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로또인 메가밀리언과 파워볼의 열기가 후끈하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으로 로또를 구입해서 일주일간 막연히 대박의 꿈을 꾸듯이 미국 사람들도 복권을 구입해서 일확천금이 생기는 행운을 기대한다.

최근 미국의 양대 복권인 메가밀리언과 파워볼의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당첨금액이 20억달러를 넘어 크게 치솟았다. 그러자 각 직장마다 돈을 모아서 복권을 공동구매하는가 하면 복권이 당첨되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서로 공유하는 등 복권 광풍이 불고 있다.

메가밀리언은 ‘화이트 볼’ 70개 중 5개의 번호와 ‘메가 볼’ 25개 중 1개의 번호를 모두 맞히면 1등을 차지하는데 그 확률은 3억250만분의 1에 불과하다.

파워볼의 당첨확률도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라서 2억9200만분의 1이다.

그나마 2015년까지는 공 59개 중에서 5개의 번호를 맞추는 것이라서 확률이 1억7500만분의 1이었는데, 이후 공의 숫자를 69개로 늘리면서 1등 숫자를 맞출 확률이 크게 낮아졌다.

메가밀리언이나 파워볼 모두 미국 전 국민이 한 장씩 복권을 샀을 때 그중 딱 1명만 당첨이 되는 수준의 확률인데, 번호 5개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상금만 더욱 증가하면서 기대감만 높이는 꼴이 됐다.

한국의 로또 1등은 대개 10억원에서 50억원 사이를 받게 되는데, 미국의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은 최고 금액이 10억달러에서 20억달러까지 올라가서 1등이 되면 1조원이 넘으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번호 6개 조합을 구입하는 1장 가격이 2달러인데 운만 좋으면 2달러로 일순간에 억만장자가 될 수 있으니 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확천금의 꿈에 취한 미국인들이 2016년 복권 구입에 사용한 돈만 726억4900만달러(한화 82조4566억원)로, 한국의 2016년 전체 복권판매 수입인 3조5221억원과 비교해서 23배나 높은 금액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인구가 약 6.3배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국인들이 훨씬 더 복권을 사는 데 쓰는 돈이 큰 셈이다.

전체 복권 판매금액과 인구숫자로 계산했을 때 한국인은 2016년 한 해 동안 1인당 약 6만8470원의 복권을 구입한 반면, 미국인은 2016년 한 해에 1인당 223달러(한화 25만3105원)를 복권 구입에 썼다.

미국의 6개주(앨라배마, 알라스카, 하와이, 미시시피, 네바다, 유타)는 복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1인당 구매액은 평균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사추세츠 지역의 사람들이 특히 복권 구입에 열을 올렸는데, 2016년에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1인당 무려 763달러(한화 86만5000원)를 복권 구입에 사용했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가량이 복권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고, 연봉이 3만6000달러에서 8만9999달러의 중산층은 56%가 지난해 복권을 구입한 바 있다.

연봉 9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도 53%가 지난해 복권을 구입했으며, 연봉 3만600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에서의 복권 구입비율은 40%로 낮아졌다.

저소득층이 복권을 구입하는 비율은 낮았으나 구입하는 금액은 훨씬 높다. 소득이 하위 20%인 사람들이 구입하는 평균 복권 금액은 연간 433달러로, 소득이 상위 20%인 사람들의 연간 복권 구입액 193달러를 2배 이상 웃돌았다.

구입하는 복권 유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저소득층은 동전으로 긁어서 즉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고 당첨금액이 수천달러뿐인 스크래치 복권을 사는 반면, 고소득층은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과 같은 큰 금액의 복권을 구입한다.

수천달러를 받아봤자 고소득층에게는 인생을 바꿀 기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수백만달러, 수억달러가 제시되는 고액 복권에 몰리는 것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구입을 많이 하고 흑인들보다는 백인들이 복권을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복권에 관심이 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1세에서 40세의 연령층이 복권을 가장 많이 구입하고 뒤이어 18세에서 29세의 젊은 층들이 복권을 구입했다.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복권을 구입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