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전역예정장병들의 취업을 위한 세미나인데 국회의원 몇 명도 얼굴을 보인다고 한다. 벌써 4년째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데, 그동안 의견도 내어 보고 했으나 무엇 하나도 바뀐 것을 모르겠다. 이 부분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면접장의 질문

“군(軍)을 2년 복무하셨네요. 군에서 뭘 했습니까?”

- (답변1) 예, 운전병 했습니다.

- (답변2) 예, 운전병으로 병력과 군수품 등을 안전하게 그리고 빠르게 수송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 일본계 기업의 채용담당 임원이 지난해 5월의 어느 취업·진로 관련 세미나에서 말한 내용이다. 1번은 무조건 불합격시킨다는 것이다. 2번의 답을 원한 것이다. 물론 1번의 답에 이어 더 깊은 질문으로 주고 받으면 2번의 답으로 갈 것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무조건 군대를 가는 징병제’이지 않느냐? 면접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으로도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높은 인재선별법이다’라는 것이다.

좀 더 깊게 보면 일에 대한 목적과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다. 지혜로운 질문으로 생각된다. 이 부분은 다음에 좀 더 깊게 다뤄보겠다.

한국 기업에서 이런 질문법은 별로 본 적이 없다. 군에서 인사장교, 중대장 등을 하며 (비록 군대 내의 일이지만) 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분별은 뚜렷하며 그중 강한 요인이 있다면, 이와 같은 일에 대한 이유와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일 것으로 뒤늦게 생각된다. 좀 더 확장하면 직장인들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업무와 지시이행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은, 높아지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중요한 요소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강의장의 질문

“군대 생활한 것을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에 써도 됩니까?”

“개인이나 생각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군에서 배운 좋은 경험이 있다면 기억을 되살리세요. 나쁜 기억만 있지는 않을 것이고,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가 군 경험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두고 있으니, 잘 골라 쓰면 큰 강점이 됩니다.

특히 사병으로 보낸 경우와 장교로 보낸 경우는 또 다릅니다. 장교라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병이라고 나쁜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가치 판단을 잘 하면 됩니다. 기업이나 사회생활 기준에 맞추어서.”

“그런데, 지난번에 어느 강사님은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하던데요.”

기가 찬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아마 그분이 군대를 안 갔다 왔던지, 본인의 기억이 안 좋은 것으로 기억에 남았던지 혹은 상관에게 큰 질책을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일반적인 군대생활(의무복무, 평범한 주특기, 같이 생활하기 싫은 상관과 타인들)의 경우도 본인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군대 밖 일반 생활보다 나의 욕망을 통제해야 하며, 남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고, 상관의 지시가 싫은데도 해야 하며, 단순반복으로 지루할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일정 시점부터는 부하(후배)들을 지도하고 그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정말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된다. 그리고 경계임무의 경우는 ‘나 하나만 잘못되어도 대한민국 전체가 뚫린다’라는 최고의 긴장도가 이어지는 경우도 이어진다.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 역으로 말하면 이 경험은 ‘돈 주고’도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필자가 약간 오버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이 잘 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 군대복무다. 필자의 경험도 있다. 25년여 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2주 동안 전 세계 기업에서 온 인사담당자들과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루 동안의 OUTDOOR 프로그램에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동료를 리드하며 문제해결을 하는 활동에서 단연코 ‘1등 리더십’의 평가와 칭찬을 받았다. ‘군대 경험의 1/3 수준’으로만 힘만 써도 되던 경험이다.’

좀 더 나가보자. 특별한 주특기나 보직인 경우는 더 귀하다. 공병·통신·수송·행정·헌병·의무·정보·경리·기갑·정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남들이 못한 현장의 실제 경험들이다.

 

군대 관련 안타까운 몇 가지들

1. 군전역자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군에 있는 동안은 무뇌(無腦)의 시간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내는 시간이다. 그래서 썩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가 있다.

2. 최근에 전역한 장교출신들이 그 좋은 경험으로도 스스로 취업에서 뒷전으로 밀린다며 패배감에 젖어 있다. 그래서 우선 전역과 동시에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 스트레스 좀 풀고 와서 토익공부도 한 다음에 취업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전역 동시 도전하는 것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도전하는 사람보다는 ‘불리’하기에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세미나 등에서 군(軍)수뇌부나 담당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지금 병영(兵營)에서 많은 시도를 합니다. 자유시간에 공부를 하게 하고, 부대마다 도서실도 만들고, 글쓰기 교육도 합니다”라고 한다. 듣고 있는 필자는 정말 ‘멘붕’에 빠진다. 이런 답변이 전략과 전술을 다루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

심지어는 국방부 산하 모기관에 갔더니 장병들의 진로, 취업을 중개지도해 주는 소위 컨설턴트로서 군과 기업을 모르는 젊은 여성들이 진행하더라는 것이다.

 

어느 부대에서 본 작은 희망

지난해 2월에 어느 부대를 방문했다. ‘우리는 튜터다’라는 프로그램 중이었다. 7000여 사병들의 사회 특기를 가지고 다른 동료장병들에게 특별과정을 만들어 강의를 하고 있었다. 입대 전의 다양한 특기, 장점, 직업 등을 내세우고 희망자가 모이면 강의를 주기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이왕 한다면 본인의 희망 직업의 구체성(취업 목표)을 생각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그러나 군 본연의 임무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자기의 특기로 사회생활의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취준생을 어찌하랴?

한 가지 미안한 마음이다. 여성 취준생들에게 조금 소홀해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여성이 불리한 것은 아닌데…

요즘 웬만한 면접관들은 한결같이 개인역량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성보다 남성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공동체생활, 참을성, 목표지향적 행동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 이런 부분을 남자와 경쟁할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다음에 한 번 정리해 소개하겠다.

마침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어느 일간지의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 軍 스펙, 취업 때 먹히지 말입니다’ (2018년 10월 22일 기사)

이제야 세상이 군을 알아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