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11월은 10월 가을시즌 세일 그리고 12월의 크리스마스-연말연시 시즌 사이 애매한 시즌이었다. 오픈마켓 11번가가 브랜드 이름과 연관 지은 할인행사를 열기도 했지만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게 있어 11월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업체들은 연중 최대 규모의 특가할인 기획전을 11월에 집중시켰고 온라인 쇼퍼들의 ‘광클(빠른 클릭)’을 이끌어내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해내지 못한 성과들을 이뤄내고 있다.  

▲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건 ‘지금’ 꼭 사야 해!” 소비자들 움직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자사의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연중 최대규모 할인 행사 ‘빅 스마일데이’를 지난 1일 자정부터 시작했다. 행사 오픈과 동시에 시작된 특가 할인에 수많은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면서 인기 품목들은 단 몇 시간 만에 모두 완판됐다. G마켓과 옥션에서 동시에 특가로 판매된 애플의 아이폰 전용 이어폰 ‘에어팟’은 반나절만에 약 14억원의 물량이 판매됐다. 

이베이코리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행사가 시작된 11월 1일 00시 자정부터 24시간 동안 빅스마일데이의 총 누적 판매량은 약 454만개를 기록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1분마다 3159개, 1초마다 52개의 상품이 팔려나간 것과 같다.  

▲ 출처= 11번가

그런가하면 빅스마일데이와 같은 시간에 시작된 11번가의 ‘십일절 페스티벌’에도 수많은 온라인 쇼퍼들이 몰리면서 인기 제품이 단 몇 분 만에 모두 판매됐다. 11번가에 따르면 타임(시간 단위) 특가 딜로 13만5000원에 판매된 ‘에어팟’은 1분만에 준비된 1000개가 모두 판매됐고 그 외에 LG공기청정기 퓨리케어(100대)는 4분 만에, 맥/디올/나스 립스틱(700개)는 7분 만에,‘갤럭시 노트9(100대)’는 13분 만에 그리고 ‘신라호텔 숙박권(300장)’ 20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의 치열한 할인 경쟁이 하나의 이슈였다면 올해에는 여기에 위메프도 참전해 경쟁 구도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블랙1111데이’라는 특가 할인 기획전으로 11월 경쟁에 뛰어들었다. 블랙1111데이는 2일부터 11일까지 매일 오전과 오후 11시에 인기 상품의 할인가를 모두 숫자 1로 맞춰 판매하는 행사다. 

11월 열기, 오프라인으로 역(逆) 확장  

온라인의 11월 쇼핑 열기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마트는 창립 이후 매년 해오던 개점기념 행사의 규모를 더 키운 할인 기획전 ‘블랙이오’를 시작했다.

특히 이마트가 할인 기획 상품으로 마련한 구성인 ‘럭키박스’는 공개되자마자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순위 1위에 오르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럭키박스는 정확한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일종의 ‘랜덤 상자’다. 박스의 안에는 3만~8만원 상당의 어린이 장난감이 들어있고 이마트는 이 상자를 990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의 할인 품목을 작년보다 50%가량 증가한 약 250가지로 늘렸다. 이중 약 150개 상품은 블랙이오 전용 포장에 담겨 판매된다. 

여기에 이마트는 자사의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11월 할인 기획에 동참시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개점 8주년을 맞아 트레이더스를 대표하는 약 140개 품목을 행사상품으로 선정하고 오는 14일까지 할인 판매한다. 통상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할인행사 품목이 35가지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진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이커머스 업체들의 11월 특가행사들에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쇼핑 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대조되는 활기찬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대국민 쇼핑 축제를 표방하며 지난 9월 시작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소비자들과 유통업체들의 차가운 반응에 올해에도 ‘효율성 없는 행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11월 할인행사에는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정부 주도의 소비 진작 행사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정확하게 반영된 인기 상품의 특가 할인으로 이커머스의 11월 할인 기획전에 대한 관심은 매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품목은 어느 사이트에서 사는 게 싸다’라는 등의 정보들이 공유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업체들의 뜨거운 11월 경쟁에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