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정부가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을 지난 목표가격(2013~2017년 18만8000원·80㎏ 기준)보다 192원 올린 18만8192원으로 제시하고,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 반영을 요청하는 목표가격 변경 동의요청서(정부안)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모두 농업인의 실질소득 보전 차원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에 공감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시정연설에서 목표가격 인상에 의지를 보인 만큼 정부안보다 상승할 여지는 클 것으로 보인다.

▲ 1. 정부가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을 18만8192원으로 제시한 가운데, 국회 논의를 거쳐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키작은나무(추청쌀)

쌀 목표가격 인상에 정부·국회 공감…문재인 대통령도 물가상승률 반영 강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이달 1일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 안을 발표하면서 당초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법률개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현행 법률에 따라 산정·제출했다고 밝혔다. 

이개호 장관은 지난 8월 후보자 청문회와 10월 국감에서 “정부의 쌀 목표가격은 19만4000원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공약으로 21만원을 얘기했고,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해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의 노규진 주무관은 “정부안이 확정된 목표가격은 아니다. 국회 동의를 거쳐 정부안이 조정된다. 국회 농해수위를 중심으로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부안보다 목표가격이 상승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쌀 목표가격은 변동직접직불금 지급을 위한 기준가격으로, 5년 단위의 쌀 수확기 평균가격 변동을 반영해 국회 동의를 거쳐 변경하도록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됐다.
예를 들어, 쌀 목표가격이 18만원인데 수확기 쌀값이 13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차액인 5만원의 85%(4만2500원)를 정부가 쌀 직불금으로 농가에 보상해 준다. 쌀 목표가격은 5년마다 조정되는데 올해가 조정 시기다.

현행 직불금 제도, 쌀 수급불균형 심화시키고 농가소득 양극화 부추겨
쌀 직불금은 크게 고정직접직불금(논농업)과 변동직접직불금이 있다. 2004년 쌀 협상 등 시장개방에 따라 쌀값이 하락하는 경우 농가 피해를 보전하고, 규모화를 통한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됐다. 제도 도입 이후 연평균 1조1611억 원이 지급돼, 쌀 농업인 수취가격이 목표가격의 95.3~108.9% 수준으로 유지됐고, 이는 경영 규모화와 생산구조 효율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쌀 직불금은 쌀 산업을 비롯한 농업·농촌사회 구조 변화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기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쌀 생산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변동직접직불금 때문에 쌀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농업인의 수취가격을 보전해주다보니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는 구조적 공급과잉이 지속됐다. 또한 2016년산 쌀 수확기 가격은 12만 원대로 하락하면서 변동직불금 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협정에 따른 감축대상 국내보조 한도인 1조4900원을 초과하기도 했다.

직불금은 단위면적당 재배면적에 비례해 동일한 금액이 지급된다. 즉, 경영규모가 큰 대농이 중소농보다 직불금을 많이 받는 구조인데, 지난해 기준 재배면적 상위 6.7%의 대농이 쌀 직불금의 38.3%를 수령한 반면에, 전체 농가의 70%가 넘은 소농은 직불금의 28.8%만 수령하는데 그쳤다. 현행 쌀 직불금 제도가 중소규모 농업인의 소득보전과 농업인의 소득재분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농업 직불금의 80% 이상이 쌀에 집중돼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농업인이 쌀을 생산했던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쌀 농가 수는 2005년 95만 호에서 지난해 58만 호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쌀 농가 비중 역시 같은 기간 74%에서 56%로 줄었다. 그러나 농업 직불금 중 쌀에 지급되는 금액 비중은 지난해 81%에 이른다.

정부, 직불금 지급 하후상박 구조 개편·타작물 확대 등 개편 추진
이처럼 목표가격 변경만 이뤄질 경우 정부 재정부담은 증가하면서도, 쌀 생산과잉과 중소농의 소득보전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는 현행 직불제를 개편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을 국회에 제안했다.

직불제 개편에 대한 정부안은 쌀에 집중된 직불제 지원을 타작물에도 확대하고 중소농을 배려하는 한편, 농촌의 공익을 증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소규모 농가는 경영규모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그 이상의 농가는 경영규모에 따라 역진적인 단가를 적용하는 ‘하후상박’ 구조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 다시 말해, 모든 농가에 동일한 직불금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경작면적이 좁은 소농은 면적당 직불금을 높게 책정하고, 경작면적이 넓은 대농은 면적당 직불금을 낮게 책정하는 것을 뜻한다.

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해 논농업과 밭농업은 재배 작물과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되, 우량농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지역과 비진흥지역은 차등 지원한다. 또한 직불금 지급과 연계해 농약·비료 등의 사용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등의 농지·공동체·환경·안전 관련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안에 직불제 개편방향을 확정하고, 내년에 의견수렴과 입법조치를 거쳐 2020년 개편된 직불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