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트 앱 틴더와 범블이 스와이프 기능의 특허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출처= Marketwat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 틴더(Tinder)와 범블(Bumble)은 ‘화면을 좌우로 밀어 넘기는 기능’(Swipe, 마음에 드는 상대는 오른쪽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는 왼쪽으로 밀어 넘김)을 사용해 데이트 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틴더의 모기업 매치(Match)가 범블이 틴더의 지적 재산권을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뉴욕 공영 라디오(NPR)가 10월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범블은 그런 주장은 범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투자 시장에서 범블을 해롭게 하기 위한 허위 주장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두 회사 간의 분쟁은 미국의 법률 시스템이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특허를 취급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기계의 발명가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특허 제도가 인터넷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두 앱은 매우 유사하다.

두 앱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데이비드 루옹은 “사진과 함께 간단한 소개가 나오면 손가락으로 눌러 예 또는 아니오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범블은 틴더와 똑같습니다. 여성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점만 다르지요.”

그는 2014년부터 틴더를 사용해 오다가 2015년에 범블을 알고 나서 범블로 옮겼다. 그는 범블의 프로필이 틴더보다 더 사려 깊다고 생각해 범블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이후 수년 동안 틴더는 더 많은 사용자를 바탕으로 더 많은 데이트 실적을 보였다.

틴더가 먼저 시장에 진출했다. 틴더의 직원이었던 휘트니 울프 허드는 자신의 상사이자 틴더의 공동 창업자였던 남자 친구와 불화로 헤어지면서(성희롱으로 고소한 후 문제를 해결했다) 회사를 나와 범블을 창업했다. 틴더의 소유주인 매치는 범블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두 번이나 실패했다.

소송문에서 매치의 변호사들은 특허 분쟁은 개인적 사정과는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범블은 그 특허에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 범블은 올해 초 <뉴욕타임즈>(NYT)와 <달라스 모닝뉴스>(The Dallas Morning News)에 ‘범블에 상처를 주려는 틴더의 시도는 근거가 없다’는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 출처= Tinder

추상적 아이디어인가, 실제적인 발명품인가

그러나 매치는 소송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며 소송문에 두 앱 사이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University of Oklahoma College of Law)에서 디자인 특허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라 버스타인 교수는 “틴더가 범블을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침해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짝을 찾는) 틴더의 특허 시스템이다. 짝짓기 성사 여부는 화면을 좌우로 밀어내는 스와이프 작동을 통해 상호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그것은 틴더의 특허이기 때문에 범블이 그런 방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허는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발명된 무엇을 다루는 것이다. 무슨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를 설계하면 특허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아이디어나 전반적인 개념은 특허가 될 수 없다.

비영리 디지털 권리 단체인 전자 프런티어 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EEF)의 다니엘 나제르 변호사는 “‘약으로 치매를 치유할 수 있다’는 말만으로는 특허를 얻을 수 없다. 실제 그 약이 무슨 약인지를 말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도 그것을 기존의 기술과 관련시키면 특허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밀 플래닝’(Meal Planning, 식재료와 조리법을 일괄적으로 배달해 주는 밀키트 사업이 성행하자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식습관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 각 가정의 입맛과 식습관에 따라 일주일 단위로 주간·저녁 식단 계획을 제공해주는 서비스) 자체로는 특허를 얻을 수 없지만 ‘인터넷을 통한 밀 플래닝 사업 모델’은 특허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4년 전, 미 대법원은 앨리스사와 CLS 은행 사건 재판(Alice Corp. v. CLS Bank International)에서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수립했다. 재판부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컴퓨터이나 인터넷을 통해 실현하려는 제안은 여전히 ​​추상적인 아이디어이며 따라서 특허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인터넷을 통한 밀 플래닝 사업은 더 이상 특허가 될 수 없다. 그럼 틴더의 특허는 어떻게 될까.

범블은 이 특허가 ‘인터넷 중매’에 대한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사용을 제한한다며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틴더는 스와이프 작동을 짝짓기 시스템과 결합하는 것은 데이트 앱 인터페이스를 구체적으로 개선한 진정한 발명이라고 주장한다.

누가 옳은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의 버스타인 교수는, 앨리스 판결 이후에도 이 문제가 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이 추상적인 아이디어이고 무엇이 소프트웨어 발명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버스타인 교수는 “컴퓨터에서 하면 특허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거기에 뭔가가 더 추가되어야 하지만, 그 ‘뭔가’가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분쟁은 여전히 ​​법정에서 계류 중이다. EEF의 나제르 변호사는 몇 달 전만 해도 범블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이 분야의 법적 판단 기준이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출처= Bumble

소프트웨어 특허의 새로운 시대

대법원의 앨리스 사건 판결로 소프트웨어 특허가 상당 부분 무효화되었다. 이후 법원 판결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개념까지 특허가 보호할 수 없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EF의 나제르 변호사는 그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특허 보호는 경쟁에도 좋지 않으며 대법원의 판결이 아이디어를 위한 건강한 시장을 조성했다고 믿는다. 또 중소기업이나 신생 기업들이 특허 괴물들(Patent Trolls, 다른 기업을 고소하기 위해 특허를 취득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돈만 들어가고 길게 끄는 소송을 피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제르 변호사는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복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날 시어스 백화점이 카탈로그를 통해 물건을 처음 팔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따라 하는 누구에게도 소송을 걸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경제를 더 좋게 하지 않았나요?”

그러나 빌라노바 대학교 찰스위저 법학전문대학원(Villanova University's Charles Widger School of Law)의 마이클 리스히 교수는 약간의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대법원의 앨리스 사건 판결로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인정되었던 나쁜 특허들이 폐기된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선의의 특허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원이 추상성에 대해 사용하는 정의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특허 상당수가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례가 많다면서 그중 한 가지로 전화기를 들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특허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그는 먼 거리에서 소리를 전송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니까요.”

오클라호마 대학교의 버스타인 교수는 “경쟁을 허용하는 것과 진정한 발명에 대해 보상하는 것 사이의 공방이야말로 특허법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특허법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권리를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과 너무 좁게 인정하는 것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니까요. 그러나 정당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법원이 틴더와 범블 사건을 오른 쪽으로 밀든 왼쪽으로 밀든, 소프트웨어의 올바른 권리 균형을 찾는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