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지금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은 변하고 있다. 물론 지속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업농촌은 여전히 위기에 처한 상황이지만, 농업농촌에 희망을 찾고자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농업농촌에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업대학교에 대한 인식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세계 3대 투자의 귀재 중 하나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가 201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젊은이여, 농대를 가라. 농업에 희망이 있다. 농업은 미래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다. 재무회계를 공부하는 대신 트랙터 운전을 배워라”라고 얘기했던 것은 그만큼 농업대학교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국농수산대 전경. 출처=한국농수산대

혹시 ‘한국농수산대학교’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국농수산대(이하 한농대·총장 허태웅)는 농수산업 분야 국내 유일의 국립 전문대학교인데, 최근 발표한 2019년도 신입생 모집 현황을 살펴보니 개교 이래 가장 많은 2261명이 한농대를 지원했다고 한다. 1997년 개교 이래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수산업 현장에 젊고 유능한 인재를 활발히 배출하고 있는 한국농수산대가 어떤 곳인지 독자에게 소개한다.  

1997년 개교…농수산업 분야 전문지식·현장실무 중점 교육

한국농수산대학은 급속한 산업화와 개방화를 거치며 대두된 고령화·노동력 부족 등 우리 농업농촌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미래 농업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1997년 경기도 화성에 정부 주도로 설립된 대학이다. 당시 이름은 ‘한국농업전문대학교’였다.

2000년 209명의 1기 졸업생이 배출된 이후 2009년 수산양식학과가 신설되면서 농업과 수산업의 청년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라는 의미로 지금의 ‘한국농수산대학’으로 변경됐다. 이어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2015년 캠퍼스를 경기 화성에서 지금의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했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변화하는 농업 트렌드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농수산가공학과·산업곤충학과 등을 신설하며 현재 6개 계열 18개 학과로 개편했고, 이론과 실무·현장경험을 모두 아우르며 농수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미래 농수산업 CEO’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 1997년 첫 개교 이래 올 3월까지 한농대 졸업생 수는 4800여 명이다. 출처=한국농수산대

3년간 전문 교육과정…8개월간 해외 농업선진국 현장실습 기회 제공

그럼 한농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걸까? 한농대는 3년간의 전문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1학년은 기초 소양과 교양, 농수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 습득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2학년은 농수산업 현장 경험을 쌓도록 중점을 뒀는데, 특히 8개월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네덜란드·호주·일본 등의 농업선진국에서 현장실습을 통해 최신 농수산업 기술을 배우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졸업반인 3학년의 경우, 1~2학년을 다니며 배운 이론과 현장실습 경험을 토대로 미래 농수산업 경영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경영·마케팅 기법과 관련 기술을 주로 학습한다. 이 밖에 졸업 후 1년의 교육과정을 추가로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전공심화과정’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농대 과수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조명현 학생(22세·남)은 “일반 대학이 취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한농대는 농업분야 CEO 양성을 위한 학교라서 각 분야별 전문 교수님의 지도 아래 멘토링 교육과정이 잘 되어 있고, 창업 컨설팅도 받고 있다”며 “특히 2학년 때 국내 선도농가들과 직접 일하며 노하우를 전수받고, 장기간 해외 현장실습에서도 여러 선진농업 기술을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8개 학과 운영…최근 원예환경시스템·농수산가공학과 등이 각광

현재 개설된 18개 학과의 교육과정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이론과 실무, 현장학습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식량작물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쌀과 콩, 옥수수 등 식량작물의 재배와 생산은 물론 식량작물 가공과 농촌관광 등까지 연계한 여러 실무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 신설된 원예환경시스템학과는 스마트팜과 같은 최첨단 시설에서 재배되는 작물 생산기술과 시설관리, 경영기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한우학과는 세계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고급육 생산과 축산 경영기법, 가축유전학, 한우사료 제조 등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참고로 2019년도 한농대 신입생 모집 원서접수 결과를 살펴보니, 가장 경쟁률이 높은 학과는 한우학과로 6.95:1로 평균 경쟁률(4.11:1)을 크게 웃돌았다. 이 외에 최근에 신설된 원예환경시스템학과(4.65:1), 산업곤충학과(4.56:1), 농수산가공학과(5.20:1), 농수산비즈니스학과(5.83:1) 등도 경쟁률이 꽤 높았다.

이에 대해 이준모 한농대 교학과장은 “한우학과는 전통적인 인기학과로, 한우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과 실무를 익힐 수 있어 주로 한우농가 출신 자녀들이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 신설된 학과들의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기존의 생산농업에서 탈피해 가공·유통·농촌관광 등의 융·복합 6차산업과 미래 먹거리 식품으로 각광받는 곤충자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설학과로 많이 지원한 것 같다”고 전했다.  

