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마케팅 비용’을 두고 충돌을 빚고 있다.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늘어나고 있는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과당경쟁 때문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비용증가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마케팅 비용을 절감 할 방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 증가가 물가 상승과 이용자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에 얽혀있다며 정부 제동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당국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면서 상품약관 변경을 막아놓은 것은 무슨 의도냐며 말이 많다. 업계는 마케팅 비용을 유지하거나 줄이게 된다면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어, 피해는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소비자와의 약속은 지키면서, 마케팅 비용 절감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권고할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당국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카드사 마케팅비용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융당국 압박인가? 권고인가?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카드사 8곳의 마케팅 비용은 3조2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카드사의 순이익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너무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원, 2015년 2조원, 2016년 1조8000억원, 2017년 1조2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주시하고 있다. 1회성 마케팅 증가 등 업계 경쟁심화로 마케팅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났다는 진단에서다. 금감원은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내역을 공개하겠다며, 카드사 마케팅비용 절감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주시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11월까지 신용카드 수수료 종합대책을 내놓기 위해 적격비용 산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책을 마련할 때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구조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규제를 두거나 압박하고 있지 않다”면서 “감독국 입장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권고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물가상승’과 ‘사용자 수 증가’ 영향도

카드사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배경은 업계 내 경쟁 외에 사회의 움직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신용카드 누적 발급매수는 1억매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물가는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현금과 동전이 없는 캐시리스 사회에서 대표적인 결제수단은 신용카드와 간편결제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카드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발급된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1억226만매다. 2014년 상반기 9371만장에서 850만여 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총 405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162조5000억원 늘어났다.

▲ 소비자물가 등락률. 출처=통계청

물가도 크게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6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7%에서 감소세를 유지하다 2016년 9월부터 급등해 지난해 8월 2.6%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의 가치도 달라졌다. 물가가 오른 만큼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거나, 홍보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증가한다. 즉 마케팅 비용도 오르는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카드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카드 이용액이 늘어난 것도 같은 이치”라면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은, 부가서비스. 캐시백,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을 제공받는 이용자 수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상승도 함께 수반한다. 단지 과도한 마케팅 사용으로 보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케팅 비용 줄일 방도 없다 VS 소비자와의 약속 지켜라

카드사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은 카드상품에 탑재된 할인이나 혜택 등 부가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다. 총 마케팅비용의 70%이상을 차지한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마케팅비용을 더 늘릴 수 없는 카드사들은 결국,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가서비스와 캐시백, 무이자할부 등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줄어야 한다.

그러나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것도 녹록지 않다. 서비스를 제한하는데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될뿐더러, 금감원의 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상품약관변경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인 2016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주장하며 약관변경신청을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약관은 변경하지 못하고, 카드 이용자는 증가해 마케팅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케팅비용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탑재 부가서비스가 카드 이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부가서비스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약관변경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면서 “1회성 마케팅 부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가서비스와 무관하면서 외형 경쟁을 심화시키는 기타마케팅 비용이 2014년 6000억원에서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기타마케팅비는 카드에 탑재되지 않은 할인이나 캐시백 등의 혜택을 뜻한다.

카드사들은 당국이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비스를 줄이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당국 규제로 경쟁력을 키울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카드사별 상품의 혜택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용자에게 혜택을 나눠야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수익성 등을 고려했을 때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금감원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카드 비용을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카드사별로 탑재서비스에 혜택에 차별성을 둘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기업의 마케팅활동은 시장점유율을 위한 기업전략으로 경영활동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카드 수수료에 포함된 마케팅비용 즉 적격비용과 시장점유율을 위한 카드수수료에 포함되지 않은 마케팅비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차별성을 없애고 기업 고유의 활동을 제재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마케팅 비용에 대한 문제는 카드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며, 시장에서 평가될 문제”라고 말했다.