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스타트업 어필(Apeel)은 과일과 채소에서 추출한 오일로 과일과 야채의 보존 기간을 두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무색 무취 무미의 파우더로 만들었다. 출처= Apeel Scienc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구 한 쪽에 사는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구 반대 쪽에는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실제로 연간 약 13억톤의 음식이 - 이는 인간이 먹기 위해 생산하는 식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리고 지구상의 인구 9명 중 1명은 저녁을 굶은 채 잠든다.

한 바이오 스타트업이 자연에서 채취한 유기농 성분을 사용해 아보카도, 오렌지, 기타 식품들의 보존 기간을 두 배로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과연 이 시도가 글로벌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바이오 스타트업 어필(Apeel)의 제임스 로저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의 푸르른 농장 사이를 자동차로 달리다가 라디오에서 지구상의 기아(飢餓)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현재 우리가 지구상의 모든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이상의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 문제를 깊이 연구한 로저는 식품의 빠른 부패가 문제의 원인 중 하나임을 깨닫고, 2012년에 식품의 저장 수명을 늘리고 낭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어필 사이언스(Apeel Sciences)를 설립했다. 농산물을 신선하게 보존하기 위해 화학 약품에 의존하기보다, 농산물이 보존되는 동안 부패하는 과정을 늦추기 위한 특수 보호 코팅 방식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실리콘 밸리의 최고 벤처 캐피털 회사 중 하나인 앤드리슨 호로비츠(Andressen Horowitz)의 지원을 받아 현재까지 1억 1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에는 홀푸드(Whole Foods)의 전 공동 CEO였던 월터 로브도 이 회사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유엔의 데이터에 따르면, 식품 손실과 쓰레기의 40%는 개발 도상국에서 농산물이 수확되어 가공된 이후 수송 과정에서 발생한다. 인프라 문제와 더불어 냉장 운송 트럭 비용이 비싼 것도 원인이다.

선진국에서는 소매 및 소비자 소비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다. 농산물이 부패하거나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폐기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로저는 "농산물의 생산되는 곳에서부터 매장의 진열대에 오르는 전 과정에서 식품이 버려진다. 이것은 정말 참혹한 일”이라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1조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킨다. 이것이 어필 사이언스가 운송이나 판매에 관련된 모든 식품 업체들이 식품 폐기물을 줄임으로써 그들의 이익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 어필의 파우더 처리 실험. 위: 상온에서 딸기 5일 경과 비교  아래: 바나나 10일 경과 비교.   출처= Apeel Science

식품에 수분이 남아 있고 산소가 침투해 곰팡이가 발생하면 썩기 시작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필은 양조용 포도나 케첩의 원료인 토마토 껍질 같은 동종 과일과 채소의 껍질, 씨앗, 과육에서 지방 지질이 풍부한 오일을 짜내 이 오일을 무색, 무취, 무미의 파우더로 바꿔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에 실험했다.

농산물을 매장에 공급하기 전에 이 파우더를 미리 물에 희석시켜 포장 시설에서 농산물에 바르거나 뿌려서 일종의 ‘보호 껍질’을 형성시킨다.

이 파우더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청으로부터 안전 인증을 받았다.

어필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과일과 채소의 유통 기한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실험실에서는 3 배까지 보존 기간을 늘릴 수 있었다. 회사의 목표는 농산물의 수명을 4배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로저는 "신선 농산물의 보존 기간을 4배까지 늘리면, 재배지에서부터 식품을 소비하는 매장까지 운송하기 위해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필의 제품은 현재 코스트코, 크로거 등, 2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제품을 아보카도에 테스트해 본 식료품 체인점 하프스 푸드 스토어(Harps Food Stores)는 이 제품 덕분에 아보카도의 이익 마진이 50% 증가한 것을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진열 기간이 길어지고 썩어서 버리는 농산물이 줄었을 뿐 아니라 보관 기간이 늘어났더라도 가격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필은 글로벌 인프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미 미국을 넘어 아프리카의 파트너들에게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프라 비용은 국가를 막론하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공급망이 닿아 있는 모든 지역에 전기 시설이나 냉장 장비를 설치할 필요 없이, 먼 지역까지 우리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냉장 시설 없이도 수 주 간의 운송 기간 동안 농산물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농산물 유통의 획기적인 변화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