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7일 인공지능 컨퍼런스 퓨처 나우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나델라 CE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MS

글로벌 스킨십 눈길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전면에 나서며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이후 스타트업 삼성 선언과 바이오 산업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로드맵을 발표하며 글로벌 경영에도 시동을 걸었다. 2014년 10월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난 후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미국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해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과 스킨십을 이어갔다.

201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비선실세 논란을 거치며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이후 유럽과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인도를 누비며 인공지능과 스마트폰 전략 밑그림도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3월 말 유럽과 북미 출장을 통해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하는데 집중했으며 5월 초 중국과 일본 출장을 통해 부품 사업 전반을 살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통신사인 NTT도코모와의 만났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 시대부터 협력을 다져오던 사이며, NTT도코모는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에도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이어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현지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현지 투자와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델라 MS CEO와의 만남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에서 풀려난 후 국내에서 글로벌 인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며, 사티아 나델라 CEO는 MS의 수장 자격으로는 두 번째 방한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바탕으로 삼성과 MS의 협력도 빨라질 전망이다.

시너지 나올까?
나델라 CEO는 퓨처 나우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시장의 키워드로 테크 인텐시티(tech intensity)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특정 조직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며 얼마나 성공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분산형 컴퓨팅 파워가 모든 영역에 스며드는 상황에서 MS의 비전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발전을 가속화하고 보다 많은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도입하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MS는 앞으로도 한국의 모든 조직과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나델라 CEO의 발언으로 삼성과의 시너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델라 CEO는 기조연설에서 게임 검은사막, 의료현장, 차량 수기 견적 플랫폼 카독과 함께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에어컨이 작동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인공지능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 IT 비즈니스의 혁신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ICT 역량과 밀접하게 연결하며 MS가 제공할 수 있는 통합 생태계의 판을 깔아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등에 MS의 애저가 대거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다. 나델라 CEO가 소개한 삼성전자 에어컨을 넘어 더욱 많은 영역에 비슷한 시너지가 벌어질 수 있다.

나델라 CEO가 기조연설에서 긴 시간을 할애해 애저의 기능을 강조한 대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나델라 CEO는 “세계 리전과 리전을 연결하는 광케이블 길이는 지구와 달 거리의 3배”라면서 “한국에도 리전을 설치했다. 우리는 이러한 영역을 바탕으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인텔리전트 엣지 플랫폼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데이터센터 향 반도체 공급이 많아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빅스비와 MS의 코타나 결합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코타나는 이미 아마존의 알렉사와 연동된 상태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알렉사와 코타나를 연동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최근에는 아예 통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이 구글의 강력한 추격에 주춤하던 순간 벌어진 합종연횡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MS는 PC 문서를 중심으로 하는 오피스 365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이 알렉사 에브리웨어를 통해 MS의 생태계까지 포함하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전략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으며, MS는 최근의 오픈 생태계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두 회사의 접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용자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빅스비가 코타나와 연동되는 순간 글로벌 인공지능 진영의 거대한 흐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사내 ERP 시스템을 SAP의 ‘S/4하나(HANA)’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빠르고 능동적인 스마트 워크 환경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ICT 소프트웨어 인프라까지 빠르게 포함하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MS와의 협력을 강화, 전혀 새로운 퀀텀점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부회장과 나델라 CEO가 7일 극적으로 '만남'을 가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 테크포럼 2018에서 CE 부문장 겸 삼성 리서치(Samsung Research) 연구소장인 김현석 사장도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매일 특정하기 어려운 수백만의 소비자와와 만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과 만나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임직원과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런 낯선 만남들을 새롭고 재미있는 혁신의 시작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랜만에 글로벌 인사와 '만남'을 가진 이 부회장이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에도 집중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