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전세계 인구가 해마다 약 600억정 복용한다는 '아스피린',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좋아 부담없이 복용하지만 자칫 잘못된 복용으로 오히려 뇌졸중을 불러올수도 있다는 점은 잘 인식되지 않고 있다.

아스피린의 부작용으로는 약물과용두통과, 비타민C부족, 위장출혈, 백혈구‧혈소판 감소와 기능 저하에 따른 출혈시간 연장 등이 꼽힌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복용 전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고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손상이 오고 그에 따른 신체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은 2016년 전 세계 사망원인 2위, 2007년부터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사망원인 3위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한국은 지난해 5월부터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제1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2018~2022)를 수립하는 등 이 질환의 발병을 줄이고 신속한 전문진료 체계 구축을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예방이 중요한 뇌졸중, 저용량 아스피린이 도움?

뇌졸중의 위험인자로는 고칠 수 없는 위험요인과 바꿀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나뉜다. 전자는 나이, 성별, 가족력 등이다. 후자는 고혈압, 흡연,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등이다.

보건복지부의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수칙에 따르면,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마시도록 한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매일 30분 이상 충분히 운동해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하는 습관을 기르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아스피린의 아세틸 기(Acetyl group)가 혈소판 막과 결합해 시클로옥시나제(Cyclooxygenase, COX) 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하므로 트롬복산 A2(Thromboxane A2, TXA2) 형성을 줄여 혈소판 응집을 방해한다”면서 아스피린은 심근경색,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등 동맥 폐쇄성 질환의 재발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엘 관계자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도움이 된다”면서 “일과성 허혈 발작 또는 허혈성 뇌졸중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한 10회 임상 시험을 메타분석한 문헌에 의하면 저용량 아스피린은 일과성 허혈성 환자나 뇌졸중 환자에서의 허혈성 뇌졸중 위험성을 17%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 아스피린 프로텍트 100mg 정. 출처=바이엘코리아

그러나 심장마비‧뇌졸중 병력이 없는 사람은 복용할 때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해 11월 “심혈관 질환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이 효과가 있지만, 이를 매일 먹는 것은 모두에게 옳은 방법이 아니다”면서 “이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 FDA는 심뇌혈관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제품 라벨에 표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바이엘의 요청을 거부했다.

미 FDA에 따르면 아스피린 복용은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병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예방 약품인 ‘1차 예방책’으로의 역할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에게 아스피린은 두뇌‧위장출혈을 야기할 수 있다.

스웨덴에 있는 웁살라 대학교(Uppsala University)의 요한 순드스트롬(Johan Sundstrom) 교수는 지난해 9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다가 부작용으로 끊으면, 3년 안에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37%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아스피린이 이런 환자들에게 효과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 발표 당시 미국 심장학회(AHA) 대변인 니카 골드버그(Nieca Goldberg) 심장병 전문의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다 끊으면 혈전 위험이 급속히 상승한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이는 반동효과(Rebound effect)다”고 설명했다. 미 AHA는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큰 사람과 이 질환을 한 번 겪은 사람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스피린이 이 질환 예방과 관련해 효과가 있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아스피린의 역설로 불릴만하다.

김치경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의 중요한 치료 중 하나는 예방이다. 이미 뇌졸중을 겪었던 사람은 건강한 식생활습관과 함께 저용량 아스피린의 꾸준한 복용으로 2차 예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뇌졸중 고위험군이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으로 복용 결정을 고려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골든타임 중요한 뇌졸중, 조기증상 인지율 전국 약 52.7%에 그쳐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눌 수 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뇌세포가 죽게 되는 질환이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흘러나온 피가 뇌에 고여 손상이 오는 것이다.

뇌졸중이 발병하기 전 일과성 뇌허혈발작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심하게 좁아진 뇌혈관으로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다시 흐르거나 뇌혈관이 피떡(혈전)에 의해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을 말한다.

뇌졸중 증상이 잠시 왔다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좋아지는 증상이다. 이 증상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의 강력한 경고지만, 금방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무시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 서울시 뇌졸중 조기증상 인지율. 출처=통계청

뇌졸중은 치료 골든타임이 가장 중요하지만, 통계청의 시군구별 뇌졸중 조기증상 인지율에 따르면 전국에서 뇌졸중 조기증상을 인지하는 비율은 약 52.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울은 강남구가 63.4%로 가장 높고 성동구가 20.1%로 가장 낮았다.

보건복지부는 한국 전체 사망원인의 24.3%를 차지하고 있는 심뇌혈관 진료비와 사회경제적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증상 인지율을 끌어올려 질환을 예방하고, 약 8%인 치명률을 2022년까지 약 1% 내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기 인지율은 약 10%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어지러움, 두통 등 조기증상 확인해야…골든타임 놓치면 치료기회 90% 잃어

뇌졸중의 조기증상으로는 반신 마비, 언어 장애(실어증), 발음 장애(구음 장애), 운동 실조, 시야, 시력 장애, 연하 장애, 치매, 어지럼증, 두통 등이 있다.

▲ 뇌졸중의 조기증상. 출처=보건복지부

김치경 교수는 “지역별로 의료 접근성이나 개인의 인식에 따라 뇌졸중의 조기증상을 인지하는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신속한 대처를 해야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에 대한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평소 조기증상을 숙지하고, 최대한 발병 2시간 내 병원에 도착해 늦어도 6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 기회를 90%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치경 교수는 또 “한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으므로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서 뇌졸중의 원인을 밝히고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