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재)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 지원하는 기업가정신 교육 우수사례 발굴 사업에 선정되어 2018년 10월 20일 네덜란드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 연수는 총 8일차로 구성됐으며, 네덜란드에서 ‘기업가 정신’을 찾아 한국에 나름의 교육적 해석으로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건강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개인이 그 출발’

지난 칼럼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배운 기업가 정신의 근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튼튼한 개인이다. 이곳은 전체 인구보다 자전거가 더 많기로 유명하다.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인 4명 중 1명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전반적인 체력증진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또한 스마트팜의 도입으로 생산력 높은 농업을 이끌어가는 네덜란드의 가격 대비 질이 높은 식재료의 공급 또한 전반적인 인구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창업교육에서도 발견한 점이 있는데 바로, 지속적인 개인의 역량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창업교육에서는 집단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역량이 어떻게 변화했고,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한 측정과 상담은 각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었다. 네덜란드의 대학에서의 창업교육이 한국과 비교해서 가장 특이했던 점이 각 프로젝트를 통해 팀의 구성원인 개인이 어떻게 성장했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객관화할 수 있도록 누적된 정보를 통해 멘토링하는 것이다. 결국 체력적으로 강하고,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개인이 네덜란드의 기업가 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참고사진 1.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자전거 리사이클 프로젝트 관련 전시

‘20대 모두가 가장 가난한 시기임을 당연히 바라보는 사회, 이를 지원하는 사회적 자본’

대한민국의 이상적인 20대는 무엇일까? 최근 부쩍 많이 언급하는 흙수저, 금수저를 나누는 기준은 나가 아닌 나의 부모가 물려주는 자산이다. 내가 이룬 것보다는 원래 나를 이루는 것을 중요시하며 이를 ‘행복의 대물림’으로 사회가 바라보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부모세대가 쌓은 자본과 인맥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은 어떤 사회에서든 유효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심화되고 행복의 대물림이 없이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다는 인식 또한 성숙한 사회의 구성에는 걸림돌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20대가 자신의 노력 없이 부모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구성원 모두 20대가 인생에서 가장 가난한 시기임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 개인들의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인 정책으로 독립한 20대의 대학생이라면 소득이 없는 가정으로 분류하여 주거비의 절반가량을 지원한다. 현지 대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경우에 따라 생활비와 교통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나라에 사는 국민들에게 사회적 신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주거비의 절반이 통장에 쌓이는 금액만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두 가난한 20대가 당연하다는 인식 속에서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개인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총 에너지의 값과 질이 높다는 것이 네덜란드가 가진 기업가 정신의 국가적 경쟁력이다. 

 

*참고사진 2. 여행기간 내내 머무른 스튜던트 호텔_로테르담 점의 내부. 현지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백지에서 생각의 원형을 만드는 능력, 설익은 아이디어의 점진적 개선이 결국 혁신의 근본’

현재 네덜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폰티스 대학의 수업에 참여했다. 그중 색다른 점이 있었는데, 어떠한 아이디어를 진행하기에 앞서 생각보다 다른 사례의 참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할 때 다른 예시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했던 한국에서의 경험과는 사뭇 달랐다. 또한 문제 진단에 따른 솔루션을 의도적으로 미루게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지나친 참조와 빠른 해결책에 대한 판단이 자칫 변화에 대한 부작용을 고려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분명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많이 성장시켜왔다. 그러나 기업 내부 환경에서는 새로운 생각의 원형을 그려내는 것은 아직 미약하다는 것이 공통의 견해다. 이러한 사고의 원형은 다른 참조 없이 거대하고 하얀 빈 종이가 하나도 채워지지 않은 것을 겁내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상호토론하며 채워나가는 경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점차적으로 개선해가는 것이다. 네덜란드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계단식으로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크게 주고 예시를 많이 들면서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점이다. 반복을 통해 그 문제에 대해서 투입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다양한 예시를 제안하며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는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거대한 프로토타입의 장인 이 전시장에는 재미있는 주제지만 다소 헐렁한 결과물을 가지고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스타트업들이 눈에 띄었다. 즉, 생각의 원형이 독창적이라면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관객들 또한 현재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의 개선된 미래가치도 함께 상상하며 참여하고 있었다.

*참고사진 3. 더치 디자인 위크 2018의 모습 중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참여자

마지막으로 네덜란드 사회가 가지는 개인의 특성이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혁신에 기여하는지를 정리해보았다. 짧지만 굵은 탐방을 다녀오면서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는 혁신과 변화를 원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혁신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가? 변화를 원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사회의 건강함을 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체력을 단련하고 관리하고 있는가?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원하지만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이 물어보고 또 이를 숙성시키고 있는가? 결국 사회의 기업가 정신의 총체적인 역량은 이러한 질문에 현명하게 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개인 ↔ 사회]

튼튼하고 건강한 개인 ↔ 자전거로 다니기 좋은 도시, 싸고 질 높은 식재료

빠른 독립 시기 ↔ 독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지원

참고보다 우선하는 생각의 원형 ↔ 세계를 리드하는 문화 형성

설익은 아이디어를 점진적 개선 ↔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 반복과 누적의 교육

단순하고 튼튼한 디자인 제품 활용 ↔ 아이디어를 담는 공간에 대한 적극적 투자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인식 ↔ 경쟁력 없는 산업을 신산업으로 전환, 세계시민의식

새로운 산업에 대한 포용력 ↔ 전환에 따르는 집단적 합의도출

실생활 기반의 혁신적 아이디어 생산 ↔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