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카트의 메흐타 CEO는 대형 식료품점이 자체 배달 시스템을 운영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출처= Instaca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식당의 메뉴와 식료품들을 배달해 주는 회사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식사나 식품을 가정이나 사무실로 배달해 주는 회사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전문 조사업체인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올해 벤처 캐피털 회사들이 올해 현재까지 식사 및 식료품 배달 서비스에 투자한 돈은 무려 35억달러(4조원)로, 2017년 전체 투자액의 3배가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스타카트(Instacart Inc.) 같은 회사는 최근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6억달러의 투자를 확보하면서 회사 가치를 기존 44억달러(5조원)에서 76억달러(8.7조원)로 끌어 올렸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어프루바 메흐타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조만간 회사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PO를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식품 배송회사인 포스트메이트(Postmates Inc.)의 IPO 주관 은행은 이 회사의 가치를 12억달러(1.4조원)로 평가했다.

또 다른 식품 배송회사 도어대시(DoorDash Inc.)도 지난 8월에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40억달러(4.6조원)의 가치로 평가됐다. 이는 세계 3위의 햄버거 체인 웬디스(Wendy’s Co.)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4년에 기업 공개를 마친 그럽허브(Grubhub Inc.)의 주가는 올해 61%나 뛰었다.

승차공유업체 우버(Uber Technologies Inc.)는 내년 초에 계획대로 공개될 경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로부터 기존 자동차 빅3를 합친 것보다 많은 무려 1200억달러(135조원)의 가치를 제안받았는데, 이 중 20억달러(2조3000억원)는 우버의 식품배달 사업부인 우버 이츠(UberEats)의 몫일 것이라고 은행들은 추정했다.

우버 이츠는 새로운 도시까지 배달 사업을 확장해 올 연말까지 미국 인구의 70%에게 식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회사 측에 따르면 우버 이츠는 현재 약 미국 인구의 약 50%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과 식품 업계는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리한 식사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음식점에 주문을 하기 위해 전화보다 모바일 앱 사용으로 전환함에 따라, 배달 사업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즈호 증권의 제레미 스콧 애날리스트는 현재 식당 매출 가운데 테이크아웃과 배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10년 후에는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RBC Capital Markets)의 데이비드 멜 전무는 “식품 배송은 한 번 뜨거워졌다가 식는 유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지난 8월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친 도어대시(DoorDash)는 40억 달러의 시장 가치로 평가 받고 있다.    출처= DoorDash

최근의 이런 배송업체 투자 열풍이 지난 몇 년 동안 투자 업계를 달궜던 밀키트(Meal-Kit) 버블을 연상케 한다고 말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식재료 일체와 조리법까지 함께 집으로 배달해주는 이른바 밀키트 회사는 지난 몇 년 새 100여개로 불어났다. 재료들은 정확한 분량이 들어있고, 친절한 조리법이 시키는 대로 썰거나 볶아 접시에 담아 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음식 솜씨가 없는 사람도 한 시간도 안 걸려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될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광고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한때 이런 밀키트 시장이 향후 10년간 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투자 열풍이 일었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밀키트 역시 버블산업의 전형적인 예로 벌써 공기가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최초의 테크 붐이 일어난 시절 성업했던 식료품 배달 서비스 웹밴(Web Van)은 2000년대 초 한 달에 40개의 매장이 생겨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닷컴 붕괴와 함께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린 사실을 지적한다.

실제로 미리 분류된 재료와 조리법을 고객에게 발송하거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밀키트 업체들이 고객 유지, 심지어는 사업 자체의 존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큰 밀키트 회사로 각광받았던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Holdings Inc)은 2017년 기업 공개 당시 주당 10달러로 주식 시장에 데뷔했지만, 지난 10월 26일 1.18달러에 마감됐다(블루 에이프런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사업의 진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 배달 회사는 밀키트 회사처럼 식품을 저장 분류하기 위해 거대한 창고를 짓거나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장애물이 없어, 직접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 승차공유업체 우버가 지난 주 은행들로부터 1200억 달러의 가치를 제안받았는데, 이 중 20억 달러는 식품배달 사업부인 우버 이츠의 몫일 것이라고 은행들은 추정했다.  출처= Uber

그러나 배송 회사에게도 도전은 있다. 고객 충성도는 주로 그들이 사용하는 배달 서비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식품 또는 식사 자체에 있다. 또 대부분의 식품 체인은 이미 자체 온라인 픽업 운영을 운영함으로써 직접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많은 레스토랑들도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수익을 줄이면서까지 무료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비록 캐주얼 레스토랑 올리브 가든(Olive Garden)의 모회사인 다든 레스토랑(Darden Restaurants Inc.)처럼 “소액 주문의 무료 배송이 사업에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회사도 있지만.

벤처 캐피털 회사 그레이크로프트(Greycroft)의 이안 시갈로우 파트너는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식품 배달 회사에 투자했다가 모두 팔고 현재는 식당메뉴 배달 전문 회사에 투자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풍이 정리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식품기술 스타트업 투자자이자 컨설턴트인 브리타 로젠하임은 “투자자들은 선두 주자를 띄우기 위해 두세 배로 베팅하는 경향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작은 선수들까지 성공할 여지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식품배송회사들은 이미 잘 알려진 식당이나 슈퍼마켓 체인의 식사나 식품을 배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밀키트 구매를 시도한 사람들보다 더 안정적인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엔 맥도널드, 10월엔 서브웨이의 메뉴를 배달하기 시작한 우버 이츠의 글로벌 사업개발 책임자인 리즈 마이어더크는 “휴대폰에 맥도날드와 서브웨이 앱을 이미 설치한 사람들은 우리의 고객이 되기 훨씬 쉽다”고 말했다.

그럽허브도 올해부터 염 브랜드(Yum Brands Inc.)의 타코 벨(Taco Bell)과 KFC 메뉴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그럽허브의 아담 드비트 재무책임자(CFO)는 염 브랜드가 배달이 그다지 인기가 없던 도시에서 그럽허브의 발판을 제공했다고 귀띔했다.

비록 배달 서비스가 주문 금액에 대해 상당 부분의 수수료를 요구하지만, 식당에 직접 오는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식당 경영자들은 배달이 중요한 영업 성장 원인이라고 간주한다. 맥도날드의 스티브 이스터부룩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시장에서 배달이 판매의 10%를 차지한다며 배달이 점점 더 매출 성장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면서 “고객들이 일단 편의성을 경험하고 나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되어 자주 배달 주문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에서 식당들은 식품점보다 훨씬 더 오랜 배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피자 체인점과 중국 식당들은 이미 수십년 동안 배달을 해왔다. 식품점이 배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해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한 이후다.

월마트와 크로거(Kroger) 등 일부 대형 식품 업체들은 언젠가는 제3자 배달 서비스가 필요 없는 자체 배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타겟(Target Corp.)도 지난해 5억5000만달러를 주고 배송전문회사 쉽프트(Shipt Inc.)를 인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버 대변인은 우버 이츠를 통해 식당의 메뉴뿐 아니라 식료품까지 배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카트는 크로거와 독일계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의 배달 업무 대행을 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3000개 지역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스타카트의 메흐타 CEO는 대형 식료품점이 자체 배달 시스템을 운영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기회가 엄청나게 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