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미래 먹거리 확보에 비상에 걸린 건설사들이 ‘PM(Property Management·부동산관리)’ 영역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PM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업용부동산 운용관리 영역을 확대해 향후 아파트 리모델링부터 자산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3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상업용 부동산 관리 전문 기업에서 활동한 PM 플레이어 영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M이란 주로 상업빌딩 등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물건을 관리하고 그 가치를 유지 및 향상시키는 업무를 말한다. 업무 내용은 주로 부동산 운영관리와 임대·영업관리 등이다.

상업용 부동산 관리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확장중인 대표적인 건설사는 보성그룹 자회사인 보성산업이다. 보성그룹은 보성과 한양, 보성산업 등을 주요 계열사로 가지고 있다. 보성산업은 주택사업에서 부동산 개발 노하우를 쌓은 부동산개발 전문회사로 새만금 복합레저타운과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도시개발(솔라시도) 등 스케일이 큰 부동산개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 건설사는 최근 외국계 부동산 서비스 회사로부터 상업용 부동산 관리 전문가 3명을 영입했다.

대보건설을 주력기업으로 두고 있는 대보그룹도 역시 상업용 부동산 관리 PM플레이어 영입에 적극적이다. 대보그룹 내 이도 건설사는 도로와 건축물 종합유지관리 사업(O&M)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 경영지원본부 이외에 인프라유지관리, 환경, 건설 등 3곳의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이곳은  최근 글로벌 부동산 회사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에 포진된 PM 플레이어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견 건설사 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 역시 PM 영역 강화에 전사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롯데자산개발과 현대산업개발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최근 준공된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중형급 오피스 빌딩인 ‘강남N타워’ PM을 맡았다. 롯데그룹의 종합부동산회사인 롯데자산개발은 지난해 12월 롯데물산으로부터 제2롯데월드 중 ‘롯데월드몰 쇼핑몰’ 경영에 대한 포괄적인 위임을 받으며 그룹내 부동산 운용관리 회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최근 그룹 외 물건을 비롯해 타회사와 협업을 통해 부동산관리 역량 강화에 나섰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롯데그룹에 편입된 이후 ‘롯데몰 김포공항’을 시작으로 ‘롯데 피트인 동대문’ ‘롯데센터 하노이’ ‘롯데몰 수원’ 등 복합쇼핑물 운영을 맡아왔다. 최근에는 코람코자산운용과 주거임대사업 MOU를 맺으며 개발PM업무와 임차인 유치 및 임차 후 임대주택 관리 부분을 맡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일본 도시건축개발회사인 모리빌딩 서울 지사장으로 있던 박희윤 지사장을 올해 초 개발운영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 부서는 융복합 개발사업기획 발굴을 포함해 보유자산 운용 등을 맡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인 HDC아이서비스는 종합 부동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을 기반으로 시설관리와 임대관리 자산관리 등 전반적인 부동산관리 업무를 담당 중으로 설립 이후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부동산 관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는 의견이다.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가구와 빌라를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지만 현재 짓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노후화된다고 해도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짓는 것 보다는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오히려 상품개발이나 신 시장 창출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은 없어도 부동산 관리 시장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개발 후 분양 패러다임이 개발-분양-관리 영역으로 변화되면서 관리영역 필요성이 증대되는 만큼 그간 관리영역을 상대적으로 도외시한 건설사들이 일본이나 홍콩 등 외국처럼 종합 부동산회사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한국건설연구원이 지난 2월 19일 발표한 ‘일본 임대주택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돼 현재까지 실질 GDP 성장률이 2% 미만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신규주택 공급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지난 2016년 일본 신규주택 착공 실적은 97만호로 최고치였던 1973년에 비해 52.3% 수준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축소된 신축 시장에서 일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임대주택과 맨션 공급인 상황이다.

지난 2013년 기준 일본 전체 주택 재고 수는 6063만호로 주택보급률은 2008년도에 이미 115%에 도달했다. 국내 주택보급률이 2016년 기준 102.6%인 것과 비교하면 주택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성장기에 기초한 분양사업 중심에서 주택산업의 체질개선과 모델변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이미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도는 저상장 시대가 이어지고 지난해 기준 국내 1인가구 비중은 28.6%로 일본이 2000년에 1인가구 비중이 이미 30%를 상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 주택시장의 변화양상이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일본이 2000년대를 기점으로 J-Reits가 도입되며 임대주택 사업의 제도적, 금융적 기반이 형성됐으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상속세, 보유세, 소득세 혜택이 이뤄지면서 개인토지주와 주택주가 임대주택 공급자로 적극유인됐다면 국내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하면서 7월까지 누적된 주택임대사업자 수는 33만6000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임대주택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 건설·부동산 회사는 토목과 건축 시공 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회사와, 주택사업 중심 회사, 부동산 디벨로퍼 역량을 갖추고 있는 종합부동산회사로 나뉘게됐다.

이 중  토목과 건축 시공 사업에 기반을 뒀던 건설사들은 일본의 버블 붕괴 이후 정체와 부침이 심했던 반면 종합 부동산 회사 격인 미츠이 부동산은 자산 보유를 통해 이익을 확보하는 구조로 낮은 변동성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보였다.

대표적인 종합부동산 회사인 다이토켄타쿠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주택 임대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임대주택 부문과 함께 신축 공사 부문간 시너지를 통해 1992년 0.2조엔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0년 매출 1조엔대를 넘어섰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은 일본과 같은 임대주택이 주력 사업으로 대두될 수 있는 환경이 현재까지는 조성되지 않았지만 분양 중심의 단기 사업에서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 사업으로 비지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하는 큰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시공과 운영 부문의 선순환 모델 구축을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상업용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사실 지금껏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고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부동산을 관리 운용해 얻게 되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지만 앞으로 전망을 봤을 때 계속 (부동산을)가져가는 방향으로 바뀌는 만큼 임대관리와 임대협상 등이 필요하고 이는 경영스킬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부동산 관리라는 것이 단순히 시설관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임대수익관리까지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부동산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관리역량이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20여년 뒤를 전망했을 때 현재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쪽으로 수요가 있을 것이기에 역량 있는 회사가 관리하지 않고서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만큼 20여년 부동산관리 업력을 쌓아놓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