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주공5단지를 포함한 송파구 아파트 가격은 10월 넷째 주 -0.04를 기록하면서 하락 국면을 맞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상승폭을 굳건하게 이어온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약 네 달 만에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13 대책 이전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1억원 이상으로 높지만, 여전히 타지역 대비 높은 호가에 매수 문의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 10월 4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최고 28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3구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가 자리한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은 6월 셋째 주 이후 18주 만에 지난주 변동률인 0.03%에서 –0.02%로 고꾸라졌다.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 역시 0.01%에서 –0.02%로 14주 만에 하락했다. 송파구는 –0.04%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서울의 상승폭도 지난 주 0.05%에서 0.03%로 조정됐다.

한국감정원은 9.13 대책의 영향으로 강남 3구의 호가 하락세가 확산되고 매물이 누적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시금석’인 강남 3구가 하락하면서 서울 지역의 상승폭 감소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 10월 넷째 주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울 지역의 변동률이 0.03%로 다소 낮아졌다. 출처=한국감정원.

하락 맞지만 이유 제각각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와 이웃한 A공인중개사는 “반포주공이 12월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잠시 내려간 가격의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인가가 나면 양도세가 최소 4~5억은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크로리버파크 주민들이 소유 주택을 급매로 내놓고 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중도금을 포함해 28억원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 실제 거래가보다 호가가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개사는 “관리처분인가가 나는 12월이면 평당 1억원은 기본이라, 거의 50~60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다시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가격이 20억에서 18억8000까지 내려간 후 두세 건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주변 L공인중개사는 “값이 저렴한 매물 위주로 실거래가 있었다”면서 “약 1억2000만원 떨어졌지만 아직 매물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9.13 대책 발표되고 묶인 거래가 풀리는 기미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매물이 주를 이뤄 하락이 ‘추세’로 자리 잡기까지 지켜봐야한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잠실 지역은 최고가 19억2000만원에 형성된 잠실주공5단지의 매매가가 약 18억9000까지 떨어졌고, 실거래는 입지가 좋은 로열층까지 18억원 선에 거래됐다. 단지 주변 J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내놓은 9.13 대책의 영향은 맞지만, 거꾸로 현금 유동성이 넉넉한 분들이 구매의사를 내비치며 연락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강남지역과 조금 다르게 가격이 더 하락하면 구매하려는 대기 수요가 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 편으로 1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갈아타려는 수요가 있어, 5단지와 신규 분양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 '하락 국면'은 아직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이것을 추세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락 가능성을 가진 ‘조정 국면’ 진입에 무게를 실었다. “강남 3구의 매매가 하락은 9.13 대책이 대출 여력을 줄인 결과”라면서 “지금은 아직 호가가 꺾인 정도이지만, 이미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것에 부담을 느낀 주택 보유자들이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권대중 교수는 “계약과 중도금, 잔금 지급까지 감안하면 최소 3달 이후에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확언을 경계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간 급등과 정부 정책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역시 조정국면으로 판단했다. 김영곤 교수는 “매수 의사를 가진 수요자가 귀하다보니 하락 국면이 자리 잡으려면 긴 시간을 두고 가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과장은 “실거래에 기반한 자체 매매가 조사로는 아직 보합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집을 사고 1 내지 다주택자가 되면 당장 규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직 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을 서두를 시기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과장은 “규제가 강할수록 투자 수요가 빨리 이탈하는 측면이 있어 아직 하락 국면으로 보기엔 이르다”면서 “9.13 대책 이후 1주택자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고, 재건축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투자 수요 유입이 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승폭 둔화가 5주 연속 이어져 ‘추세’가 됐기 때문에, 국면 전환이 이뤄진 것 자체는 맞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경제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고 유동성도 조일 조짐이 있어, 지난 3년 동안 오른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인 '갭 메우기' 대 '풍선효과'

반면 서울의 비싼 주택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경기 등 수도권에서 매물을 찾으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종의 ‘풍선효과’로 풀이한 전문가도 있었다.

감정원 집계 결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보다 0.01% 오른 0.08%였고, 특히 서울 접근성이 좋은 용인 등 경기 시도지역의 상승률은 0.11%를 기록했다.

분당·광교의 가격과 ‘갭 메우기’ 현상이 일어난 용인 수지 지역은 신분당선 역세권과 죽전동 위주로 0.50%의 상승률을 보였다. 용인 기흥 역시 신갈역세권 등 주거 환경이 좋거나, 그간 높지 않은 상승폭을 지역을 중심으로 0.4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중 교수는 “용인 해당 지역은 풍선효과로, 갭 메우기를 하려는 가수요자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지해 과장은 “분당, 평촌 등 신도시 급등세를 반영한 풍선효과는 이미 어느 정도 지났다”면서 “용인 해당 지역은 과거 투자 수요가 많이 일어났지만, 신분당선 노선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가격은 오름세의 기지개를 펴는 듯하다. 강남과 송파구의 전세가격은 헬리오시티 입주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0.01% 올랐다. 서초구는 노후단지가 하락한 반면 외곽의 신축 단지들은 상승하면서 혼조를 보여 보합(0.00%)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