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음에도 고정적으로 성차별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탁결제원·산업은행·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 기관 모두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합격자의 남녀 비율이 고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예탁결제원은 블라인드 도입 전인 2016년도 신입 공채와 도입 후인 2017년, 2018년도의 합격자 남녀비율이 65대35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최근 2개년 산업은행 신입 공채 인원 및 남녀 성비. 출처=이학영 의원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도입 전인 2016년도 신입 공채와 도입 후 2017년도 최종합격자의 남녀성비가 65:35로 같았다. 그 이전인 2013, 2014, 2015년도의 경우 합격자의 성비가 70대30 수준으로 유지됐으며, 특히 2013년도와 2014년도는 채용 인원은 달라졌지만, 남녀성비는 71.4대28.6이었다.

기업은행의 경우 블라인드 도입 첫해인 작년, 여성 합격자 비율이 42%까지 올랐다. 이는 최근 5개년 기업은행 공채 합격자 평균 여성비율 33%를 10% 가량 웃도는 결과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여성 최종합격률은 32%로 2016년도와 똑같은 수준의 성비가 나타났다.

작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시중은행 채용비리의 핵심에는 성차별 문제가 있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남녀 합격자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차별채용 했고, 국민은행은 남성 지원자의 서류 전형 점수를 비정상적으로 올려 여성 지원자들을 탈락하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채용에서 은밀한 성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기관 채용에선 공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