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A 안정적’에서 ‘AAA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글로벌 신평사들은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계열사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과 전망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단지 현대기아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의 중심인 만큼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A’, ‘A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현대·기아차의 사업경쟁력 약화로 수익창출력이 낮아졌다”면서 “주요 시장에서 판매 회복 지연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평가 기준에 따라 신용도 모니터링 반영분이 적용된 결과”라고 말했다.

▲ 자료=한국기업평가

근원적인 문제 '수익창출력 저하'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4조43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6.0% 감소한 2889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2%에 그쳤다.

3분기 누계만 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1조5821억원, 1조921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7%에 머문다. 누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0.4%, 29.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6%포인트나 떨어졌다.

3분기 품질비용을 전액 일회성 비용으로 고려하더라도 자동차 부문 3분기 조정영업이익률은 1.3%에 불과하다. 3분기 누계로는 2%에 그친다.

이에 대해 한기평은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이 3%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근원적인 수익 창출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기아차는 경우 올해 3분기 약 2800억원의 품질비용이 발생하면서 3분기 누계 영업이익률이 1.9%에 그쳤다. 특히 통상임금 패소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제거해도 지난해의 조정영업이익률은 3.1%고 3분기 누계는 2.6%에 불과하다.

한신평은 “기아차는 판매 부진은 지속하는데다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원가율은 올랐다”면서 “재고와 노후화차종 소진을 위한 인센티브 부담이 연중 지속하면서 영업채산성도 저하됐다. 지난해 1분기부터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3%를 넘어서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 자료=한국기업평가

내수 시장은 양호하지만 해외 판매 여건은 '글쎄'

한기평은 현대·기아차의 내수 승용차시장 점유율이 올해 9월 말 65.2%까지 회복돼 준 독점적인 시장지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러나 해외 판매 여건은 악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기수요 소진에 따라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는 산업 수요가 1.9% 감소했고, 올해는 전반적인 수요 둔화로 9월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만 보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2017년부터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미국시장 판매량은 10.4% 감소했다. 2018년 9월 누계로는 지난해보다 1.6% 줄었다. 9월 말 점유율은 7.4%로 7%를 하회하는 연초에 비에서 회복됐으나 절대 판매량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기평은 “미국에서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국내 공장과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이 하게 된다”면서 “재고가 증가해 수익성 회복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한국기업평가

중국 내 판매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위축 원인이 크다.

최근 사드 해빙기 국면을 맞이하면서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 상품경쟁력 회복을 위해 현지 전략 차종을 연이어 선보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소형 세단 루이나와 SUV ix35를 출시했다. 기아차는 K2크로스, 페가스, 신형 포르테 등을 출시했다. 올해도 양사는 현지 전략 차종을 투입해 판매 회복을 노릴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올해 2분기 회복하는 듯한 판매실적이 3분기 재차 내려앉았다. 기아차는 3개월 연속 지난해 판매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9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한기평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위축 등 부정적인 대외 환경으로 판매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기평은 “신차 효과와 일회성 품질비용 부담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세계 5위권의 판매량이 유지되고 누적 운행대수가 증가할수록 품질 관련 비용은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기평은 이어 “주요 시장 판매실적과 수익창출력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현대·기아차의 사업경쟁력이 더는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에 부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료=한국기업평가

연이은 하향 조정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현대차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유완희 무디스 연구원은 “내년 조정 EBITA 마진은 4.5~5% 수준으로 개선되겠지만 지난 4~5년간 평균보다 취약할 것”이라면서 “제품 품질 관련 어려움 확대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하방 리스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S&P(스탠더드앤푸어스)는 지난달 31일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3사의 신용 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S&P는 현대카드(BBB+ → BBB)와 현대캐피탈(A- → BBB+) 신용등급까지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그룹 계열 중에서 현대글로비스만 유일하게 신용등급 하락을 피했다. 현대카드, 캐피탈 등 금융사의 신용등급은 하향으로 향후 자동차금융에서 조달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S&P는 보고서를 통해 “약화된 수익성이 향후 12~24개월 내에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와 판매 부진, 시장 지위 약화,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EBIT 마진이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현대차 신용등급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2015년 A등급대로 올라선 지 3년만에 다시 B등급대로 내려오게 됐다. 한기평을 비롯한 한국신용평가도 현대기아차의 등급 재평가를 예정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