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기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지만 질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건설투자 부문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도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비투자는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GDP 대비 GDI 증가율이 낮은 이유로는 교역조건 악화가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 미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온 한국경제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6% 증가한 400조234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0%에서 2분기 0.6% 축소된 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세부적으로 보면 3분기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다.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건설과 설비투자 조정이 지속됐다.

민간소비는 0.6% 늘었다. 화장품과 의류 등 소비가 늘며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정부 소비는 1.6% 증가했다. 보장성 확대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확대된 탓이다.

건설투자는 6.4% 급감했다. 1998년 2분기(-6.5%)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수치다. 건물과 토목건설 전반이 위축됐다.

설비투자는 4.7% 줄어 2분기에 이어 연속 감소했다. 운송장비는 늘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기계류가 축소됐다. 수출은 3.9% 증가한 반면, 수입은 0.1% 줄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회복세 약화 등으로 향후 경제전망도 부정적”이라며 “수출 성장기여도 하락을 내수로 메워야 하지만 소비와 투자 모두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는 고용부진, 가계부채 악화 개선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호조, 무시할 수 없는 건설투자

3분기 국내 GDP는 건설과 설비투자가 부진했으나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율이 개선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순수출의 전기대비 성장기여도는 1.7%포인트로 6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성장기여도는 각각 –1.0%포인트, -0.4%포인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단순 주택정책으로 건설투자가 위축된 것이 아니라 토목 등 전반이 부진한 결과”라며 “수출 동력은 ‘건설’로부터 시작되는 만큼 현재 수출 호조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 GDP가 전기대비 0.8% 성장해야 한다. 건설기성(투자)에 선행하는 수주 잔액을 보면 향후 2년간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19년 정부 예산 중 SOC 부문만 유일하게 삭감됐다”며 “최근 정부가 정책 지원 방안을 통해 민간, 공공투자 활성화를 제시했다는 점은 위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내구재를 중심으로 민간소비는 개선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정책 일몰 이후 나타날 기저효과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3분기 국내총소득(GDI)은 0.2% 증가했다. GDI는 GDP에서 교역조건에 의한 실질 무역 손익을 더해 측정한다. 무역 부문 항목이 추가되지만 소득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를 감아하면 내수에 무게가 실린다.

GDI가 부진한 이유는 수입과 수출로 대표되는 원유와 반도체 가격의 교역 조건 악화다. 투자 부문 불확실성에 이어 내수 기대도 어려운 이유다.

한국 경제를 두고 비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경제가 재정정책 효과에 따라 회복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 유지될 것인지, 정부의 금리에 대한 스탠스 변화가 있을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