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KEB하나은행이 은행의 ‘보수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컬쳐뱅크’를 추진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췄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역 랜드마크로의 부상하려는 의지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컬처뱅크를 통한 신규 고객 유입 목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각 은행마다 컨셉을 달리해 ‘금융’(자금융통)이라는 은행의 본연의 임무에서 확장을 꿈꾼다. 단순 ‘이익’이 아닌 지역 사회 공헌 등에 대한 의지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존 은행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위치한 하나은행 강남점 ‘컬처뱅크’. ‘컬처’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외형부터 여타 은행과 차별화를 예상했지만 그 판단은 틀렸다.

반전을 노렸던 것일까. 내부로 들어서면 은행에 왔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다시 밖으로 나가 ‘입구’를 확인했다.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원재 하나은행 강남역 지점장은 “기존 고객들도 방문해 재차 은행인지 확인한다”며 “그만큼 큰 변화를 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딱딱한 은행의 이미지를 벗고 편안하게 언제든 방문해 쉴 수 있고,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강남역 지점은 컬처뱅크 4호점이다. 이곳의 메인 컨셉은 ‘커피’와 ‘편의점’이다. 중앙 로비에는 개성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즐비하다. 은행업무도 볼 수 있지만 1층에서는 극히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은행의 주 업무는 대부분 2층에서 담당한다.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주목할 점은 1층에서 하나은행의 메인 컬러(color)인 녹색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1층에 위치한 창구도 전체 테마에 맞춰 ‘블랙앤화이트’로 꾸몄다. 은행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편집숍(‘29cm’)과 커피숍이 결합된 하나의 휴식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크다. 은행의 DNA는 바뀔 수 없지만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권요 하나은행 컬처뱅크 TFT 차장은 “특정 업무가 아니라면 은행에 쉽게 방문할 이유가 없다”며 “은행의 보수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간을 재해석해 고객들과의 벽을 허물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컬처뱅크의 주목적”이라고 전했다.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 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사잔: 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은행은 업무는 예금과 대출이지만 자금이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유통업에 가깝다. 각종 유통업과 결합해 ‘은행의 공간’에 대한 의미를 바꾼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유통업체들의 성장을 도모함은 물론 지점별 컨셉을 통해 하나의 ‘랜드마크’로의 성장이 더 큰 목표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컬처뱅크가 단순 젊은 세대, 신규 고객 모집만을 위함이 아니라는 점은 ‘기획’에서 엿볼 수 있다.

강남역 지점은 롯데그룹 계열 기획사인 대홍기획과 함께 지역에 맞는 컨셉을 정하고 이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유통업체를 선별했다. 단순 ‘모델링’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점에 어떤 콘텐츠를 추가할 것인지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 차장은 “대형스크린이 있는 만큼 월드컵 등 주요 경기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행사 등도 고려중”이라며 “이 공간에 어떤 콘텐츠가 추가돼야 고객들이 만족할지가 더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컬처뱅크는 단순 출범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각 지점별 컨셉이 다르다는 점은 컬처뱅크의 ‘다양성’에 주목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컬처뱅크 2호점인 하나은행 광화문점은 ‘책’이 메인 테마다.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목재 등 우드 디자인을 주를 이룬다. 컬처뱅크 2호점은 광화문하면 떠오르는 교보문고와 함께 지역 이미지(책) 확대에 일조할 수 있지만 선의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후자보다는 전자 성격이 훨씬 강하다. 온라인을 중시하는 시대에 오프라인에 공을 들이는 것은 수익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컬처뱅크를 통해 지역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여름에 가장 시원한 곳은 ‘은행’이라는 말이 있다”면서도 “은행에 가서 잠시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공간이 고객들에게 ‘편한 곳’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까운 혹은 먼 훗날, “하나은행에 커피 마시러 가자”, “하나은행에 책보러 가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딛은 단계지만 공간을 재해석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컬처뱅크가 은행의 단순 ‘친절’, ‘신뢰’를 넘어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