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의료진과 피험자가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출처=삼성서울병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7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으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22일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최지현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김고운 전북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과학에 기반을 둔 시나리오로 만든 영상을 토대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영상은 생일을 맞은 한 명과 파티에 초대받은 여섯 명에게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주는 미니 드라마다. 상영시간은 7분에 불과하지만 등장인물, 배경, 소품, 어투와 억양 등 모든 요소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돼 개인 인지기능 평가에 최적화됐다. 드라마 전체 분량이 360도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도 돋보인다.

검사는 피험자가 드라마를 모두 시청한 뒤 관련 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구팀 관계자는 “피험자가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상태에서 영상을 시청하도록 만들었다”면서 “피험자는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매 검사가 여러 단어를 나열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외우라는 등 일종의 시험과 같았다면, 새 진단법은 피험자의 인지기능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데 주안점을 뒀다. 피험자의 답변 내용은 기계학습으로 통계적 분석을 거쳐 만든 알고리즘으로 풀어낸다.

연구팀 관계자는 “주관적 인지기능장애 환자나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매 환자 등 52명을 대상으로 검증에 나선 결과, 시험의 정확성을 가늠하는 민감도 부문이 93.8~95.1%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본 피험자의 답변만으로도 정상, 경도인지 장애, 치매 등을 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부문을 더 세분화해 치매로 악화 가능성이 높은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도 새 진단법으로 가려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확진 시 필요한 핵의학검사(PET) 대상자를 간추릴 수 있어 불필요한 검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기존 검사는 환자의 긴장도를 불필요하게 높일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필요한 인지 능력을 반영할 때 한계가 있다”면서 “치매를 되돌릴 방법은 아직 없지만 늦출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간편하고 손쉬운 검사로 치매 조기 진단이 이뤄지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 진단법은 국가기술연구회 치매DTC사업단의 지원으로 삼성서울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공동 연구해 개발했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