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하며 그때그때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기는 하는데, 그 결정이 성공적인 것인지 아닌지 항상 의문이 듭니다. ‘만약’이라는 사후 가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때그때 의사결정이 성공적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미리 판단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위해 다양한 상황파악을 하고,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을 점검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대응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정은 했는데, 그 결정이 성공적인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다른 결정을 했어야 하는지 항시 의문이 드는 것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의사결정이 성공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 의사결정이 그 상황에서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성공적이다 아니다라는 판단기준은 보다 광범위하고 위기관리 목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대응’이었는가 여부는 보다 좁은 의미에서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해야 그것이 적절한 것일까? 해명 자료를 내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기자회견을 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대표이사가 나가 발표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와 같은 입장과 메시지가 과연 현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꾸준히 하면서 대응에 대한 적절성을 평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국민들이 우려했던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사고의 책임과 관리 의무가 있는 기업은 어떤 대응을 해야 적절한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을 뿐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해서 공중의 상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업이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중의 상식에도 반하는 대응 결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위기 시 하는 것이 바로 적절한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고 싶지 않아 하니 문제는 더 크게 번지게 됩니다. 그 적절하지 않은 선택을 전제로 여러 다른 위기관리를 하려 하면 상황은 더욱 고통스러워집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 위기에서 고통 받는 기업은 적절하지 않은 결정을 했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우려했던 사고를 발생시키고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거나 책임을 적게 지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도 그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한 것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것입니다.

제품에 대한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다 했으면서도 그러지 않아 발생된 품질 안전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연히 소비자들을 손해나 위해로부터 보호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를 따르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적절한 대응이란 상식적이고 일반적이고 새롭지 않은 당연한 대응을 의미합니다. 적절한 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이고 놀랍지 않은 당연한 메시지가 오히려 적절한 메시지입니다. 공중이 기업의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그를 따르는 것이 적절한 것입니다. 공중이 기업에게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달하기만 하면 그 메시지는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시종 위기관리에 있어 적절한 결정을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과 적절한 메시지를 유지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위기관리는 성공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적절함의 벽돌은 그때그때 상황에서 이해관계자와 공중의 생각과 교감하는 바탕 위에 하나하나 쌓여갑니다. 적절함이란 위기 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됩니다.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있어 이것이 적절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수없이 사전 사후에 반복해본다면 위기관리 성공에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