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31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소형 OLED 인프라가 뒤를 받쳤기에 가능한 성적이다.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기며 일반 제조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의 경이로운 반도체 로드맵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향후 삼성전자가 보여줄 새로운 전략의 가능성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美)친 반도체' 경쟁력...실화냐?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실적은 매출 22조77억원, 영업이익 13조65억원이다. 계절적 성수기 효과와 함께 서버∙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으며 최첨단 공정 비중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주력해 실적 개선을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낸드플래시는 평택에서 생산하는 64단 3D V낸드를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고 D램도 10나노급 제품으로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31조8000억원 중 반도체에만 24조9000원을 쏟아부었다. 반도체는 메모리의 경우 평택에 생산 라인을 증설해 전년 대비 소폭 시설투자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을 두고 업계에서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면서 2위 인텔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 매출 325억85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13%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3분기 인텔과의 거리는 더욱 벌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호재도 겹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SJ) 등 주요 외신은 30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식재산권 유출 등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엘피다의 파산과 도시바 매각 등으로 공급선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이어졌으나 최근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중국 D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를 ‘산업의 쌀’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막강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아직 기술력 측면에서 부족한 대목이 많지만, 규모의 경제를 펼치는 중국과의 경쟁은 삼성전자에게도 분명 위협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미국 상무부의 결단으로, 삼성전자는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번 셈이다.

수출 전선도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1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는 단일 부품 품목 기준으로는 처음있는 일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수퍼 사이클 종료 여부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전망을 주의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9월 7일 보고서를 통해서는 D램 등 주요 반도체의 수요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D램익스체인지도 “내년 D램 가격인 올해와 비교해 최대 20%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낸드플래시는 최대 30% 하락할 것”이라면서 “D램은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낸드플래시는 소비자 가전용 수요 부진,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하락세가 커지는 대목도 불안요소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낸드플래시(MLC 64Gb) 가격은 3.1달러를 기록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낸드플래시 가격은 4달러선이 무너진 상태에서 5월 3.7달러, 7월 3.4달러, 8월 3.2달러로 지속하락하고 있다.

플랜B 고도화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4분기 반도체 부문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봤다. 아직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으나, 가격 하락이 시작되는 등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가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있는 것도 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즉 플랜B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다. 특히 파운드리에 희망이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분할 후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2위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엑시노스 등 자체 물량이 매출로 잡히며 외연 확대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2위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설비 투자를 포기한다고 발표한 지점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7나노 개발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데다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우위를 차지한 상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배영창 부사장은 “지난 한 해 EUV 공정을 적용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면서 "향후 GAA(Gate-All-Around)구조를 차세대 공정에 적용해 단순히 기술 리더십을 선도할 뿐 아니라 스마트하며 기기 간의 연결성을 강화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전반의 전략도 나와야 한다. 여기에서 갤럭시 신화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제도 깔린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발(發) 인공지능 전략은 폐막한 IFA 2018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은 8월3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현장에서 인공지능 전략을 두고 “공동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인공지능 전략을 차용하는 일부 기업과 달리, 단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다.

김 사장은 “우리 제품이 세계에서 연 5억대 팔리고 있다”면서 “그만한 힘을 가진 기업은 우리 외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강력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을 키운다는 각오다. 최근 열린 삼성AI포럼과 뉴욕에 설치된 6번째 인공지능 연구센터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전략이 차세대 먹거리로 작동하며 바이오 등 다른 산업과의 시너지를 키우려면, 현재 초연결 생태계의 핵심인 스마트폰 전략이 살아나야 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위에 인공지능 전략을 펼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초연결 인공지능 단말기의 '엔드단'에서 모바일 인프라를 키워 인공지능 초연결 생태계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전제품도 중요한 인공지능을 담는 중요한 하드웨어지만  갤럭시 신화가 살아나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3분기 IM부문은 매출 24조91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을 거두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을 겪은 후 갤럭시S8을 통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극단적인 베젤리스 하드웨어 폼팩터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후 갤럭시노트8, 갤럭시S9, 최근의 갤럭시노트9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화에서 폴더블 등 폼팩터 진화를 추구하며 중저가 라인업에 최신 기술을 넣는 방향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탈 반도체 전략이 필요하다면 파운드리 등 관련 산업 주도권을 강화하는 한편, 스마트폰을 매개로 인공지능을 하드웨어로 담아 생태계를 구축하는 길이 유일하다. 여기에 바이오 등 기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 전략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화하는 한편, 1억대가 넘는 하드웨어 단말에 어떻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녹일지 고민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은 완성될 수 없다. 현재 모바일 단말기의 엔드단, 즉 고객과의 최접점에 갤럭시 스마트폰이 있다는 전제로 IM부문이 더 힘을 내 줘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 반도체는 주춤하지만 OLED를 중심으로 반등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를 보면 1분기와 2분기 적자폭을 키우다 3분기 흑자로 돌아섰으나, 업계 그 누구도 4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는 없다. 삼성전자가 대형 OLED가 아닌 중소형 OLED를 중심으로 판을 키우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사례를 기계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만, 4분기 예고된 '파국'은 쉽게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 초격차와 함께, 삼성전자에게 조속한 플랜B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