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밥솥 대표 업체인 쿠쿠와 쿠첸이 밥솥사업 비중을 줄이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쌀 소비량이 줄어든 데다 내수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사업 확대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쿠쿠는 현재 렌탈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고, 쿠첸은 유아가전 사업에 새로운 도전을 나섰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밥솥업계가 생활가전과 렌탈업체들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밥솥업계의 사업다각화, 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9kg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169.6kg에 그쳤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 80~100g임을 고려하면 하루에 두 끼도 안 먹는 셈이다. 이는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500만명을 넘으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한국소비자단체협회가 지난 8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3~4인 가정 15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적으로 1주일에 아침을 3.9회, 점심은 2.4회 저녁은 4.1회 꼴로  집밥을 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시장전문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식문화의 변화로 양곡 소비량의 감소는 밥솥 산업에 영향이 크다”면서 “양곡이 주식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면 밥솥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존 전기밥솥시장은 정체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연간 6000억원 규모이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전기밥솥보급률이 95%를 넘어선 만큼 더 이상의 수요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첸의 월 평균 밥솥생산량은 2015년 7만5097대에서 지난해 4만8817대로 35%나 줄었고, 쿠쿠전자 역시 주력상품인 전기압력밥솥 매출액이 2016년 3161억원에서 지난해 2904억원으로 감소했다. 더이상 전기밥솥 하나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전기밥솥업계로 분류 짓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경계가 희미해져 향후엔 모두 생활가전 또는 렌털업체로 탈바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전기밥솥시장의 둔화가 예상보다 더 빠른 만큼 업체들의 이 같은 신사업 확장 추세는 한동안 더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쿠, 렌털시장 ‘2위’ 각축전
쿠쿠의 지난해 전기밥솥사업 비중은 57%로 2013년 76% 대비 19%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처음으로 전기밥솥 비중이 60%대 미만으로 떨어진 수치였다. 이어 올 상반기 밥솥비중은 53.6%로 전년 동기 대비 3.4% 포인트 더 감소했다. 쿠쿠의 밥솥 매출 비중이 감소한 것은 쿠쿠홈시스가 해외 렌털가전 사업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빌리엔젤 광화문점에서 열린 쿠쿠홈시스의 신규 브랜드 인스퓨어(Inspure)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신제품 공기청정기 ‘W8200’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쿠쿠

쿠쿠홈시스의 렌털사업 비중은 2013년 18%에서 지난해 44%까지 올랐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지 2년 만에 렌털 25만 계정을 돌파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말레이시아 법인의 작년 연간 매출이 55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502억7688만원을 기록했다.

쿠쿠 관계자는 “전기밥솥시장의 성장세 둔화 등에 대응해 2010년부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렌털시장에 진출했다”면서 “올 8월 말 기준 누적 130만 렌털 계정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렌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쿠쿠는 지난 10월 청정 생활가전 전문 브랜드 '인스퓨어'를 론칭했다. 출처=쿠쿠

이어 쿠쿠는 지난 10월 렌털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생활가전 전문 브랜드 ‘인스퓨어’를 론칭했다. 신규 브랜드 론칭과 함께 첫 번째 제품인 공기청정기도 출시했다. 쿠쿠홈시스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청정 생활가전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이번 브랜드 출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쿠쿠 관계자는 “수년간 물과 공기를 관리하는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면서 “인스퓨어는 가전렌털 회사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론칭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스퓨어는 물과 공기라는 건강한 기본에 충실하며, 국내외 소비자들의 라이프를 책임질 수 있는 청정 생활가전 전문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첸, ‘유아가전시장’ 공략
쿠첸의 지난해 전기밥솥사업 비중은 70%로 2013년의 89% 대비 19%가 감소했다. 업계는 내년  전기밥솥사업 비중이 6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쿠첸의 전기레인지사업 비중은 2013년 1%에서 지난해 16%까지 올랐다. 전기밥솥 비중은 낮아졌지만 전기레인지 비중은 올라간 것이다.

쿠첸 관계자는 “전기밥솥사업도 중요하지만 신사업 확대 측면에서 2014년부터 전기레인지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본격 진출해 사업을 키워왔다”면서 “전기레인지 사업 비중을 키우면서 유아가전제품 브랜드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모델들이 지난 3월 론칭한 프리미엄 유아가전 '쿠첸 베이비케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쿠첸

쿠첸은 지난 3월 기존 렌탈사업을 접고 유아가전브랜드 ‘쿠첸 베이비케어’를 론칭했다. 쿠쿠와는 반대로 렌탈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생활가전제품 시장에서 전기밥솥 등 주방가전기기를 중심으로 렌탈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아직 시장이 형성 중인 프리미엄 유아가전에 주목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출산이 줄고 있지만 1~2명의 자녀에게 집중하는 소비성향이 더욱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쿠첸은 기존 제품군을 활용한 렌탈사업 대신 유아가전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독일 등의 베이비 박람회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젖병살균소독기, 오토분유포트 등 제품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주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에 입점해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유아용품 박람회 'CBME China 2018'에 마련된 쿠첸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쿠첸

쿠첸 관계자는 “베이비케어는 일반 보급형 제품보다 두 배가량 비싼 브랜드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고객들 사이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젖병살균소독기, 오토분유포트 외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프리미엄 유아가전 제품군을 갖춰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예정”이라면서 “현재 수출을 위한 제품 개발과 인증을 진행하고 있고, 2020년까지 전체 매출 중 유아가전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