▲ 한농대는 국내 유일의 농수산분야 국립 전문대학으로, 3년간의 전문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출처=한국농수산대
▲ 한국농수산대의 가장 큰 강점은 교육비와 기숙사비, 식비 등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는 것이다. 출처=한국농수산대

졸업 후 6년간 의무영농조건 전제 다양한 혜택 부여…매년 지원자 지속 증가

한농대를 가면 무엇이 좋을까? 앞서 말했듯이 한농대는 국내 유일의 국립 농수산업 전문대학교다. 한농대 재학 동안 입학금과 수업료, 실습비 등 교육에 필요한 제반비용 전액이 국비로 지원된다. 아울러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는데, 기숙사비 역시 국비 지원이다. 쉽게 얘기해 3년간 한농대에 다니면서 교육·주거와 관련한 모든 비용은 무료라는 것. 장학금 혜택도 많다. 또한 남자의 경우, 보통 1~2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를 하는데, 한농대에 다니는 남학생은 산업기능요원 혜택이 따르기 때문에 병역 의무를 영농으로 대체 할 수 있다.

다만, 한농대를 졸업하고 수업연한(3년)의 두 배인 6년간 의무적으로 농수산업 현장에서 영농에 종사하는 조건으로 이러한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6년간 의무 영농을 하지 않을 경우에 지원받은 학비는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한농대 농수산가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미성 학생(19·여)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강점은 전액 국비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 비용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재학생 모두 농업에 관한 지식과 실무경험을 쌓는데 집중할 수 있다”며 “또한 3년간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친밀한 관계다. 졸업 후에도 대다수가 농수산업에 종사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 면에서도 모두가 큰 재산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농수산업 전문지식 습득과 국내외 선진농업 현장체험뿐만 아니라 학비·기숙사비 전액 지원, 산업기능요원 복무 대체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다보니 한국농수산대에 관심을 갖는 지원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개교한 첫 해인 1997년 968명(정원 240명)이 지원한 이후 2015년도 1784명(정원 390명), 2017년도 1928명(정원 470명), 2019년도 2261명(정원 550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현재 18개 학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각 분야의 전문지식과 실무, 국내외 현장학습 등을 익힌다. 출처=한국농수산대

내신과 면접, 영농·영어기반 규모 등을 평가해 선발

현재 한국농수산대학에 14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선발기준에 대해 김양우 한농대 교학과 주무관은 “특별전형인 농수산인재전형과 도시인재전형, 그리고 일반전형 등 세 전형으로 나뉘어 선발한다”며 “전형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내신(교과영역·학생생활기록부 등)과 자기소개서, 면접, 영농·영어기반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전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전형이다. 한농대의 2019년도 신입생 모집의 경우, 정원 550명에서 약 70%인 382명이 일반전형을 통해 선발된다. 일반전형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재학생, 혹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인정 검정고시를 합격한 사람 등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일반전형은 다른 전형과 달리 영농·영어기반 규모를 전형 요소(전체 평가의 15% 비중)로 두고 있는데, 지원자 본인이나 직계존속(친족·외족)이 농지나 가축, 농업가공시설, 선박 등의 보유 정도에 따라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김양우 주무관은 “영농·영어기반을 전형요소로 둔 이유는 졸업 후 농수산업 현장에 바로 활동 가능한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한 설립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은 일정정도 생산기반을 갖춰야 종사할 수 있는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농수산업에 종사하지 않거나 관련 배경이 없더라도 지원 가능하지만, 실제 일반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의 80~90%는 농어업 생산기반이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귀농귀촌이나 창농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 한농대 졸업생 10명 중 9명은 졸업 후에도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출처=한국농수산대

올 3월까지 4773명 졸업생 배출…졸업생 10명 중 9명 농수산업에 종사

한농대는 1997년 개교 이래 올 3월까지 4773명(누계)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농촌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2016년 기준 40세 미만의 청년농가 수가 1만1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나이 31세인 한농대 졸업생은 우리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농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한농대 졸업생 4060명(비조사 대상자인 2018년 2월 졸업 예정자, 의무·영농예정자, 면제·사망자 등을 제외한 수치) 중 농수산업을 주업으로 하는 졸업생은 전체의 85.9%인 3489명이다. 한농대 졸업생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이는 4년제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농수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두 자리 수를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농대 졸업생들의 농수산업 종사비율이 다른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농대 졸업생의 소득수준도 높다. 2016년 기준 한농대 졸업생 가구의 평균소득은 891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반농가 가구 평균(3720만원)보다 2.4배 높고,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인 5861만원보다 약 1.5배 높은 수치다. 

조명현 학생은 “한농대에서 배운 전문지식과 국내외 농업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열대과일인 친환경백향과 생산과 함께 학생·도시민 대상의 자연경관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성 학생은 “한농대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향후 농업법인조합을 설립해 국산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디저트 제품을 앞세워 농가소득도 올리고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시장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