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이 1일 푸젠진화와 대만의 UMC, 그리고 전(前) 마이크론 대만 지사장 등 3명의 대만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출처= SCM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미국 최대의 메모리칩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Inc.)로부터 기술과 영업 비밀을 빼냈다는 범죄 혐의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이른바 경제 스파이 행위에 대한 선전포고에 나섰다고 CNN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1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Fujian Jinhua Integrated Circuit Co., 福建晉華)와 대만의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United Microelectronics Corp.), 그리고 전(前) 마이크론 대만 지사장 등 3명의 대만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스파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증거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소된 세 명의 대만인은 모두 마이크론의 대만 자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나중에 대만의 UMC로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마이크론의 영업 비밀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UMC는 중국의 푸젠진화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기술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UMC에 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푸젠진화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푸젠진화의 웹사이트는 1일 오후 폐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론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우리의 지적 재산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오늘 발표된 정부 조치들이 범죄 행위를 올바르게 처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법무부의 기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마이크론 대변인은 법무부의 기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출처= Micron

미 상무부는 지난 29일 미국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에 부품, 소프트웨어, 기타 기술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무역 전쟁이 단순한 물품 거래에 대한 관세 부과 전쟁을 넘어 영업 비밀 등 지적재산권 보호 전쟁으로 본격 확전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금지 조치가 아직까지 대부분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굴복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어 미 법무부도 지난달 30일, 중국 정보기관이 미국 항공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해 상업용 제트여객기에 쓰이는 부품인 터보팬 엔진에 대한 정보를 훔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소속 첩보원 10명을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이번 기소와 함께 동시에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사소송에는 탈취한 기술을 미국에 넘기고, 푸젠진화와 UMC가 이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어떤 제품도 미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유죄가 결정되면 두 회사는 각각 (부당 이득 등)몰수와 최고 200억 달러 이상의 벌금에 직면할 수 있다. 또 개인 피고들은 경제 스파이 혐의로 최고 15년의 징역형과 500만 달러의 벌금, 기술탈취로 최고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응은 중국의 지속적인 (지식재산권 탈취) 노력에 반격을 가하기 위한 전략 모자이크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에 대응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 놓고 모자이크를 맞추듯 실행해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는) 부적절하고, 세계 초강대국 또는 세계 지도국으로서 걸맞지 않은 행동"이라며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것은 수 천억 달러의 거금이 들어간 일을 손 쉽게 얻으려는 나쁜 생각”이라고 중국을 비난했다.

▲ 2015년 15%에 그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시진핑 주석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출처= clicklancashire.com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2015년 기준 15%에 그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시진핑 주석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큰 위기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6개월 만에 전화 통화를 갖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시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과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원하고 있다. G20 회의에서 양국 무역과 한반도 비핵화 이슈 등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환호했지만 양국 정상간의 통화가 무역전쟁 완화로 직결되기에는 이견차가 너무 크고 지적재산권 전쟁까지 본격 가세한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