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ast Side Story(이스트 사이드 스토리)18-H01, 53.0×45.5㎝ Oil on canvas, 2018

간과하기 쉬운 문제이지만 미술재료학적으로 캔버스 등의 지지체에 물감 같은 질료층이 두껍게 올라갈수록 작품의 컨디션을 보장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전시 및 보존 환경에 따라, 특히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는 질료층의 균열은 물론이고 지지체와의 박리현상마저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건강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두꺼운 질료층이나 안료를 고착시키는 미디엄medium을 지나치게 빼버리는 작품들을 볼 때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질병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는데, 작가의 효과적인 기법은 그러한 우려를 지우기에 충분했다.

▲ East Side 18-P03, 53.0×45.5㎝ Oil on canvas,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과도하게 두터운 물감층으로 획득된 화면보다 오히려 밀도감 있는 마티에르를 보여주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 마티에르가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화면에 중후함을 제공하면서 깊은 맛을 더해준다는 사실이다.

속도감 있는 나이프로 발라진 물감층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누적되는 과정에서 두툼한 층을 형성하기도 하고 때론 바닥에 있던 물감층이 노출되기도 하며 두툼한 물감층을 질료자체로 쏟아내기도 한다.

▲ East Side 17-DE07, 90.9×72.7㎝ Oil on canvas, 2017

이 부분에서 마술봉은 진가를 여실히 드러내며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에 걸맞도록 김명식 작가(서양화가 김명식,김명식 작가,キムミョンシク,Andy Kim,KIM MYUNG SIK,金明植,김명식 화백,김명식 교수)는 때로는 절제되면서 부드럽게 때로는 자유분방하고 격정적인 색채의 향연이 가능해지도록 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만 보자면 추상표현주의의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글=지앤아트스페이스 큐레이터 송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