 관련된 정치적 계산이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동 걸리는 규제 완화

월가의 전략가들은 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상임 위원회 의장을 차지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완화 추진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석탄 생산 업체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펼쳐온 온실가스 감축의무 완화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체 역시 자동차의 미래 연비 요건을 완화시킨 정부 정책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민주당 하원이 위원회 의장 자격으로 조사를 시작하고, 각종 문서를 요청하고, 회사 경영진들의 증언을 요구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

에버코어의 헤인스 전략가는 “규제 대상이 되는 산업들이 여러 차례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하이오의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인 실로 인더스트리즈(Shiloh Industries Inc.)의 람지 헤르미즈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도록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이 단 기간 내에 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일은 농작물 보험에서부터 저소득 식비 지원 제도(Food Stamp)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농업 법안이다. 현재 의회는 이 법안에 대한 상하원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은 8670억 달러의 재정이 소요되는 이 법안의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내년 봄 계획을 세우려는 농가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전국 밀재배협회 지미 머직 회장은 "2018년 중간선거가 의회의 정치적 구성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것이 2018년 농업 법안 통과의 우선 순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법인세 원상 회복? 오바마케어 폐지도 물 건너가

민주당 의원들은 또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이전 수준인 25%로 올릴 것을 요구해 왔다. 그들은 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회사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해외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한 국제세법을 개정하려고 할 것이다.

약값 문제도 의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민주당은 문제가 되고 있는 사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회사 임원들을 청문회에 출석시킬 것이다.

민주당 하원은 또 정부에 약품 가격 인상을 감독하는 기구를 만들거나, 현재 보험 회사들이 할 수 할 수 없는 제약 회사들과의 직접 협상권을 의료보험기관에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 이것은 약값 제한과 관련해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철폐하려는 공화당의 노력은 하원을 장악하지 못함으로써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의료보험 사업자들은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도로와 전력망에 대한 인프라 건설 및 개선을 위한 지출을 늘리기 위해 민주당 하원과 타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20년 실질경제성장에 약 0.2퍼센트 포인트만큼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시티그룹(Citigroup)은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